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조희문의 영화세상] 영화의 반란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15 06:31:0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한국영화에서 특정인을 비하하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좌파는 ‘표현의 자유’라면서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우겼다.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고 조롱한 ‘효자동 이발사’(2004) ‘그때 그 사람들’(2005) ‘남산의 부장들’(2020) 등은 영화로 가장한 독극물 같은 것이었지만 관련자들의 거센 반발을 근거 없는 불만쯤으로 치부하며 상영을 강행했다.
 
휴전선 지역의 공동경비구역(JSA) 안에서 남북한 병사들이 은밀하게 오가고 우정을 쌓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린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상영될 때 JSA전우회라는 단체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을 때도 제작사 측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민족문제연구소라는 좌파 단체에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극단적으로 폄훼한 ‘100년 전쟁’(2002)이란 영상을 만들었을 때도 편드는 측에서는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넘어갔다.
 
저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걸 무엇이든 마음 내키는 대로 그려도 좋다는 면죄부쯤으로 여겼고 영화의 앞부분에 나오는 ‘본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장소·사건은 실제와는 상관없는 영화적 상상일 뿐’이라는 문구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됐을 뿐이다.
 
그런데 새로 시작한 넷플릭스 ‘살인자O난감’의 에피소드 중 등장인물 하나가 감옥 안에서 초밥을 먹으며 위세를 부리는 장면이나 외모·죄수 번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상시킨다며 추종자들이 발작에 가까운 분노를 쏟아 내고 있다.
 
좌파가 영화를 이용해 상대를 공격한 경우는 많았다. ‘화려한 휴가’(2007)에서는 5·18광주사태 당시 현장에 출동한 공수부대 진압군이 무고한 시민을 마구잡이로 학살하는 폭력단처럼 묘사됐다. 또 ‘택시운전사’(2017)에서는 일단의 택시 기사들을 포함한 광주 시민이 마치 압제자의 부당한 탄압에 저항하는 민주투사인 것처럼 그려 놓고도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영화가 개봉된 이후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여긴 인물의 존재가 실제로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평범한 택시 기사가 아니라 운수사업 면허를 가진 사업자이고, 광주 사건 현장에 독일 방송국의 카메라 기자를 태워다 준 것도 미리 운동권 단체들과 접촉이 있었던 결과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영화의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거나 오해할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사과한 적이 없다.
 
지금도 상영 중인 ‘서울의 봄’(2023)은 1980년 12.12사태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등장인물은 가상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있다.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을 모델로 한 인물을 세우고 불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하는 역모 세력인 것처럼 묘사하는 데 비해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을 상징하는 인물은 이들의 야심을 저지하고자 하는 정의로운 군인의 상징처럼 그린다. 이는 제5공화국 정부를 부정하고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좌파의 전술적 전략에 따른 작업으로 보인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을 악인으로 그리고 그의 재임 시대를 부정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역설적으로 역사적 사실은 무엇인지, 12.12사태 때 목숨을 걸고 작전에 나선 군인들이 없었다면 과연 대한민국이 존속했을까 라는 반론이 적지 않게 제기되면서 역사적 진실을 똑바로 알아야겠다는 각성도 만만치 않았다.
 
영화를 이용한 이념 선전이 좌파의 전유물처럼 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한탄이 나왔지만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의 흥행 돌풍은 오히려 좌파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풍부한 자료화면과 차분한 논리로 설명하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좌파의 그간 주장이 허위선동이었음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자O난감’ 논란은 뜻밖의 성과다. 제 발 저린 이재명 추종자들이 요란을 떠는 바람에 오히려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은 경우라고 할까. 캐릭터가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나 상황은 이재명과 상관이 없는 경우지만, 제풀에 켕기는 부분이 있는지 누구를 연상하게 만드는 의도적 설정이라고 난리치는 바람에 모르던 관객도 한 번 더 돌려보게 되었다. 교묘한 사실 왜곡이라고 떠들수록 이전에 좌파 영화들이 썼던 수법은 틀렸다고 광고하는 꼴이고 가만있으면 사실이 그렇다고 인정하는 셈이니 이렇게나 저렇게나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방영 중지를 요구하거나 사실 왜곡을 사과하라고 한다면 먼저 드라마의 인물이 이재명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이전 영화들에 대해서도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할 판이다. 다른 사람을 찌르는 무기인 줄로만 알았던 창에 오히려 자신이 찔린 꼴이니 하소연할 데도 없다. 영화로 흥한 자 영화로 곤란을 당할지어다를 실제로 보여 주기라도 하는 것일까, 이래저래 영화가 화제의 중심에 서는 세상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3
좋아요
1
감동이에요
9
화나요
1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