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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데이’ 완전 복원”… 트럼프 역사전쟁 가속화
“美 역사·문화 자긍의 날”… 2020년 첫 임기 때 선언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反美 해석에 전면전 선포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8 16:05:20
▲ 2020년 6월10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한 공원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이 목 잘린 채 서 있다. 당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발발한 '흑인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폭동 와중에 백인 중심 역사를 부정하는 관점이 한층 힘을 얻었다. 이틀간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로스앤젤레스, 미네소타주 국회의사당 등의 콜럼버스 동상이 훼손됐다. 연합뉴스
  
▲ 2021년 10월 두 번째 월요일인 8일(현지시간) 백악관 북편 잔디밭에서 민주당 소속인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원주민의 날' 선언문에 사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콜럼버스의 날'로 복원시켰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둘째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로 완전히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2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글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돌아온다”며 이 날을 과거 수십 년 유지됐던 동일한 규정·날짜에 맞춰 되살린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콜럼버스 명성을 파괴하고자 했다”며 이런 경향이 워키즘 즉 깨어있음주의(Wokesim) 흐름 속에 진행돼 2020년 6월 콜럼버스 동상이 훼손된 점도 짚었다. 
 
1492년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콜럼버스의 날은 20세기 후반 이래 여러 주(州)에서 ‘원주민의 날’로 기념돼 왔으며 근년 첨예한 역사관의 충돌이 부각됐다. 트럼프는 10년 전 정계 입문의 명분 자체가 역사관·세계관 전쟁이기도 한 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개척·모험 정신의 상징인 콜럼버스 대신 그 과정에서 피해 입은 원주민 중심으로 과거사를 바라본 시각이 피씨즘(정치적올바름주의)과 그것의 심화 버전인 워키즘을 통해 힘을 얻었다. 지난 20~30년 학계·언론계 등 지식인 사회 대부분, 나아가 그간 미국에서 인문·사회과학 쪽 전공을 한 사람 모두 여기서 자유롭기 힘들다.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깜짝 승리’의 배경을 피씨즘과 이에 편승해 부·명예를 누리는 엘리트들을 향한 백인 서민층의 분노에서 찾기도 한다. 그 연장에서 2기 트럼프가 역사전쟁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트럼프 진영에선 ‘신대륙 발견’과 ‘미 건국’의 긍정적 관점이야말로 자국민들이 공유해야 할 부분이며, 이를 점령과 학살로만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미국=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 ‘반미’ 의식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콜럼버스로 상징된 ‘탐험’ ‘개척’ 정신과 기독교 프로테스탄티즘에 기반한 인류 최초 자유민주공화국 탄생이 미국사의 큰 줄기라는 관점이다.
 
20세기 중후반 이래 미국 개척사를 백인에 의한 원주민 착취·약탈로 기술한 역사가 소련 해체 및 탈냉전시대 들어 급성장해 지식인 사회에 뿌리내렸다. 2019년 뉴욕타임스 주도의 ‘1619 프로젝트’는 상징적이다. 첫 아프리카 노예들이 버지니아에 도착한 해를 미국 역사의 출발점으로 삼아 모든 것을 노예 및 노예제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것이다. 이들은 콜럼버스 기념을 식민 침략·유산·가부장제 미화로 간주한다. 이 기준에 의거해 미 주요 대학 커리큘럼이 짜여지면서 고전적 문학·미술·음악 작품들은 대거 삭제당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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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면으로 맞선 게 트럼프와 그 지지층이다. 콜럼버스보다 원주민을 기념하도록 이끄는 게 ‘비판적인종이론’이다. 이런 역사 해석에 일찍부터 반감을 드러내 온 트럼프가 이번 SNS 메시지를 통해 구체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2020년 첫 임기 당시 콜럼버스의 날을 “미국 역사·문화에 대한 자긍심의 날”로 재정의했다. 미국 내 역사 인식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인 가운데 이뤄진 결정이었다. 미 역사 전쟁의 중요한 장을 연 셈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0개 주 가운데 16개 주만 ‘콜럼버스의 날’ 명칭을 공식 사용한다.
 
 
2021년엔 조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원주민의 날 기념포고문을 발표했다.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토지 강탈, 전염병 확산, 강제노동·학살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500년 서유럽인들의 행보를 단순 악마화할 경우 문명사 자체가 부정될 딜레마에 빠진다. 신석기~청동기 시대 상태였던 지역에 철기문명을 소화하고 흑사병까지 겪으며 면역력을 기른 사람들의 도래란 문명의 진보를 향한 발걸음의 일부이기도 한 점, 잔혹한 우여곡절과 시행착오 속에서 얻어진 것들이 망각되기 때문이다.
 
 
이날 AP통신은 이탈리아 이민자가 늘면서 이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콜럼버스 띄우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정작 콜럼버스는 현 미국 영토를 밟아 본 적 없으나 1792년 뉴욕시에서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 300주년 첫 공식 기념행사가 열렸고, 1869년 이탈리아계 미국인 단체들이 콜럼버스를 적극 기념하기 시작했다. 1934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연방 차원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했으며 1968년 ‘월요일 공휴일 법안’이 통과되면서 날짜가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옮겨져 1971년 콜럼버스의 날이 공식 연방 공휴일이 됐다.
 
 
한편 1977년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비정부기구(NGO) 회의에서 ‘콜럼버스의 날’을 대신한 ‘원주민의 날’을 제안한 이래, 1992년 미 캘리포니아주 버클리가 콜럼버스의 날을 폐지하고 처음 ‘원주민의 날’을 공식 채택했다. 마침 이 해가 콜럼버스 신대륙 도착 500주년이었다. 이후 점점 더 많은 도시와 주가 이를 따라하게 됐고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문 발표에까지 이른 것이다. 앞으로도 역사 전쟁은 계속될 것이며 미국 사회가 과거를 어떻게 인식하고 현재와 미래를 모색할지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과거 콜럼버스의 날엔 퍼레이드와 축제 등 다양한 기념 행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관행의 축소 내지 취소되면서 원주민 권리·문화를 일깨우는 행사 및 교육 프로그램이 우세하다. 워싱턴DC 외 최소 14개 주(알래스카·하와이·아이오와·루이지애나·메인·미시간·미네소타·뉴멕시코·오리건·사우스다코타·버몬트·워싱턴·위스콘신)는 콜럼버스의 날을 기념하지 않으며, 사우스다코타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날’만 따로 기념한다. 오클라호마에선 도시마다 토착 부족명을 딴 이름으로 구(舊)콜럼버스의 날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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