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택은 ‘빅컷’… 한국 고금리 부담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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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기준금리 0.5%p 인하… 연말까지 4.4%로 낮아질 듯
한은 내달 금리인하 폭 관심… 집값 과열·가계 빚 최대 변수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19 11:05:29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8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5.25∼5.50%에서 4.75∼5.0%로 0.5%p 내렸다. 이날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년 반 만에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물가가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나 수도권 집값 상승, 가계대출 확대 등 위험 요인이 여전히 커 한은의 피벗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5.25∼5.50%에서 4.75∼5.0%로 0.5%p 내렸다. 12명 위원 중 11명이 빅컷(한 번에 0.5%p 인하)에 찬성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당시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이로써 2.00%p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3.50%)·미국 금리 격차도 1.50%p로 감소했다.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내놓았다. 이날 발표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 5.1%에서 4.4%로 낮췄다. 현 금리 수준(4.75∼5.0%)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금리를 0.5%p 더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내년 말 금리 중간값은 3.4%(6월 예측치 4.1%), 2026년 말 2.9%(6월 예측치 3.1%)로 각각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방 위험이 줄었지만 실업률 상방 위험은 커졌고 노동시장이 확실히 냉각됐다”고 말했다. 고용 악화가 빅컷 이유인 셈이다.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 파월 의장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경기 지표는 없다”며 “경제 성장률은 견조하고 노동시장도 굉장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빅컷에 나서면서 한은도 기준금리를 내릴지 주목된다. 정부·여당은 몇 달 전부터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 피벗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인 물가가 안정적인 점도 피벗 가능성을 키운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2.0%로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문제는 금리 인하의 핵심 조건인 ‘금융 안정’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8월 사상 최대 증가 폭(8조2000억 원)을 기록한 은행권 가계대출 급증세는 꺾이지는 않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12일 기준 570조8388억 원으로 전월 말(568조6616억 원) 대비 2조1772억 원(00.0%) 늘어났다.

상환을 고려하지 않은 5대 은행의 주택구입 개별 주담대 신규취급액도 이달 1~9일 3조645억 원에 달했다. 하루 평균 3405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8월(4012억 원)보다는 600억 원 줄었으나 7월(3861억 원)이나 6월(3617억 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감소 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정부는 연준 빅컷과 관련해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관계기관 공조 하에 가계부채 등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아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관계기관 24시간 합동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고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계획(컨티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들이 신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가계대출은 주택거래 증가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담대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9월부터 시행된 정책 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상승 폭이 둔화될 것이다”며 “8·8 부동산 공급 대책 추진을 가속화하면서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