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엔솔 母子 석화·배터리 불황 극복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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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불황에 스페셜티 제품 비중 확대로 대응
전기차 캐즘·트럼프 리스크에 사업 다각화 중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5 09:51:06

LG화학과 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중국산 저가 석유화학 제품 공세로 인한 석화업계 불황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이차전지 업계 불황의 영향을 정통으로 직면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비전기차(Non-EV) 분야 사업 확대에 나서는 등 모회사와 자회사가 나란히 불황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25일 “석유화학업계가 맞은 위기에 대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 대응 중에 있다”고 밝혔다. 중국발 범용 석유화학 제품 과잉 공급으로 업계가 불황인 상황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LG화학은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에 생산라인을 기존 저부가가치 상품에서 고부가 제품 전용 설비로 변경하는 등 스페셜티 생산 비중을 늘려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이 생산라인 변경을 통해 생산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스페셜티 제품은 기존 PVC(폴리염화비닐)보다 내열성이나 유연성 등 물성이 크게 향상된 초고중합도 PVC다. LG화학은 전기차 충전기 케이블 등에 쓰일 초고중합도 PVC에 대해 최고 수준의 난연성(불이 붙지 않는 성질)을 구현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 석화업계는 중국의 건설업이 불황을 맞은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 PVC 등 범용 석화 제품에 대한 자체 생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하고 업계 전반적인 침체를 맞고 있다.

LG화학은 이에 중국 범용 석화 제품들과 비교해 특장점이 없는 범용 PVC 생산을 줄이고 중국 업체들보다 앞선 기술력을 적용한 초고중합도 PVC 생산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LG화학은 기존 중국에 의존하던 제품 수출 시장 다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인도·유럽·아프리카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히는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자화사로 국내 대표 이차전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으로 실적 부진 등 불황을 맞은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미국 내 우리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지원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커지는 등 악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실적도 2023년 대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액 26조285억 원·영업이익 764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3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33조7454억 원·2조1632억 원으로 집계된 만큼 추정대로라면 매출·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대비 각각 22.87%·64.66%가 감소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위기 극복을 위해 꺼낸 카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이에 따라 전기차(EV)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비중을 높이면서 도심항공교통(UAM)과 선박·로봇 등 신규 사업에 투입 역량을 확대하는 등 비전기차 사업을 확대한다.

양사는 인사에서도 위기 극복을 위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1일 실시한 2025년 정기 임원 인사 승진의 규모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등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지난해 대비 대폭 축소한 가운데 LG화학은 최근 인사에서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북미 외교 전문가를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로 발탁했다.

LG화학 CSSO로 기용된 고윤주 전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는 북미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년 외교부 북미국장을 지낸 바 있는 고 CSSO는 북미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북미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에 대응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