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서민 등골 빼먹는 오락가락 ‘관치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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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9 00:02:30

요즘 눈에 자주 띄는 기사가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의 건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서로 경쟁하듯이 주담대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5회·KB국민은행은 4회·NH농협은행은 2회·하나은행은 1회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큰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16일 기준 은행채 5년 만기(무보증·AAA) 금리는 연 3.210%로 지난달 1일(연 3.490%) 대비 약 0.3%p 내려갔다. 변동형 주담대 기준금리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도 7월 기준 3.42%로 전월(3.52%)보다 0.1%p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중심으로 주담대 금리를 끌어올렸다.

반시장적 금리 결정을 유도한 건 정부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일 은행권과 간담회를 열고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빨라질 수 있어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했다.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 등으로 4월부터 매월 5조 원 이상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억누르려는 대책이었다.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올리며 대출 억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기시감이 든다. 정부의 금리 개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은행의 ‘돈 잔치’로 위화감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은행권을 지적했고 그즈음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도록 압박했다. 작년 하반기엔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은행들은 이자 환급 및 주담대 금리인하로 답했다.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금리인하 압박에도 주요 은행은 역대급 이자수익을 기록했고 소상공인 등의 대출 연체율은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번 가계대출 억제 주문도 안 통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20조8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5000억원 증가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주담대 증가 폭(5조9000억 원)이 전부였다.

오락가락하는 ‘관치 금융’에 따른 서민 피해도 적지 않다. 금리인하 시기에 맞춰 집을 장만하려고 했던 서민들은 전보다 많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전셋집을 새로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의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의 만료(2+2년) 매물 출회로 전셋값이 오른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민층 자산 형성 수단인 예금 금리는 내려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시중은행 19곳의 저축성수신 금리는 평균 연 3.46%로 연초 대비 약 0.2%p 하락했다. 서민층으로선 돈을 빌릴 때 많이 내고 맡길 땐 적게 받는 것이다. 은행권의 배만 불리는 상황이다.

일관된 가계대출 정책이 필요하다. 정치적 이유로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상 또는 인하 압박을 반복적으로 내보내서는 곤란하다. 가계부채 관리 등이 목표라면 인상을, 부동산 회복 등이 목표라면 인하를 주문해야 한다. 시시때때로 대출 정책이 바뀐다면 금리에 민감한 서민들의 피해만 커질 뿐이다. 그게 어렵다면 금리 관리에서 손을 떼고 시장에 맡기는 게 차라리 낫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