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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를 입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불법행위는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간의 역할을 왜곡시켜 재정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실제 피해자의 권리보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산업재해를 신고하지 않고 건강보험을 이용해 적발된 사례는 18만949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잘못 지출된 금액은 총 263억200만 원에 달했으며 이 중 91.9%인 241억8300만 원이 환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사례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다. 연도별로는 2020년 2만9734건‧2021년 4만5350건‧2022년 5만1800건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4만6652건으로 약간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만5958건이 적발됐다. 금액으로는 2020년 45억7800만 원‧2021년 56억9600만 원‧2022년 64억9100만 원‧2023년 63억9900만 원으로 매년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 적발액은 31억3800만 원에 달했다.
적발된 사례 중에서는 부당 청구액이 1억 원에 육박한 경우도 있었다. 한 예로 A씨는 업무 중 ‘용접 가스에 의한 화상’을 입고 4개월간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통해 9952만 원을 청구했다가 적발돼 전액 환수 조치됐다. 이처럼 산업재해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을 이용한 사례는 산재 은폐를 통한 재정 손실을 발생시키며 건강보험의 취지와 목적에 어긋난다.
문제는 적발된 사례가 산재 은폐로 발생한 건보 부당 청구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18년에 수행된 ‘산재은폐로 인한 재정 누수방지 방안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산재 은폐로 발생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 금액은 연간 277억~3218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적발된 금액의 4.3배에서 최대 5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대규모 재정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이를 충분히 방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운영된다. 산업재해는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받아야 하며 이는 근로자의 권리 보호와 직결된다. 그러나 산재를 신고하지 않고 건강보험을 사용하는 경우 근로자는 산재보험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산재보험은 치료비뿐만 아니라 휴업급여‧장해급여‧유족급여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데 근로자가 이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산재 은폐와 미신고로 건강보험 재정 손실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연간 4~5만 건에 달하는 불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 자료 연계를 통한 사후 적발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더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해 산재 은폐로 발생하는 재정 손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건강보험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법적 문제를 넘어 국가 재정과 피해 근로자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산재 보험의 올바른 활용과 함께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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