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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오뉴월 겻불도 쬐다 나면 서운하다”는 말이 있다. 겻불은 정말로 미지근하다. 겻불은 ‘벼·보리·조 따위의 곡식을 찧어 벗겨 낸 껍질을 태우는 불’을 이르는 말이다. 처음에는 연기만 조금 나다가 한참 있으면 노란 연기가 올라온다. 이때 자칫하면 ‘펑’하고 큰소리를 내며 터진다. 필자도 그 소리에 놀라 뒤로 자빠진 경험이 있다.
그래서 ‘당장에는 하찮은 것 같지만 없어지고 나면 아쉽다’는 것을 비유할 때 ‘오뉴월 겻불’이라고 한다. 발음은 [겨뿔/겯뿔]이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겨불내’라고 한다.
“양반은 얼어 죽을지언정 겻불은 안 쬔다”는 말도 있다. 어려운 처지의 백성이 ‘겻불’이라도 쬐게 하려고 사양하는 게 양반의 도리라는 말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의 모습을 말할 때는 “양반은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은 안 쬔다”고 하기도 한다. 여기서 ‘곁불’은 ‘얻어 쬐는 불’ 혹은 ‘가까이서 보는 덕’을 의미한다. 그래서 발음은 같지만 ‘겻불’과 ‘곁불’은 전혀 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곁불에 게 잡을 생각을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노력을 들이지 않고 남의 덕으로 이익을 얻고자 할 때 쓰는 말’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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