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저감장치 위탁사업 관리 허술… 소비자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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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 차량 제조사 거쳐 KAEA서 확인증 받아야 폐차 가능
제조사 규제 사각… 손상된 장치로 바꿔치기해도 알 길 없어
소비자에 “원복비 17만 원 현금 대납” 부당청구에 속수무책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9 12:59:14

▲ 폐차 전 정상 상태로 반납 완료한 DPF 장치가 폐차 시 DPF 반납 확인증 교부를 위한 장치 확인 과정에서 제작사로부터 파손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진의 DPF 장치는 외부에서 의도적으로 파손한 듯한 모습이다. 피해 소비자 제공

정부가 위탁 사업으로 추진한 대기환경 개선·탄소중립 사업이 소비자 피해를 낳고 있어 관련 부처의 운영·관리 부실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9일 소비자 제보에 따르면 환경부가 한국자동차환경협회(KAEA)를 통해 사업을 위탁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책임이 없는 부분에 대해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부의 관련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아 혼란을 빚는 모양새다.

앞서 환경부는 KAEA를 통해 내연기관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한 배출가스저감장치 부착지원과 사후관리·조기 폐차 사업을 위탁 추진해 왔다.

경유차 배출가스가 1군 발암물질로 규정된 만큼 배기가스 감축을 위해 해당 차량을 조기 폐차하거나 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하지 않으면 11월부터 운행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 사업의 골자다.

차량에서 배출되는 매연을 줄여 대기오염을 예방하는 DPF는 필터식 저감 방식으로 성능이 저하되면 필터를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교환해야 한다.

다만 교체 과정이 다소 까다롭다. 가령 부품 교환 후 심한 소음이 발생해 폐차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러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한 차량을 폐차 결정했을 때 DPF가 장착된 차량은 바로 폐차할 수 없다.

제작사에서 DPF가 문제없이 반환된 여부를 확인하면 KAEA로부터 확인증이 교부되고, 차량 소유주가 폐차 업체에 차량을 의뢰하더라도 DPF 장착 차량은 반드시 제작사를 거쳐 KAEA의 확인증을 받고 폐차 처리되는 식으로만 폐차가 가능하다.

문제는 DPF의 정상 반환 여부를 확인하는 여러 제조사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폐차 과정에서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 정상 반환된 DPF를 손상 DPF로 바꿔치기하는 등 속여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이에 트라제 XG 차량에 DPF를 장착한 뒤 소음 문제로 결국 폐차 결정한 한 소비자는 알 수 없는 DPF 파손 때문에 폐차·차량 말소 처리가 중단되는 어이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18년간 무탈하게 24만km를 주행해 온 차량이기도 하고 3년간 여러 번 DPF를 교환해 오면서도 단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정상 반납한 DPF가 파손됐다며 이 때문에 폐차나 차량 말소 처리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납한 차량에서 나온 DPF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일련번호를 비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확인은커녕 황당한 궤변만을 늘어놓았다”며 “멀쩡하던 DPF를 손상된 것으로 바꿔치기한 뒤 원복 비용으로 17만 원 정도를 현금 대납하라는 둥 소비자에게 부당 청구됐는데도 정부가 손 놓고 방관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추진 사업으로 사실상 폐차를 종용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규제가 갖춰져 있지 않아 관리 책임 소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폐차 시 DPF 탈착과정에서 장치 일련번호 비교·SD카드 확인·영상 제출 의무 강제 등의 제도조차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DPF 장치의 보급이나 설치·교체 작업은 제작사에서 맡아 일괄 관리하기 때문에 장치 일련번호는 추적이 불가하고 장치를 분해하면 필터가 나오는데 이 필터 일련번호만 지난해부터 환경부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장치 일련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