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성세대는 물론 MZ세대까지 체험형 소비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여름 10만 원대 햄버거와 망고빙수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전국 호텔과 레스토랑 사이에서는 치즈·버터·소스·와인 등 프리미엄 식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엠즈프리앙은 프리미엄 식품의 수입과 수출을 담당하는 전문기업으로 주로 유럽산 유제품을 수입해 고급 레스토랑과 백화점에 납품하고 한국의 식품을 유럽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
“프리앙(friand)은 프랑스 고어로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 또는 자그마한 디저트를 가리킵니다. 영어로는 친구(friend)라는 뜻도 됩니다. 말 그대로 저희는 업계의 벗으로서 최고의 제품을 찾아 주기 위해 두 발로 뛰고 있습니다.”
조성춘 엠즈프리앙 대표는 유럽 식품업계가 패밀리 비즈니스에 토대를 둔 만큼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제품을 수입할 때 그들의 식품 철학을 존중하고 그들의 철학을 실현해 줄 업체를 찾아 둘을 연결해 주는 것을 엠즈프리앙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한편 K푸드가 널리 알려짐에 따라 엠즈프리앙은 한국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나 동남아의 경우 이미 K푸드가 보편화되었지만 유럽인에게 한국 음식은 여전히 낯선 존재다.
“유럽은 웨스턴 푸드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식이나 중식이 서양으로 전해진 지가 오래된 만큼 널리 알려져 있죠. 하지만 한식은 아직 갈길이 멉니다. 유럽에 K푸드를 소개하는 것은 K팝을 알리는 것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음식이야말로 문화의 베이스니까요.”
한국 문화가 붐을 이루는 지금이야말로 K푸드를 수출할 적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력 수입품은 유제품과 와인푸드
“서양 음식이 생각보다 단조롭습니다. 메인 디쉬를 빼면 샐러드류가 식단의 전부죠. 그러다 보니 수입 품목도 단순합니다. 수입품 산지는 크게 지중해 중심의 이탈리아와 내륙을 배경으로 하는 프랑스로 구분됩니다.”
이탈리아 수입품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올리브유와 프로슈토라면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유제품인 치즈와 버터에 치중돼 있다. 최근 건강식품이 대세를 이루면서 그릭요구르트의 주문이 늘고 있는 정도다. 그밖에 와인푸드와 관련해 발사믹소스·올리브열매·캐비어·트러플·하몽·건자두 등을 수입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미식가들의 요청이 쇄도함에도 푸와그라(거위 간)가 수입 금지 품목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 조류독감(AI)을 의식한 조치다.
조 대표는 식품 유통의 특성상 역병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을 사업 운영의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그밖에 경제적인 이유로 수출·입에 제동이 걸리기도 한다. 최근 유로화가 강세에 있다 보니 수입품의 단가가 많이 올랐다.
엠즈프리앙에서 취급하는 품목들은 필수품이 아닌 기호품이고 고급 식재료다.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려 주었다.
“이제 한국도 특정 식품에 대해 고급이다 아니다를 논하는 시대는 넘어섰습니다. 한국인에게 음식은 문화의 한 부분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본고장의 식재료로 즐기고자 하는 욕구는 사치도 낭비도 아닌 음식철학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 위스키 열풍이 불고 직장에서 와인 동호회 등을 운영하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떡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수출과 관련해 엠즈프리앙은 떡의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조 대표는 서양인이 떡의 찐득찐득한 식감을 낯설어한다는 것은 선입견이라고 말했다. 유럽 현지에서 일본의 모찌가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떡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떡은 스토리텔링을 입히기 좋고 냉동 유통이 용이합니다. 냉동된 떡을 해동해서 먹으면 쫄깃쫄깃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죠.”
이에 엠즈프리앙은 떡 제조사와 생산자개발참여(ODM) 또는 주문자설계주도(OEM) 방식으로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조사도 K푸드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엠즈프리앙의 취지에 적극 동참해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떡’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엠즈프리앙이 다른 품목보다 떡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한국 음식은 냄새가 강한 게 특징입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거부감이 들죠. 또 식품에 육류가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수출이 불가능합니다. 안타깝게도 유럽시장이 아직까지 한국 식품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죠. 현재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식품이 인스턴트 라면인데 수출용 수프를 별도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라면은 고기국물 맛으로 먹는다. 고기 맛을 내는 수프에 고기를 넣을 수 없다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더욱 한국 식품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식품 사업 최대 관건은 허가와 운반
“식품은 유기체를 바탕으로 하기에 보존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상온 보존이냐 냉장이냐 냉동이냐에 따라 운송 수단이 결정되죠. 선박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지만 유통기간이 짧거나 고가 제품의 경우 비행기로 옵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비행기로 받으면 선박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물류 비용이 든다. 엠즈프리앙 같은 수입식품 업체가 일반적인 커머더티(원자재) 수입의 논리를 따르기 어려운 이유다.
경쟁사가 있느냐는 묻는 물음에 조 대표는 ‘인터넷 해외 직구’라고 대답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없는 게 없고 또 가격이 전부 공개돼 있다 보니 저희가 가격을 책정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그런 한편 저희도 그것을 레퍼런스(참고)로 사용해 응대하기도 하죠.”
유럽인은 가업을 잇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유럽산 명품 대부분이 패밀리 비즈니스를 통해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업의 개념은 매우 제한적이다.
한국의 교육열이 높은 것도 자식만큼은 궂은일에서 놓여 나 출세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매스 프로덕션(대량 제조)의 시대는 갔다. 요즘 사람들은 소규모일망정 장인의 철학이 깃들어 있는 특별한 제품을 선호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엠즈프리앙은 익히 알려진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한편 한국의 고유한 음식철학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지니고 있다.
“지금은 시작입니다. 아직은 수입식품의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하루 빨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탄탄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려 합니다. 그래야 마음 놓고 한식을 세계에 알릴 수 있으니까요. 비즈니스에서 제일 중요한 건 타이밍입니다. 지금이 한식을 알릴 적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엠즈프리앙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엠즈프리앙의 최고의 자산은 사람
앰즈프리앙은 유달리 회사 분위기가 좋다. 조성춘 대표는 엠즈프리앙 최고의 자산은 직원이라고 자랑한다. 회사는 직원 개개인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직원은 회사와 개인의 성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최인영 B2B사업부장도 “엠즈프리앙은 직원의 제안에 수용적입니다. 직원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죠”라며 회사 자랑을 했다.
“또 우리의 장점은 거래처에서 어떤 제품을 원하든 우리는 신속하게 찾아서 공급한다는 점입니다. 특정 호텔에서 단독으로 공급해 줄 것을 요청할 때가 있는데 전 물량을 공급하는 대신 추후, 시장에 공개할 것을 조건으로 걸기도 하죠.”
반대로 진행할 때도 있다. 괜찮은 제품이 있으면 호텔 셰프에게 추천해 수입으로 연결한다. 일례로 최근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유기농 캐비어를 모 호텔에 제안하기도 했다. 신의를 바탕으로 유동적이고 열린 구조를 견지한다는 게 엠즈프리앙의 특징이다.
김정훈 소싱팀 리더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 출신이다.
“유럽인의 식탁에는 늘 와인이 오릅니다. 자연스럽게 모든 음식이 와인과의 페어링을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식품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와인을 알아야 하는 이유죠.”
와인 하면 흔히 치즈를 떠올린다. 그런데 치즈란 게 종류가 보통 많은 게 아니다. 지역마다 고유한 치즈를 생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므로 지역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필요에 따라 치즈 숙성전문가의 조언을 듣기도 한다. 김정훈 리더는 강조한다.
“치즈는 음식입니다.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유럽에는 치즈가 있죠. 그 나라 사람이 얼마나 좋은 치즈를 고르느냐를 보면 그 나라 음식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이호용 소싱담당자는 독특하게도 건축을 전공했다. 덕분에 다양한 관점에서 업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조성춘 대표를 단순한 직장상사가 아닌 스승님으로 모신다. 평생을 업계에 몸담아 온 조 대표의 저력은 직원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다. 실제로 조 대표는 와인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오시숙 B2B 사업부 담당은 숍 인테리어를 맡고 있다.
“그동안 국내시장에서는 패킹된 치즈만 판매됐습니다. 엠즈프리앙은 국내 최초로 치즈를 커팅해서 고객이 원하는 만큼 저울에 달아 팔 계획입니다. 이런 시도가 가능하려면 철저한 위생 관리가 선행돼야 하죠. 이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오 담당자의 음식 철학은 ‘페어링’이다. 날씨에 맞는 음식이 있고 장소에 맞는 음식이 있다. 치즈 하나만 해도 샌드위치·카나페의 재료에 따라 페어링이 달라진다. 우리 말로 ‘궁합’으로 풀이되는 페어링은 음식의 알파요 오메라라고 할 수 있다.
이윤섭 수출 담당은 이전 직장에서 ‘장그래 상’을 수상한 인재다. 그는 수입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오면 반드시 채워서 내보내겠다는 일념으로 일한다.
“저희가 수입하는 식품은 미식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알아 주는 우수한 식품입니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식품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우수한 식품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성춘 대표는 나만의 버켓 푸드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노라 밝혔다.
“누구나가 먹고 싶어하지만 구하기 쉽지 않은 10가지를 기록하는 중입니다. 이들을 전부 수출하고 수입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콜럼부스가 아메리카에서 수입한 식품으로 유럽의 기근을 해결했듯 음식을 통해 행복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조성춘 대표와 엠즈프리앙 식구들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그리하여 한식이 미식의 본류 유럽에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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