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인공지능委 출범으로 ‘AI 3대 강국’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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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국가주의 시대’에 컨트롤타워 역할
2027년까지 총 65조 원 규모 투자 반영키로
국회는 AI 악용 방지 ‘AI기본법’ 조속 처리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1 00:02:01

세계 주요국들이 인공지능(AI) 기술패권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직속의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출범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AI 관련 국가 역량을 모으고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생겼으니 다행한 일이다. 다만 우리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에 이어 22대에서도 정쟁에 밀려 AI 기본법안 처리가 마냥 늦어지고 있는 현실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속은 타들어 가기만 한다.

현재 세계 각국은 AI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투자와 제도 정비에 열심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I 주도권을 둘러싼 각국의 치열한 경쟁을 두고 ‘AI 국가주의 시대’라고 명명한 바 있다.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미디어(Tortoise Media)가 최근 발표한 ‘2024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의 AI 경쟁력은 세계 6위로 나타나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영국·프랑스가 뒤를 잇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AI위원회 출범식에서 “우리가 더 노력하면 3대 강국으로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고, 우리가 도전할 만한 과제”라고 했다. 위원회는 첫 회의에서 2027년까지 AI 분야에 총 65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반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AI시장의 특성상 경쟁에서 낙오하면 기업·경제는 물론 안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본다. 승자독식의 성격이 짙은 이 경쟁에서 반드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AI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길어야 2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세계 6위 한국이 ‘3대 강국’으로 올라서려면 모든 역량을 총집중해도 쉽지 않은 게임이라는 말이다.

미국·중국·유럽의회 등은 글로벌 AI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이미 제도 정비에 나섰다. 미국의 경우 2020년 ‘국가 AI이니셔티브법’을 만들어 기업에 2조 원 이상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중국 정부는 텐센트 등 주요 테크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며, 유럽의회도 3월 AI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주요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AI인재 쟁탈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당정은 협의회에서 이공계 석사 1000명에게 5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인재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았다.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인재의 40%가 해외로 나간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니 2027년까지 국내 AI 분야에서만 1만2800명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안타까운 통계가 나온다.

특히 오로지 믿을 구석이라고는 인적 자산이 전부라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어느 분야이건 인재 양성과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AI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AI 분야 연구개발(R&D) 인력을 양성할 뿐 아니라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연구 생태계 구축 등 인프라 조성에서 힘써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법 제도 마련이다. 지난해 초 발의된 AI기본법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정쟁과 파행으로 연내 처리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못해 국내 AI산업이 발목을 잡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여야 정치권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AI기본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