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의 바른 보험] 가입 문턱 낮춰진 유병자보험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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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말만 믿고 가입 말고 계약 전 고지의무 사항 꼼꼼히 챙겨야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13 11:31:49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이 출시된 지 벌써 8년이란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이전에는 가입하기 힘들었던 수많은 질환들이 이젠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여겨질 정도로 질환이력이 있거나 현재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가입의 문턱은 정말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늘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필자가 항상 강조하고 있는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이다. 이젠 보험 가입 시 중요하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는지라 대부분 큰 실수 없이 가입하고 있으나 가입문턱이 낮아진 유병자 보험을 악용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좋지 않은 상담 사례들이 있어 주의를 요하고 싶다.

얼마 전 필자와 보험 상담을 받고 가입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분이 다른 보험설계사로부터 보험에 가입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인이 보험설계사인데 가입이 된다고 해서 가입을 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앞선 상담에서 작년부터 기다려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안내한 상황이었다. 특정질환으로 입원이력이 최근에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유병자보험이라고 할지라도 보험회사들이 예외질환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질환에 해당됐기 때문이었다.

일단 3개월이 지나야 하는 상황이었고 수술만 묻는 보험상품 또는 5년 이내에 입원 또는 수술이력을 전혀 묻지 않는 상품을 가입해야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다른 만성질환이라서 조건이 조금 까다로웠는데 덜컥 가입할 수 있다는 말에 보험가입을 하신 것이다. 필자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차근차근 짚어가며 물어봤다. 그런데 이해가 되질 않아 보험가입 당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요청해 살펴봤다. 보험가입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고지사항 위반이 있어 가능했다. 살펴보니 고지를 하긴 했는데 질병명을 바꿨다. 보험 가입이 되는 예외질환에 해당되지 않아 이상하다 생각한 것인데 보험설계사가 임의로 ‘급성신장손상’에서 ‘급성장염’으로 질환명을 바꿔 고지한 것이다.

위 사례는 사실 일반적으로 가입자 입장에서는 알기 힘들다. 더군다나 모바일로 보험가입을 한 터라 일부러 핸드폰에 저장된 서류를 찾아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유병자보험의 경우 보통 가입연령이 높은 분들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더 힘들 수 있다. 위 경우 필자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었고 다행히 가입하자마자 알게 돼서 계약 철회 후 정상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잘 가입해 마무리했지만 뒤늦게 알게 돼 속상해지는 상담 사례가 1년에 평균 2~3건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실 보험설계사에게 제대로 고지를 했다고는 하지만 보험설계사가 고의적으로 고지내용을 누락하거나 다른 사실로 기재해 놓는다면 이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뒤늦게 알았다고 할지라도 관계에 의해서 항의도 제대로 못하고 피해만 보는 사례들도 부지기수다.

항상 강조하고 또 강조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보험 계약 알릴의무 위반이 이뤄지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봐왔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설계사에게 고지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겠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거나 보험설계사가 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도움을 받기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가입 문턱이 낮아져 이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유병자 보험을 홍보하지만 항상 가입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꼼꼼히 확인했으면 좋겠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에는 보험료 지출이 너무 크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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