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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도약 2.0 시대 열자… (上)최저가 입찰제 개선 시급
[K방산 도약 2.0 시대 열자上] 무기 품질 뒷전… 방산 발전 ‘약 아닌 독’
사업개발 비용·원가 고려 않고 저가 우선… 좀비기업만 ‘살판’
서류 중심 입찰 폐해 드러나며…‘싼게 비지떡’ 품질 저하 부작용
“중기 보호” 불합리한 규제 탓에 우수한 기업·제품 설자리 잃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6 20:10:01
▲K방산 효자인 K9 자주포와 2022년 11월24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2022 방산수출 전략회의에 발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디자인=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세계 4대 방위산업 수출국’을 꿈꾸는 K방산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나 현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사태와 같은 전쟁 호황기가 지나면 ‘빛 좋은 개살구’로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당장 최저가 입찰제 때문에 무늬만 방산기업인 좀비기업들이 창궐할 수밖에 없는 게 방산기업 생태계의 실태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방산사업 개발과 비용 및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최저가 입찰을 고수하면서 사업 수행이 어렵고 제도 악용기업을 방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존 국가계약법하에서는 가격경쟁 위주의 정부 조달 입찰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계약이 원칙이며 공급자가 불특정 다수여서 시중의 평균원가가 입찰 시 예정가격(입찰 시 발주자가 작성한 가격)이 된다. 보통 입찰공고문은 방위사업청은 입찰 참가 자격이 있는 기업에 제출 제안서를 평가해 대상 장비를 선정한다. 이후 선정된 기종에 대해 협상 및 시험평가 실시 후 최종가격을 최저비용으로 제시한 업체를 결정하는 구조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기업이 유리하므로 최저가 입찰이 이루어지고 품질이 떨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중견 방산기업 A이사는 본지에 “서류 심사 중심의 최저가 입찰제도 등 중소·중견 기업을 지원해 주기 위한 제도 등을 악용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일례로 1000억 원짜리 사업을 하면 가격 점수 등이 들어갈 수 있는데 가격에 가중치를 집중하면 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가로 후려치는 기업이 선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입찰에 응하는 데만 해도 기업 자체에서 실사와 사업 타당성 조사 등을 하는데 수억 원 비용을 예사로 쓰는데 모두 매몰 비용이 된다”며 “좋은 제품에 좋은 기술을 쓰려면 그만한 가격을 내야 되는데 조달청과 국방부 및 방사청 등 관련 유관 기관에서 항상 ‘최저가’를 쓰는 기업에만 기회를 주게끔 하는 제도가 굉장히 불합리하게 여겨진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우려는 대기업까지도 퍼져 있었다. 기자가 만난 한 방산 대기업 B임원은 “방산 비리 없애면 국방비 20%를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가 10년 동안 방산업계를 강타했던 화두였는데 덕분에 ‘투명성’ 강박에 방사청을 상대하며 매일 감사와 조사만 받고 보낸 세월이 수년”이라고 했다. 이어 “입찰 제한이 되거나 입찰에서 떨어지게 되면 앞서 투자했던 돈들이 모두 증발하는 것과도 다름없고 대기업에서도 페일(fail)을 당하고 나면 몇 개월 동안 아무것도 못 할 정도의 후폭풍이 이는 데다 번 돈을 이것 충당하는 데 다시 써서 손에 남는 돈이 없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떠돈다”고 탄식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설 명절인 올해 2월10일 경기 김포시 해병 청룡부대(2사단)의 다련장 타격체계인 '천무' 진지에서 대비태세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장비를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무리한 최저가 후려치기로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수행된 국방 폐쇄회로(CC)TV 구축·운영 사업에서 핵심 장비의 성능 미달 문제가 불거져 수사가 이뤄졌다. 수사 결과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게 포착됐으며 업계 관계자들이 언급한 서류 중심 입찰 제도의 폐해가 드러났다. 
 
최저가 낙찰의 여파는 대기업에도 미친다. 2022년 해군 차세대 호위함인 울산급 3·4번 함 건조 사업(Batch-Ⅲ)이 후발업체 S사로 낙찰됐는데 방사청 예정가 8059억 원보다 1000억 원 상당 낮은 7051억 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이 같은 입찰 제도 자체의 복잡성과 평가 절차의 불합리성에 대해 방산제품 중개 거래를 하는 C 대표는 “입찰을 하기 위해서는 방대하고 복잡한 양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공무원이 건건이 검증하기도 힘들고 이를 확인하는 것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류 중심으로 입찰하는데 민·관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일부 기업들은 악용하거나 왜곡해 특혜를 받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저가 낙찰제를 깨는 법적·제도적 보완도 이뤄지고 있다. 2022년 10월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 29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방위사업계약특별법(방특법)에는 최저가낙찰제 탈피 내용이 담겼다. 군의 조달 입찰 시 가격보다는 품질 및 성능을 우선시해서 낙찰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방특법이 제정되면 방산업체들이 성능과 품질 경쟁에 한층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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