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남해는 지도상 나비 모양을 하고 있다. 위쪽의 내만과 아래쪽 앵강만이 닿을 듯 섬 중앙을 조여 오면서 대칭 형태를 띠게 됐다.
왼쪽 날개 하단에는 아난티남해·섬이정원·다랭이마을이 있고 오른쪽 날개 하단에는 보리암·설리스카이워크·물건리 방조어부림·남해독일마을이 있다.
아래 날개에 유달리 관광지가 집중된 것은 먼바다로 열린 앵강만이 뭍에 가로막힌 내만보다 물빛도 예쁘고 시야도 탁 트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남해’에 얽힌 이름 이야기
남해는 한반도 남단을 둘러싼 바다를 가리키는 이름이면서 경상남도 남해군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여기서 슬며시 고개 드는 의문 하나. 남해군이 이 이름을 독차지하도록 이웃 도시들은 손 놓고 보고만 있었던 걸까?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강원도 동해시가 1980년 등장한 명칭인 것과 달리 남해군이라는 이름은 신라 경덕왕 때부터 내려온 지명이다. 이미 1300년 전에 선점한 이름인 것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남해군이 남해안 중앙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 그 이름을 가져가야 한다면 남해군이 남해가 되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이 이름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남해 출신은 이름 때문에 뜻하지 않은 불편을 겪는다. 동해시도 마찬가지겠지만 “남해가 고향이오” 하면 “남해 어디요?” 되묻는 경우가 많다.
3개의 다리 이야기
경상남도 남해군은 섬이지만 배가 아닌 총 3개의 다리를 통해 육로로 연결된다. 가장 오래된 다리는 빨간색 주탑이 인상적인 남해대교다. 남해군의 CI(기업 아이덴티티)에 등장하는 다리가 바로 남해대교다. ‘한국의 금문교’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왕복 2차로다. 현 통행량을 감당하기에는 조금 아담하다. 아직까지는 차가 다니지만 향후 인도교로 전환될 예정이다.
남해대교 바로 옆 서편으로 2018년 개통한 왕복 4차로의 노량대교가 있다. 남해대교를 대체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경상남도 하동 금남면과 남해 설천면에는 똑같이 ‘노량리’라는 행정구역이 있는데 노량(露梁)은 두 노량리 사이에 자리한 해협 이름이며 노량대교는 이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 이름이다. 19번 국도가 이 다리를 지나고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도 이곳을 지나 남해로 들어선다.
그리고 남해대교에서 한참 동쪽으로 창선·삼천포대교가 있다. 2003년 완공된 이 다리는 말 그대로 징검다리다. 삼천포대교-모개섬-초양대교-초양도-늑도대교-늑도-창선대교-창선도(단항교)에 이르는 5개의 다리를 단일한 명칭으로 묶었다. 각 다리마다 공법과 디자인이 달라 굉장히 분위기가 독특하다. 바로 옆으로 사천바다케이블카가 지나 낭만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죽방멸치 이야기
늑도와 창선도를 잇는 창선대교 아래가 이름도 유명한 지족해협이다. 다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다 위로 갈매기를 그려 놓은 듯한 형태의 죽방렴이 여러 기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죽방림은 지족해협의 거센 물살을 이용한 전통어로 방식으로 ‘대나무 어살’이라고도 부른다. 갯벌에 참나무 지지대 300여 개를 박고 조류가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V자로 대나무 발을 드리우면 물살을 따라 들어온 멸치가 원형의 통에 갇히게 된다. 원통에 갇힌 멸치 등 물고기는 후릿그물과 쪽대를 이용해 포획한다.
현재 지족해협에는 23기의 죽방림이 설치돼 있으며 그중 한 기에 전망덱을 조성해 가까이에서 이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족항에는 멸치쌈밥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러 곳 있어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
300년 역사의 물건리 방조어부림
방조림은 바닷물이 넘치는 것을 막아 농지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림한 숲을 말한다. 어부림은 물고기가 살기에 알맞도록 그늘과 숨을 곳을 제공하는 숲이다.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은 방부림과 어부림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떠맡은 숲으로 무려 17세기에 만들어졌다. 원래는 숲의 길이가 1500m에 달했다고 하나 현재는 750m가량 관찰된다. 폭도 깊어 해안가 40m 내외를 커버한다.
방조어부림을 이루는 나무는 낙엽 활엽수인 팽나무·푸조나무·참느릅나무·말채나무·상수리나무·느티나무·이팝나무·무환자나무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이다.
13일부터 11월30일까지 이 일대에서 ‘남해국제ESG예술제’가 개최된다. 이번이 원년인 이 행사는 세계적인 화두인 ESG(환경·사회·거버넌스)와 관련한 예술을 선보인다.
물건리 우주총동원·마을회관·마을창고·크롭 카페를 비롯해 앞·뒤 마을 전체를 산책하며 60여 작가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전시로 꼽히는 ‘모나리자’는 국내외 작가들이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재해석한 특별전으로 폐교한 물건중학교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마을 뒤편 언덕 독일마을 전망대에 오르면 방조어부림은 물론 물건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파독 광부·간호사의 보금자리 독일마을
독일마을은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보금자리 성격으로 건설됐다.
2014년 6월 개관한 파독전시관은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머나먼 독일로 건너가야 했던 경제 역군들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당시 광부들은 ‘글뤽아우프(살아서 돌아오라)’ 소리를 뒤로 하고 지하 800~1200m의 암흑 속으로 향했다. 실제 모습과 똑같이 재현된 탄광을 지나면 착암기·램프·광부복 등이 전시된 ‘광부의 젊은 날’이 등장한다.
파독 광부들의 시간을 지나면 파독 간호사들의 병원 생활이 등장한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낯설었지만 그들은 ‘코리아 엔젤’로 칭송받으며 주어진 의무를 다했다.
10월2일부터 5일까지 세계 3대 축제인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모태로 한 남해독일마을맥주축제가 열린다. 다양한 행사도 즐기고 독일맥주·독일소시지도 맛을 볼 수 있는 기회.
산비탈을 깎아 마련한 다랭이논
다랭이마을은 선조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농토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바다로 흘러내리는 설흘산 산비탈을 한 계단씩 깎아 108층이 넘는 층층 계단식 논을 만들었다.
바위가 나타나면 돌아가고 조금 넓은 평지가 나타나면 집을 지으면서 한땀 한땀 개척한 논이 680여 개에 이른다. 논 사이사이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관람객이 마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배고프고 다리 아프면 쉬어갈 만한 카페와 밥집도 여러 곳. 이곳의 명소로 암수바위·밥무덤·구름다리·몽돌해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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