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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기관 없는 정당은 신병 훈련소 없는 군대
정당의 교육기관 상실은 입대한 신병을 훈련시키지 않고 바로 자대로 배치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논산훈련소를 없앤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 결과 국회의원·지방의원은 물론 당협 조직도 모두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당협 행사에 강사로 초청받아 간 적이 있었다. 300여 명의 당원이 모인 곳은 강당이 아닌 소나무밭이었다.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 70대 이상이었다. 1시간 강의해 달라 해서 갔는데 모인 사람들은 10분 만에 끝내 달라고 했다. 그래도 그곳은 외부 강사를 초청했지만 다른 곳은 당협위원장이 스스로 강의하고 끝낸다고 했다. 정치 학교가 사라진 우파 정당의 리얼한 모습이다.
이렇게 하여 국민의힘은 정체성을 상실한 무이념 정당으로 전락해 좌파의 놀림감이 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대통령·국회의원도 자체적으로 양성하지 못하고 항상 남의 아들을 양자로 들이는 불임 정당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당 정체성을 살리자고 하면 마치 극우 세력인 것처럼 죄책감을 느끼는 당이 되고 말았다. 당의 생명이 다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지방의원·보좌관·당료 모두 당 정체성 교육 운동을 통해 강력한 정치 병력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새로운 피 수혈’의 문제
국민의힘에는 정체성을 잃은 국회의원이 많은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국회의원 충원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000년 이후 새로운 정치 신인을 충원했는데 그 과정이 정반대였다.
민주당은 2000년 4월 총선 전 ‘새로운 피 수혈’이라는 명분으로 신진들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했다. ‘새로운 피 수혈’이란 젊은 사람들을 당에 넣는다는 의미인데, 그런 명분하에 끌어들인 게 바로 임종석·이인영·우상호 같은 종북 주사파들이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선 “저쪽에서 ‘새 피 수혈’한다는 데 우리도 새 피를 수혈하자”며 국가관이 투철한 중진 다선 의원들을 배제하고 사상이 혼미한 스펙 좋은 젊은이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5년 이상 하면서 자기 당 대통령을 스스로 탄핵하는 자살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현재 또한 그것은 변함없다. 그러니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동조하는 자살 사건이 또다시 발생할까 우려되는 것이다.
당 정체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자당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없다. 마음에 안 들면 또 버리고 길거리에서 후보자를 주워 오거나 적진에서 빌려오는 넝마 행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결국 당은 설 자리를 잃고 소멸로 갈 것이다. 이제 그것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공산당의 국가 운영 방식을 답습하는 좌파 정당
북한·중국 등 공산국가에선 공산주의 사상이 투철한 인물을 선별해 공산당에 입당시키고 이들을 행정기관·사법기관·군조직 같은 국가조직에 파견해 통제하고 이끌어 가는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한다.
국가를 이끌어 가는 공산당은 공산주의 사상과 노선에 충실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지속적인 교육 훈련을 통해 철저히 당이 하나가 되게 만든다. 이러한 노선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좌파 정당들도 당의 사상 노선에 충실한 사람들을 충원하고 당 노선에 충실하도록 만든다. 진보당은 물론 민주당 등도 철저히 사상적으로 투철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당을 운영한다.
반면에 우파인 국민의힘은 사상과 노선에 충실한 사람을 공천하지도 않고, 종북좌파 정당들과 싸울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우파·중도 정당들은 현 정세가 종북 세력과의 체제 전쟁 상황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철저한 당 정체성 교육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이념 정당, 전투적 정당으로 변신해야 할 것이다.
체계적인 정치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대로 된 교육기관은 물론 교육 과정 또한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중앙당 간부·국회의원·지방의원은 물론이고 의원 보좌관·당료·지방 당협위원회 간부들까지 제대로 된 정치교육을 공유한 바가 없다.
그래서 국회의원 보좌관을 채용할 때 정치력이 있는 우파 성향 대상자가 없어 좌파 정당 출신 보좌관을 채용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당 내부의 정보가 좌파 정당에 줄줄 새는 것이다.
보좌관은 당을 이끄는 기반 조직
우파 정당에 보좌관 양성 과정이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국회의원 1명당 8명, 인턴까지 포함하면 9명의 보좌관을 둘 수 있는데 국회의원이 100명이면 보좌관이 900명이고, 국회의원이 200명이 되면 1800명의 보좌관이 필요하다.
보좌관이 국회의원 밑에서 정치 실무를 담당하며 당을 사실상 이끄는 기반이다. 국회의원이 일일이 법조문 연구·메시지 관리·조직 관리·정보관리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좌관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필자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한 우파 시민단체와 함께 우파 정당 보좌관 및 선거 운동원 양성을 위한 50시간 분량의 정치학교를 설계해 시행한 적이 있다. 당시 정치학교에선 국가정체성 교육과 함께 좌파 세력의 실체 및 선거 전략전술, 나아가 선거법과 후보 등록 방법 등의 실무까지 포함해 교육했다. 5일간 하루 10시간씩 강행군을 했는데 열기가 뜨거웠다. 반응이 좋아 추가 강의를 했고, 150시간까지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이 있을 정도였다.
이러한 정치학교 운영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청년 세대를 우군화하고 지지도를 넓히는 길이고, 당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우파 국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수 선수들이 잘려 나간 배경
우파 정당은 종북좌파 세력의 프레임전 등 전략 전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휘말려 주요 진지를 거듭 빼앗겼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던 우파 정당은 불과 20여 년 만에 완전히 역전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종북좌파의 ‘최순실 프레임’에 걸려 탄핵당하고 정권마저 빼앗겼다.
좌파 세력은 우파 정당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집중적인 공격을 해댔다. 부패 세력 프레임으로 공격하거나 수구꼴통·극우 세력 등 색깔론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파 정당은 좌파가 쳐 놓은 프레임에 걸려 스스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우군의 우수 선수들을 내치고 당 정체성과 전투력이 있는 인물들을 하나씩 쳐내고 말았다.
그 결과 국민의힘은 이제 이빨과 발톱이 없는 유순한 호랑이들의 사육장으로 변했다. 이렇게 무력한 정당이 된 것은 좌파 세력의 프레임에 말려든 탓이다.
윤리·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 자지러지는 우파
좌파 세력이 우파를 약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윤리·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좌파들은 어지간한 도덕적 잣대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데 우파는 조그마한 도덕적 결함만 나타나면 바로 잘라 버린다.
한 인물이 만들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는지를 망각한 채 약간의 결함만 보이면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우파의 약점을 알기 때문에 좌파는 우파 인물들의 과거 발언들을 찾기에 바쁘다.
심지어 좌파가 한나라당에 대해 ‘차떼기당’ 프레임을 걸자 거기서 벗어나고자 천막당사로 이사하고 천안연수원을 팔아 국고에 반납하는 등 오버 행동을 하기도 했다.
지구당을 없앤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구당은 우파의 가장 튼튼한 하부 조직망이다. 지구당은 지방선거·총선·대선 등 선거를 치를 때 유권자를 끌어모으는 핵심 조직 기반이었다.
과거 공화당·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 등 우파 정당이 조직선거에 능했던 것도 지구당 조직이 탄탄하기 때문이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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