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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로 이른바 ‘홍콩 우산혁명’ 10주년이다. 자유로움과 이국적 낭만이 넘치던 홍콩은 이제 없다. 2014년 우산혁명, 훨씬 더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로 이어진 2019년 시위 역시 역사기록 내지 추억담 속에서나 접하게 될 것 같다. 2020년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과 올해 3월 홍콩 정부 별도의 자체 국가보안법 추가 제정으로 홍콩에선 더이상 어떠한 집회와 시위도 일어날 수 없게 됐다.
홍콩 시민들은 2014년 9월28일부터 79일간 현지 최대 번화가 센트럴 도심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가 이슈였다. 이는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 측 약속 가운데 하나였지만 중국이 2014년 8월31일 발표한 행정장관 직선제란 당국 승인을 받은 후보만 출마 가능한 제도였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동맹휴업과 길거리 연좌농성을 하며 항의했다. 당국은 선거제 규정 관련 논의를 거부하며 최루액 스프레이와 최루탄 가스로 시위대를 진압했고 시민들이 우산을 펼쳐 대항했다. 상황은 1000여 명이 체포되면서 끝난다. 운동을 이끌다 투옥됐다가 2021년 대만으로 도피한 정치학자 찬킨만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도심)점령 식의 소위 불법적 수단을 사용하긴 처음이었다”며 “대가를 기꺼이 치를 용의가 참가자들에겐 있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대규모로 싸운 시민 저항운동이었다”고 돌아봤다. 120만 명 시민이 참여한 시점도 있었다. 그로부터 5년 후 2019년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보내 재판받게 하는 ‘범죄인 송환법’이 추진되자 우산혁명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거센 시위 물결에 홍콩 정부가 범죄인 송환법안을 철회했지만 민주화 요구 쪽으로 확대된 반정부 시위는 6개월 넘게 이어졌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곳곳에서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매주말 검정색 옷 차림의 시민들이 집회를 하면서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재차 요구했다. 찬킨만은 “사람들에게 정치적 각성이 있었다. 우산혁명 실패를 경험했기에 2019년 시위 때 더욱 공격적으로 변한 것은 불가피했다”고 짚었다.
그는 “홍콩인들을 점점 더 불복종의 길로 몰아간 것은 중국공산당의 권위적인 접근이었다”며 “모든 게 중국공산당이 매번 민주주의를 거부·저항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2019년 말까지 불타올랐던 홍콩 시위는 2020년 1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속에 꺼져버렸다. 그 틈을 타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과 홍콩 선거제 전면 개편으로 홍콩 내 공산당 반대파 목소리 여지를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현재 행정장관은 740만 홍콩인의 0.02%인 선거위원회에서 간접선거로 뽑힌다. 출마자도 당국이 자격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그 결과 2022년 5월 선거에서 중국이 낙점한 단 한명의 후보가 출마해 94% 득표율로 당선됐다. “(친중) 애국자만 출마해야 한다”며 홍콩 선거제를 뜯어고쳐 민주 진영의 출마를 봉쇄하자 행정장관 직선제를 열망했던 시민들이 모든 선거에 무관심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12월 제7회 홍콩 구의원 선거는 반환 이래 최저 투표율(27.5%)을 기록했다. 2019년 11월 거센 반정부 시위 물결 속에 이뤄진 제6회 구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71.2%로 역대 최고였던 것에 비해 무려 43.7%p나 차이 난다. 찬킨만은 “국가보안법 이후 공공연한 저항이 불가능해졌지만 홍콩의 죽음을 말하긴 아직 이르다”며 최근 선거 투표율 추락을 ‘온건한 저항’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콩이 ‘아시아의 진주’에서 중국의 작은 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달 초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홍콩의 전반적인 사회정치 시스템이 국가보안법 아래 재편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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