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환경감시기구 김경희씨 “월성원전 4호기 사건은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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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조사단과 사업자의 유착관계 의혹제기

22일, 월성원전 4호기서 2.3톤 누설
월성원전, 민간환경 감시 뭉겐 한수원 감시 철저해야
물청소 용역의혹, 일각서는 ‘삼중수소 연구용역 발주의혹’까지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5 14:26:02

▲ 경상북도 경주시 경주시청 앞에서 25일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 원전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경희 씨가 개인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의 월성원전 감시 활동을 정당하게 할 수 있는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김경희 씨 제공

“월성원전 4호기 사건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기구 김경희 원전소위원장은 26일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던 냉각수가 배수구를 통해서 바다로 흘러간 사건과 관련하여 인재라며 규탄했다. 월성원전 냉각수 유출 사건이 대한민국 원자력산업 역사에서 가장 큰 사고라는 것이 원자력 업계 중론이다.

김경희 소위원장은 지난해 종료한 삼중수소 누설 관련 민관합동조사단 운영과 관련하여 유착관계에 대한 문제까지 지적했다.

김경희씨는 25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민간환경감시기구는 2021년부터 잦은 중수 유출과 관련하여 월성원전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번번히 민간환경감시기구의 감시 업무 요청을 거부해왔다. 한수원은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선 누출 사고 당시에도 물청소 용역을 통해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자초했었다.

기자회견은 원전소위원장인 김경희씨 개인 자격으로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인 김규태 동국대 교수도 동참했다.

김경희씨는 한수원이 조직적으로 민간환경감시기구의 감시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한수원이 감시기구 원전소위원장인 내가 불륜녀로 의심된다는 사찰 문건을 만들어 내부적으로 보고도 하고 외부로 유출했다”고 폭로했다. 사찰 문건 내용은 특정 언론을 통해 보도까지 됐다. 김씨는 “올해 3월 월성3호기 화재 현장을 참관하려고 하자 한수원이 이해 관계인이라며 출입을 막았다”면서 “알고 보니 사찰 문건에 저는 ‘이해 관계인’으로 낙인을 찍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2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와 김경희 씨. 사진=김경희 씨 제공

김씨는 “경주시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은 중수 수출 관련의 건·중수 저장시설 신축의 건·삼중수소 판매의 건에 대해 많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한수원은 사용 후 중수가 ‘일종의 방사성폐기물’이라는 망언을 하여, 국민의 불안은 커지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부득이 소위원회의 개최를 위한 회의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수원은 ‘영업상 비밀’이라는 핑계로 일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경주시민의 안전과 나아가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자 하는 감시기구의 업무를 중대하게 방해하고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영업비밀이라고 했던 삼중수소 판매 내용은 정부 홈페이지인 온비드에도 버젓이 공개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본지가 확보한 ‘상세 입찰 결과’ 관련 문건을 보면 4월12일에 월성 TRF 삼중수소는 1명의 입찰자에 3690여만 원에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씨는 삼중수소 누설 관련 민관합동조사단 운영과 관련하여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몇 년 전 21대 국회의원 일부가 “‘조사단에 통보없이 차수막 무단 철거에 청소까지 한 한수원이 문제있다’라고 지적한 사건이 있다”며 “물청소에 동원된 조사단 위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한수원은 ‘조사단과 상호간 소통이 부족했다’고 하는데, 사실 조사단원 중 일부가 한수원을 도와 물청소를 했으니, 소통은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중수소조사단에서 활동했던 위원 중에 삼중수소와 관련된 연구용역을 수행한 자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씨는 심각한 상황에 처한 민간 환경감시기구의 감시 활성화와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제가 활동하고 있는 민간 환경감시기구는 전문성을 가지고, 독립적 지위를 가진 감시기구로서 원전이 없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며 “월성원자력발전소는 아직도 30년씩은 더 대한민국을 위해 운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주시 월성원전 민간 환경감시기구의 철저한 조사와 엄격한 감시 업무를 통해 경주시민의 안전을 지키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본지는 한수원 대외홍보 본부 측에 이날 전화·이메일로 △민간 환경감시기구 소위원장 사찰 문건 존재 여부 △삼중수소 판매 내용 사실관계 상충의 건 △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 누설의 건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 중수판매요청 가격 정보공개신청에서 김씨 주장에 따르면 한수원 측은 영업상 비밀로 공개를 거부했다. 온비드 홈페이지에서는 한수원이 월성원전 삼중수소를 1인에게 3690만5000원에 4월12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자제공

한편, 22일 한수원이 추정한 누설 저장수의 양은 2.3톤(전체 2500톤)으로, 유효 선량은 연간 0.000000555마이크로시버트(mSv, 일반인 선량한도는 연간 1mSv)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인체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나타내는 ‘유효 선량’이 기준치라고 밝힌 상황이다. 원안위는 일단 저장 수를 냉각시키는 열교환기에서 누설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 중이다. 1994년 지어진 월성 4호기(설계수명 2029년)는 4월20일부터 가동을 멈추고 계획예방정비 중이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민간환경감시기구의 감시를 투명하게 받았으면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2.5톤은 굉장히 미량의 저장수가 빠져나간 것으로 감소수위가 1cm 미터가 채 되지 않아 저장수 내부 통제가 한수원에 의해 정상작동하고 있다”며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