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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경제 사기범 피난처 된 대한민국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7 00:02:30
 
▲ 허승아 사회부 기자
며칠 전 지인들과 소주 한잔하는 자리에서 우연히 가상화폐 이야기가 나왔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월급 가지고는 백날 일해도 지금 이 상황을 못 벗어나. 10년 모아도 1억 모으면 잘 모으는데, 권도형처럼 크게 사기 치고 감방 다녀온 후 인생 편하게 사는 방법도 괜찮을 듯하다는 등의 씁쓸한 농담이 오갔다. 이런 농담이 나올 만큼 대한민국은 경제 사기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 
 
최근 뜨겁게 뉴스판을 달구고 있는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의 한국 송환 문제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모두가 눈치챘겠지만 권씨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재판받으려는 이유는 형량이 적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제·금융 사범 처벌을 보면 범법자를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가혹하게 다루는데 여러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개별 범죄에 형을 매긴 뒤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일례로 2009년 ‘폰지사기의 제왕’인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각각의 죄목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150년 형을 선고했다. 아마도 이는 경제·금융 사범이 글로벌 금융시장인 미국의 주주자본주의를 훼손하는 걸 막겠다는 발상 때문일 것이다. 
  
현재 권씨는 민사 소송 외에도 상품·금융·시세 조작·증권 사기 등 8개의 형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재판을 미국에서 받을 경우 최종 100년형 이상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대한민국 형법 제355조를 살펴보면 1항은 횡령에 대해서 2항은 배임에 관해서 설명한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기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면 최대 10년의 금고형 또는 3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한국은 경제 사범의 최고 형량이 40년에 그친다. 
  
일명 ‘건축왕’이라 불리는 남모(62) 씨의 1심 형량이 15년에 그치면서 ‘경제적 살인’ 행위에 해당하는 사기 등의 범죄에 대해 “처벌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 “경제적 고통을 받는 사람이 수두룩 한데” 등 엄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법원은 그동안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등 경제금융 사범에 대해 관대하다는 지적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제대로 단죄되지 않고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범죄와 사기 행각이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사기를 쳐도 최고 형량 15년이면 해결되므로 법 기망에 의한 사기죄가 늘어나고 국제 사기범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코인 판은 사기판이 되고 투자자들은 속절없이 피해를 보면서 경제시장이 엉망이 되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주식 시장에 준하는 안심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시장 질서를 흐리는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법 개정안을 올렸을 때 국회에서 낮잠 재우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재 경제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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