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란 어휘는 3000년 전 주(周)나라 때부터 문헌에 등장하지만 고유명사가 아니라 ‘가운데 땅’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이었다. 황화 주변의 농경에 편리한 땅 즉 최고권력자의 직할지를 가리키는 ‘기(畿)’ 주변 지역, 요즘 말로 ‘경기(京畿)’ 개념의 ‘중원(中原)’과 ‘중국’이 혼용되면서 점차 공간 범위를 넓혀 갔다.
중국 역사란 약 4000년간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서쪽에서 진입해 들어오는 다양한 부족‧종족이 각축하며 통폐합된 과정이다. 하(夏)‧은(殷)을 지나 주나라가 개국한 뒤 공신이나 형제에게 분봉한 나라들이 몇 백 년 후 대결 구도를 취하게 됐다. BC5~7세기 5대 강자 ‘춘추오패’(제齊‧진秦‧송宋‧진晉‧초楚), BC5~3세기 전쟁의 시대 7대 강자인 ‘전국7웅’(진秦‧초楚‧제齊‧연燕‧조趙‧위魏‧한韓) 등으로 발전해 대결하고 연합하는 시대를 맞았다.
공자가 저술한 역사서의 이름에서 딴 춘추시대를 지나 전개된 전국시대를 종식시킨 게 진(秦)나라였다. 세계인이 중국을 지칭하는 ‘차이나’ ‘키나’ ‘신’ ‘시나’ 등이 여기서 유래했다. 일본인들은 이를 ‘支那(지나)’로 음역하기도 했다. 19세기 말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대륙의 왕조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세상의 일부라는 인식과 함께 보급된 호칭이다.
진나라의 통일과 실질적인 첫 제국인 한나라 이후 약 2200년간, 19세기 서구 근대문명의 위력 앞에 무너질 때까지 자칭 타칭 각각의 왕조 이름이었을 뿐 ‘중국’은 없었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등장한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인 중화민국의 줄임말도 중국이 아니라 ‘민국’이었다. 당시가 한반도에선 일제시대라 중화민국을 ‘지나’라 부르고 ‘지나요리’ ‘청 요리’ 등의 단어가 쓰였다. 서울대 중어중문과의 전신도 경성제국대 지나학과다.
‘중국’이란 대만으로 천도한 중화민국을 ‘자유중국’으로 부를 때 결정적으로 ‘중국공산당’ ‘중화인민공화국’을 통해 자리잡았다. 살 만해지면서 중국에 ‘세상의 중심’이라는 의식이 되살아났다. 덩치가 큰 나라이기에 ‘소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칭하듯 ‘대국’답지도 않은, 그저 딱 ‘중국’ 같으니 이 또한 한자의 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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