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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대선 남부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를 다시 찾아 유세했다. 이번엔 민트힐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 제조업 부흥 등 자신의 경제공약을 거듭 부각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나흘 만에 재방문한 것은 이곳 판세가 녹록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흑인 정치인 마크 로빈슨 부지사의 과거 부적절 발언이 논란을 불러 시끄럽다.
핵심 제조업인 가구 산업의 쇠락으로 고전 중인 노스캐롤라이나 유권자를 향해 트럼프는 재임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해 가구 산업에 효과를 준 것, 중국산 가구에 대한 22% 관세 부과 등의 업적을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후보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일자리를 다 중국으로 보내려 한다. 여러분의 공장과 커뮤니티를 공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하기로 한 해리스의 경제정책이나 27일 남부국경 방문 예정에 대해선 “‘왜 4년 전에 안 했나’ 가서 물어 보시라” 놀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전쟁 문제 또한 강하게 거론됐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파괴, 많은 사람이 죽거나 피란민 상태임을 언급하며 미국 정부의 책임을 따져물었다. “바이든과 해리스가 돈·군수품을 제공하며 이런 비극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악의 (휴전)협상이라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련 해체 이래 지난 30여 년 유럽과 러시아 관계사에 관한 그의 이해 수준을 확인하긴 어려우나 서방 리더로선 놀라운 발언이다.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련해 “단 1인치도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던 서구 지도자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구 소련 위성국이던 동유럽국가들의 나토 가입을 무력하게 지켜본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내세운 게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였다. 러시아계 주민이 다수인 우크라 동부 돈바스지역 자치를 합의한 민스크협정(2014년 9월)이 무시된 가운데 나토 가입을 추구하는 서방친화적 우크라 정부의 반(反)러시아 기조와 이에 맞선 민병대의 처절한 대결이 이어졌다. 그 연장에서 발발한 게 2년반 넘게 진행 중인 러·우전이다.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도 쏟아냈다. “우리나라 올 때마다 600억 달러를 들고 간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이라며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거부하는 젤렌스키에게 수십억 달러를 계속 퍼준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들(우크라이나)은 미국 청년들을 보낼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부모들은 자식이 전쟁터에 파병되길 원치 않는다. 우리 역시 그들이 바다 건너에서 죽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트럼프가 이렇게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사실상 천명한 반면, 바이든정부는 대(對)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 의지를 거듭 밝혔다. 국무부가 이날 3억7500만 달러(약 5019억 원) 추가 지원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 155·105mm 포탄, 집속탄, 지뢰방호차량(MRAP), 전술 차량, 재블린 등이 들어 있다.
바이든은 이날 뉴욕에서 유엔 총회 계기로 열린 ‘우크라이나 복구 및 재건 지원을 위한 합동선언’ 행사 자리를 빌어 우크라이나 지원을 재확인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승리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장하겠다”며 우크라이나군 지원을 가속화할 일련의 조치를 예고한 터였다. 26일 낮 백악관에선 바이든-젤렌스키 정상회담과 젤렌스키-해리스 별도 만남이 이뤄진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젤렌스키 회동 가능성도 전망되지만 구체적 일정이 잡히진 않았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이미 끝났고 전투가 남았을 뿐이라는 평가, 바이든정부에게 절실한 것은 대선 전 러시아 측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냉혹한 시각도 있다. 더누가 젤렌스키 ‘승리 계획’의 정식 발표 전부터 미 조야가 벌써 시큰둥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당국자를 인용해 젤렌스 구상이란 러시아 본토 타격을 위한 장거리미사일 제한 해제 요구의 되풀이에 불과할 것으로 바이든정부가 판단을 내렸다며, 더디긴 하지만 러시아군의 전진이 파악되고 있음에 주목해 온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 정상들은 엇갈린 반응이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WSJ 인터뷰에서 장거리미사일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 승리 가능성은 요원하다 강조했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역시 이날 총회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며 사용 허가에 힘을 실었다. 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젤렌스키와의 회담에 앞서 미사일 전면사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젤렌스키가 미 대선 경합지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하자 공화당이 발끈했다. 우크라전에서 양측 모두에게 절실한 155mm 포탄을 생산 중인 스크랜턴이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5일 젤렌스키에게 서한을 보내 “민주당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명백한 당파적 대선 행사” “분명한 대선 개입”이라고 항의했다. 나아가 “이로 인해 공화당은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우크라이나 대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대사 경질까지 요구했다.
존슨 의장은 다음날 워싱턴DC를 방문하는 젤렌스키에 대한 면담 거부 방침도 확인했다. 공화당 우세의 하원에서 이번 젤렌스키의 방미에 국민세금이 쓰였는지 조사하겠다고 나서자 민주당은 즉각 방어막을 쳤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존슨 의장의 행위를 “극히 이례적”으로 몰았으며 민주당 수잔 와일드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 지역구)도 “공화당의 억지 주장”이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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