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이재명이 만든 ‘한국형 과반수 국회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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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수단인 과반수 행사를 일상으로 만들어
과반수 국회 독재로 정권 진로 막은 책임 물어야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07 06:31:00

말이 좋아 민주주의지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런 멋대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교본에도 없고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심하게 비유하자면 축구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는데 아직 골대도 만들어 놓지 않았고 심판을 위한 규칙도 정해지지 않은 꼴이다.

총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출전 선수들은 지금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명함을 돌리며 인사를 다니고 있는데 선거구도 다 정하지 못했다. 또 국회 다수당 대표라는 사람은 TV에 나와 병립형이니 연동형이니 준연동형이니 외계인 같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다. 국민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하다. 이런 선거제도는 미국이나 영국인들도 모르는 제도다. 평소 그렇게 섬기는 체 하던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아예 까놓고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식이다. 이거야말로 탄핵감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탄핵은 용케도 법에서 빼놨다. 국민소환제도 없다. 사실은 헌법 정신 위반이다. 모든 권력을 가졌다는 주인은 제쳐 두고 머슴이 맘대로 하겠다는 배짱이다. 이쯤 되면 국민과 유권자를 바지저고리 수준을 넘어 아예 수수밭 허수아비 취급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모든 권력을 그들에게 내주고 모처럼 선거권 한번 행사하려고 하는데 이마저 “너무 알려고 하지 말라”는 식으로 배척당하고 있으니 이런 근본 없는 정치는 도대체 어디서 굴러왔나.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용감무식한가.

비례대표제도 지역구 선거처럼 국회의원을 만드는 일이다. 국회의원은 대의민주정치를 수행하는 국민대표다. 그러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정하는 것은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위대해도 그렇지, 그런 일을 어느 특정 정당의 특정인이 혼자서 결심해서 정했다고 하니 이게 말이 되나.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시작한 1948년 이후 76년간을 돌고 돌다가 이젠 정신이 나갔는지,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애당초 수천억 원의 부정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제1야당의 당권을 잡게 된 것부터가 문제의 발단이다. 그렇게도 인물이 없나. 그는 수천억 원 특혜 파문의 ‘대장동 사건’ 말고도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열 가지가 넘는 범법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피의자 겸 피고인 신분이 되어 법망을 뚫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는 자신을 위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방탄병으로 만들었다. 정치는 양극단 기형의 구조화를 피할 수 없었다.

이 대표는 또 극단적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서 양극단 현상을 부추겼다. 이번에 그가 만들었다는 비례대표제를 설명하면서도 ‘칼로 찌르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부산 테러 사건 이후에는 ‘나를 죽이려고 해도 안 죽는다’며 음모론을 지피기도 했다. 그가 자주 쓰는 ‘죽는다’는 표현은 그의 주변에서 핵심 증인이 5명이나 죽은 미스테리에 관한 기억을 소환하면서 한국 정치에 음울한 공포 분위기마저 조성하고 있다. 때로는 오싹할 정도의 연상작용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는 정말 위험한 정치 방식이다. 최근에는 가는 곳에서마다 환영 인파로 바람을 일으키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의식해서 그런지 오버하는 일이 잦아졌다.

한국 정치가 지금처럼 회복 불능의 양극단 정치가 된 것은 무책임하고 과격한 운동권 정치의 탓도 크다. 이른바 86운동권이 2000년 16대 총선 때 국회 정치권에 등장하면서 세력을 불려 문재인 정권을 만들어 냈고 여기에 이재명식 과격 선동정치가 가세하면서 대의 민주주의 정치의 순기능을 집어삼키고 역기능만 급성장하고 있다.

의회정치에서 과반수는 최후의 수단이다, 해도 해도 안 될 때 써야 하는 카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영국 의회는 카메라가 생긴 이후에도 심도 있는 국정 토론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사진기자들의 회의 촬영을 금지해 왔는데 무려 20회의 표결 끝에 1980대 말에야 사진 취재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런 취지에 비하면 아예 TV카메라 앞에서 국정을 토론하는 한국 의회정치의 모습은 원시인들의 정글 정치에 가깝다.

선진국 의회의 신중함에 비하면 국회 과반수를 맘대로 휘두르는 한국 정치가 얼마나 무모한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여기에 과반수 의회 독재로 정상적인 국정을 막는 ‘방해 운전’을 해 놓고 나서 선거 때가 되니 정권 심판을 하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현재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과반수 독재’ 형태는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독재를 창출하는 것인데 1930년대의 히틀러 정치가 그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한번 걸려들면 합법을 가장한 위장된 민주주의로 영구적 집권도 가능하다. 즉 회사나 단체의 이사장이 이사회 정관을 바꿔 가면서 계속 연임할 수 있는 것과 흡사하고 러시아의 푸틴식 정치와도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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