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2º
습도 95%
대전 26º
습도 95%
부산 26º
습도 85%
)
이재명 대통령이 세월호·이태원·오송·무안 여객기 참사 등으로 가족을 잃은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0여 명을 청와대 영빈관에 초청해 공식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고, 유가족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날 간담회는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으며, 참사의 아픔을 겪은 유가족과 정부가 직접 소통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를 대표해 사죄드린다”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보호받아야 할 때, 국가는 그 자리에 없었다”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풍토 속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 수는 없고, 유족의 가슴 속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지도 않겠지만,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국민이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발언 말미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모으고 유가족을 향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정부의 사과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각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추모 공간 조성 등을 촉구했다.
최은경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재난 이후 아무런 안내도,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정조사 추진과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 공간 조성을 요청했다. 또한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의 형평성과 청주시에 대한 행안부 차원의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송해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특조위에 참사 관련 정보 전면 공개와 대통령의 추모식 참석, 인력·예산 확보”를 요청했다. 김유진 무안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특별법 개정과 항공사고조사위의 독립,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설립 등을 강조했다.
김종기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차 가해와 국가 폭력에 대한 사과가 여전히 없었다”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생명안전공원 건립, 피해자 의료지원금 지급 기간 제한 폐지를 추진해달라”고 호소했다.
간담회에는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경찰청 등 주요 부처 차관과 관계자들이 함께해 유가족 발언을 청취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 요청에 대해 현장에서 즉각적인 조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의 조롱 등 2차 가해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전담팀을 만들어 법적 조처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은 “유족들이 의사 소견 없이도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송 참사 유가족이 "지방정부만으로는 대응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게 “행안부가 적극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행안부 측은 "참사 대응 매뉴얼을 개선하겠다"고 응답했다.
다만 국정조사 추진과 같은 정치적 절차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국정조사는 국회 몫이라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렵다”며 현실적인 한계도 언급했다.
간담회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약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말하지 못한 유족을 위해 영빈관 입구에는 ‘마음으로 듣겠습니다’ 편지지가 비치돼, 대통령이 모든 유족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끝으로 “이런 자리를 오래 기다리셨을지 모른다”며 “여러분의 말씀을 듣고 필요한 대책을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 정부의 부재로 인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