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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숙(鮑叔)은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정치가다. 임금 환공(桓公)으로부터 스승 대접을 받는 등 권세를 누렸으나 ‘이단공단(以短攻短·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하지 않은 일생으로 유명하다.
포숙의 지기 관중(管仲)은 보잘 것 없는 인물이었다. 사업에 손대는 족족 망했고 전쟁터에선 세 번이나 적전 도주했다. 그러나 포숙은 친구의 숨겨진 재능을 꿰뚫어 봤다. 그는 어쩌면 훗날 자신의 최대 정적이 될 수 있음에도 관중을 무려 재상으로 천거했다.
당연히 환공이 거부하자 포숙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중의 과거가 그랬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공은 치국(治國)의 인재를 찾는 것이지 도덕군자를 찾는 건 아니잖습니까. 제나라 영토로만 만족한다면 저 같은 부류만 쓰셔도 됩니다. 반대로 패자(霸者)가 되고자 한다면 관중 없이는 안 됩니다.”
포숙의 보증대로 관중은 제나라를 강병부국(強兵富國)으로 이끌었다. 우선 나랏돈을 제 용돈마냥 털어대던 임금의 친인척들 권세를 찍어 눌렀다. 또 제염·어업에 국고를 집중 투자한 뒤 생산품을 수출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장졸들에게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엄히 적용해 자발적으로 열심히 싸우도록 만들었다.
환공은 관중의 재상 취임 약 7년 만인 기원전 679년 춘추시대 첫 패자의 지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포숙은 관중의 불미스러운 과거를 소환해 물어뜯지 않고 이단공단을 지양했다. 관중이 승승장구하자 스승에게 내심 미안해진 환공은 포숙에게 큰 벼슬을 내리려 했다. 포숙은 “저와 주공의 관계는 세상이 다 압니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사실 관중 기용 반대 명분이 됐던 세 차례의 적전 도주처럼 포숙도 야전에서의 용병(用兵) 실력은 썩 좋지 못했다. 포숙은 인품도 뛰어났지만 스스로를 잘 알았기에 관중의 옛 허물을 끝까지 들춰 내지 않았던 것이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신 나간 여당 의원들’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일 동맹’ 논평을 두고 친일파 망령이 되살아난다는 식의 비난이었다. 그러나 뭇사람은 묻는다. 중국에 대한 ‘높은 산봉우리’ ‘셰셰(謝謝)’ 등 민주당의 과거 충격적 친중 발언들은 선택적으로 망각했느냐고.
중세 영국의 정치가 위컴의 윌리엄(William of Wykeham)은 “예의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무엇이 ‘이단공단’을 서슴지 않는 민주당을 만들었을까.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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