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횡령 급증… 올해 5000억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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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社 33건 작년 대비 26%↑… 비상장 NH·우리은행까지 가세
각각 117억·100억 ‘내부 도둑질’… 회계관리 강화 말뿐 구멍 여전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6 11:01:23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5일까지 약 8개월간 횡령·배임혐의 발생, 횡령·배임사실확인,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검찰고발 조치 등의 공시는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를 합쳐 총 90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전체 건수(95건)에 육박한 수치다. 게티이미지뱅크

횡령·배임 악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33건의 횡령·배임 관련 공시가 나왔다. 1년 전과 비교해 26% 늘어난 수치다. 주식시장 전체로는 90건에 달한다. 횡령 규모도 5000억 원을 넘겼다. 은행까지 합치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횡령은 투자자 자산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스카이데일리가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서 횡령·배임혐의 발생과 횡령·배임사실확인 및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검찰고발 조치 등의 공시를 확인한 결과 올해 들어 25일까지 8개월간 코스피시장에서 상장사 17곳이 횡령 등의 내용을 33건 공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16곳이 26건을 공시한 것과 비교해 7건(26.9%) 늘어난 수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47건의 횡령 공시가 나왔다. 작년 같은 기간(73건)보다 줄어들었지만 2년 전인 2022년(37건)보다는 10건 더 많았다. 올해 약 8개월간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을 합친 횡령 등의 공시는 총 90개로 2022년 한 해 전체 공시 건수(95건)에 거의 육박했다.

횡령 공시액도 1년 전보다 불어났다. 횡령·배임혐의 발생 및 횡령·배임사실확인 공시(정정·미기입 공시 제외)에서 확인된 혐의발생금액·사실확인금액은 총 5203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4685억 원) 대비 500억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코스피가 4247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례로 2일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 3명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횡령 혐의 금액은 201억2200만 원이다. 한국항공우주도 718일 전직 임원에 대한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2심 판결에 대해 검찰의 상고 제기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혐의 발생 금액은 204억 원이다. BNK금융지주도 9일 자회사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3090억 원(자기자본 대비 8.92%) 규모의 횡령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심을 판결했다고 공시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비상장 대형 은행을 포함하면 횡령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23일 NH농협은행은 서울 시내 한 영업점 직원이 2020년 6월부터 올 8월까지 약 4년간 지인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117억 원 규모를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6월 우리은행도 지방 한 지점에서 직원 1명이 대출 신청서 및 입금 서류를 위조해 100억 원 규모의 고객 대출금을 빼돌렸다고 발표했다.

횡령·배임은 회사 평판뿐 아니라 고객·투자자의 자산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신뢰를 중요시하는 은행이 특히 민감하다. 은행 직원의 횡령·배인임은 ‘개인 절도’로 분류돼 고객은 예금자보호법(5000만 원 이하 원리금 보호)으로부터 예금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횡령 정도가 심할 경우 상장사는 매매정지 또는 상장폐지된다. 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은 횡령·배임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5% 이상·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자기자본 대비 2.5% 이상일 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다. 코스닥 기업은 임직원의 횡령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3~5% 또는 10억 원 이상인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되면 해당 기업은 거래가 정지되고 심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작년 횡령 공시를 낸 기업 66곳 중 6곳이 상장폐지에 이르러 주식시장을 떠났다.

정부는 상장사 횡령·배임을 막기 위해 2019년부터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 할 재무보고에 대한 내부통제제도인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총액 1000억 원 이상이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받고 1000억 원 이하이면 검토를 인증받아야 한다. 다만 제도 도입 후에도 횡령 사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임직원의 위반 동기를 억제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설계·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임직원의 위반 동기 억제를 위해 고액의 횡령 사건에 대한 양형 기준을 세분화·계량화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설계·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한시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실효적 운영과 내부고발에 대한 유인책을 확대해 경영진·임직원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실효적 운영에 적극 기여할 유인을 대폭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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