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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투자계획이 없거나 세우지 못했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3일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11월에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2곳 중 56.6％가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투자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11.4％였다.
전년과 비교하면 ‘계획 미정’은 6.9％p 증가했고 ‘계획 없음’은 6.1％p 늘었다. 반면 ‘계획 수립’은 32.0％로 2023년보다 13％p 감소했다.
내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내년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39곳) 중에서는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는 경우(28.2％)가 확대하는 경우(12.8％)보다 많았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은 59.0％였다.
작년 조사까지만 해도 ‘투자 확대’(28.8％)가 ‘축소’(10.2％)보다 많았는데 1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내년 국내외 부정적인 경제전망(33.3％)·국내 투자환경 악화(20.0％)·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이 지목됐다.
한편 전체 응답 기업의 77.8％는 내년도 설비투자의 주된 형태에 대해 기존 설비를 유지·개보수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적극적인 설비 확장은 18.9％, 구조조정에 중점을 둔다는 답변은 3.3％였다.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42.9％)가 가장 많이 뽑혔고 고환율 및 물가상승 압력(23.0％)·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교란 심화(13.7％)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투자 저해 요인으로는 설비·연구개발 투자 지원 부족(37.4％)·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규제(21.3％)·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15.0％) 등이 꼽혔다.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는 금융지원 확대(21.0％)·세제지원 강화(16.9％)·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돼왔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이 투자 확대의 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하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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