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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칼럼] 시진핑의 굴욕적 후퇴
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25 06:31:10
 
▲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언젠가 미국인 친구가 비꼬는 말투로 시진핑이 중국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시진핑이 중국을 엉망으로 만들기 때문에 미국에게는 나쁠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사실 시진핑이 임기 10년을 마치고 종신 집권의 길을 열던 무렵인 202210월 뉴욕타임스는 탱큐 시진핑이라는 기사를 올렸다시진핑 씨 앞으로 계속 중국을 망쳐 줄 테니 고마워요라는 조롱이었다.
 
미국의 논점을 제시하는 글이 자주 실리는 잡지 어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 역시 20229월호에 게재된 중국의 실수는 미국에겐 이득이라는 논문에서 시진핑 치하 10년 동안의 외교·경제·국내 정책 실패를 짚으면서 시진핑은 팍스아메리카나를 붕괴시킨 인물로 기록되고 싶겠지만, 오히려 이를 강화시킨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 잡지는 시진핑이 미국을 약화시키겠다고 내놓은 정책들은 하나같이 오히려 미국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되었다미국은 시진핑이 더 권좌에 머무르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고 평했다.
 
중국은 본시 국가 대전략이 기만(欺瞞) 혹은 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전략사상가 손자가 병법(兵法)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도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끌어 낸 등소평은 후세 지도자들에게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국가 전략을 제시했다. ()는 감춘다는 뜻이다. , 빛을 감추고(韜光) 그늘 속에서 실력을 기른다(養誨)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1980년 개혁 개방을 시작하면서 외쳤던 이 원칙이 30년간 중국 외교의 화두였다. 상대방, 특히 미국을 속이겠다는 전략인데 미국 사람들은 중국을 우습게 알았는지 중국의 전략에 별로 유념하지 않았다. 물론 미국이 속아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그 정도의 전략에 속을 나라도 없다.
 
그러다가 돈을 좀 벌게 되어 우쭐해진 후진타오 정권은 집권 초기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롭게 우뚝 서겠다라는 전략을 채택한다. 강대국 국제정치의 규칙을 무시한 전략이다. 어떤 패권국도 도전자가 일어서는 것을 방치하지 않는다. 강대국 국제정치에서 평화적 굴기란 존재할 수 없는, 존재하지도 않는 기괴한 개념이다.
 
미국이 반응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건국 이래 200년 이상 지켜 왔던 유럽 중심의 국가전략을 무게 중심을 아시아로 바꾸는 대전환을 단행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소위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가 그것이다. Pivot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너무 강력해서 오바마는 ‘Rebalancing Asia(아시아의 재균형)’으로 말을 바꾼다. 아무튼 중국의 부상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놀랍게도 2012년 출범한 시진핑 정권은 대놓고 미국에게 맞장을 뜨겠다며 덤벼들었다. 아직 국력 수준이 미국에 미치지 못한 중국이 무엇을 믿고 그렇게 과감한 공격적 전략을 전개했는지는 오직 시진핑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은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 즉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되겠다는 전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의 중국몽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로 되받아 쳤다.
 
시진핑은 선배들과는 달리 중국의 야망을 숨기겠다는 의도도 없었다. 미국은 물론 서양 자유진영 국가들이 중국의 도전에 대응했다. 자유진영 국가들은 중국의 군사적인 도전은 물론 중국의 경제 발전조차 허용하면 안되겠다는 경각심을 가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진영 국가들의 중국 때리기는 결국 시진핑의 꿈을 부술 지경에 이르렀다.
 
2023년 여름 이래 중국 경제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 국제적인 정설이 되었고, 중국 붕괴론조차 나올 지경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시진핑이 국가 전략의 방향을 바꾸기로 한 모양이다. 시진핑정부가 최근 집권 3기를 대표하는 새로운 지도 이념으로 신품질 생산력(新品質 生産力)’확정했다고 한다. 이게 국가전략을 표현하는 용어가 될지 모르겠으나 미국과 직접 대결을 피하면서 기술 혁신을 통한 제조업 업그레이드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시진핑의 굴욕적 후퇴다.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이 비틀거리는 와중에 미국 최고급 외교 전문가 블랙윌(Blackwill) 대사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은 실패라고 단정하고 보다 철저하게 중국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책을 출간했다. 책 이름이 잃어버린 10(Lost Decade)’이다. 미국이 중국을 정말 그냥 놔두지는 않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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