[조우석칼럼] 그럼에도 멋진 신세계가 우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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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로마클럽 이래 비관론이 득세하는 세상
반대로 세상은 아름답고 발전한다는 게 상식
이 꼴 저 꼴 보며 버텨서 더 좋은 세상 보시라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23 06:30:50

한국인 평균수명이 처음으로 90세를 찍었다. 여성은 정확하게 90.7세, 남성은 86.3세라고 며칠 전 보험개발원이 발표했다. 하지만 요즘 이런 뉴스는 부각되지 않는다. 대신 인구절벽을 짐짓 걱정하고 “2030보다 할배·할매가 많은 게 정상이냐?”고 묻는 게 우리 일상이다. 그런 걱정을 당연히 해야 하겠지만 비관론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것도 문제는 문제다.

그러니 미래 예측도 종종 엉터리다. 100년 전만 해도 인구통계학자들은 인간 평균수명의 최대치는 65세라고 단언했다. 동시에 우린 인류 앞에 펼쳐질 신세계를 말하기보다는 따뜻하고 좋았다는 식으로 과거의 주변을 기웃거리는 게 보통이다. 그런 게 현실적으로 위로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TV에선‘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를 연방 틀어 준다.

독서 시장도 그렇다. 서구식 개발에 길들여진 삶에 의문을 던지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혹은 미국 자연주의자 헬렌 니어링 부부의 삶을 담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같은 책이 여전히 인기다. 이런 와중에 우린 부지불식간에 지구온난화나 산성비 등 환경재앙 담론에 노출된다. 이럴 때마다 한 번 더 읽으면서 낙관주의적 신념으로 재무장하게 되는 멋진 책이 있다.

바로 진화생물학자 매트 리들리의 명저 ‘이성적 낙관주의자’(김영사, 2010)라는 문제작이다. 내겐 진화생물학에서 미래학을 아우르는 성경과도 같은 책이다. 환경 타령하는 좌파 사기꾼과 여기에 묻어가는 위선자를 놀려 먹는 재미도 있다. 사실 저자는 독설가여서 생태주의자인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 대학 좌파의 원조 노엄 촘스키 등을 모두 거짓 예언자로 규정한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얼치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들 대부분은 비관론자 혹은 종말 중독론자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 원조 격이 1960년대 초 “재앙의 화학물질 DDT가 먹이사슬로 유입돼 생태계를 망친다”고 경고했던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이다. 1972년 ‘성장의 한계’란 보고서를 펴냈던 로마클럽도 왕년엔 엄청 유명했다. 하지만 물어보자.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카슨의 예언은 지금 논란의 대상이고, 로마클럽의 예견은 몽땅 거짓으로 들통났다. 1800년 이래 인류 인구는 여섯 배 늘었지만 실질소득은 아홉 배 증가했다는 게 역사의 진실이다.

‘이성적 낙관주의자’에는 한국의 사례도 자주 등장하는데, 1955년에 비해 우리 수명은 무려 26년 늘었다(2005년 기준). 또 “(1955년 이래 지구촌의) 부자는 더 부유해졌지만 가난한 사람의 형편은 더 큰 비율로 좋아졌다”고 이 책의 저자 매트 리들리는 말해 준다. 사회 양극화란 말도 알고 보면 호들갑이란 얘기다. ‘이성적 낙관주의자’에는 과거에는 삶이 더 단순했고 좋았다는 거짓말을 혼쭐내 주는 내용도 수두룩하다.

일테면 매트 리들리는 1만40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예벨 사하바에서 발견된 공동묘지의 사례를 제시한다. 현장에서 발굴된 시신 59구 중 24구는 적이 던진 창이나 화살을 맞아 사망했다. 놀랍게도 그중 무려 40구가 여자와 어린애들이었다. 유사 이래, 아니 불과 100~200년 전까지도 인류의 삶은 참혹했다. 대량 살육이나 영아 살해, 아니면 질병과 기근이 인류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소수다. 여전히 좌파연하는 빅마우스들이 수두룩하다.

아시는가? 원시공산사회를 에덴동산으로 설정했던 건 칼 마르크스가 처음이 아니다. 좌파의 정신적 스승이자 찐 위선자 장 자크 루소가 원조다. 프랑스대혁명 전부터 그는 “자연 상태의 인간은 욕심 없고 평화로웠다. 탐욕·근심·폭력은 문명의 산물이다”고 떠벌렸다. 그럼에도 250여 년 전의 촛불 난동이던 프랑스대혁명 때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손에 쥐고 나온 인간들이 그렇게 많았다니 실로 머리 아픈 일이다.

2008년 광우병 파동에서 보듯 예나 지금이나 선동이 먹히는 세상일까? 오늘 새삼 밝힌다. 멋진 신세계는 이미 펼쳐져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올더스 헉슬리는 디스토피아를 말하는 풍자로 멋진 신세계란 말을 썼지만, 내가 말하는 신세계는 뉘앙스가 다르다. 말 그대로 역사적 실체로서의 멋진 신세계에 우린 살고 있고, 앞으로 이보다 더 멋진 세상이 온다는 뜻이다.

그러니 부디 이 꼴 저 꼴 별꼴 다 보고 오래 살 일이다. 그건 화가 황주리가 얼마 전 어떤 글에서 던졌던 말이다. 냉소가 아니다. 그럴 가치가 있는 세상과 섞여서 놀자는 제안이다. 맞다. 인간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겠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지지고 볶으며 사는 우리 삶의 중간에 간혹 머리를 멀리 들어 보는 것도 건강에 좋으리라. 니콜라이 고골리의 ‘외투’에서 촉발된 얘기는 일단 이걸로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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