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에 담긴 건축학적 사유… 이동춘 사진전 ‘정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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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9일~8월17일 류가헌 갤러리서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30 10:58:43

한옥 사진가 이동춘 작가의 ‘정방도(正方圖)’ 전시가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29일부터 열리고 있다.

한옥 속 정방형의 원리를 조명한 이번 전시는 가로와 세로가 같은 사각의 틀을 통해 우리 한옥의 멋을 포착한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조선 중기 학자인 간재 변중일(1575∼1660) 가문의 역사가 묻어나는 경북 안동 간재종택, 서애 류성룡(1542∼1607)의 집인 충효당의 대문채 등 종택과 정사, 서원 등 유교 건축의 상징적 장소를 촬영한 사진 20점을 만날 수 있다.

이들 공간은 고택이 지닌 역사적 사료적 가치를 넘어 유교적 삶의 방식과 건축 사유를 보여 준다.

한옥은 수직과 수평의 조화, 공간 분할이라는 점에서 네덜란드의 근대 미술 화가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몬드리안은 추상적인 형태와 색상을 통해 질서와 균형을 추구했고 한옥은 기하학적인 구조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건축학적 사유에 도달했다.

한옥이 기둥과 보, 창호 등을 통해 수직과 수평의 구조를 확립하고 방과 마루, 툇마루 등을 통해 공간을 분할했다면 몬드리안은 색면과 선을 사용해 화면을 분할한다.

한옥은 실생활의 공간으로서 유교적 가치관과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며 몬드리안의 작품은 예술작품으로서 보편적인 질서와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작가는 “정방도의 틀 안에는 수백 년을 살아낸 가문의 정신과 사람을 위한 배려, 그리고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의 철학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정방도’란 단지 방의 구도가 아니라 수백 년을 살아낸 가문의 정신이자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탄생한 공간에 대한 사유이다.

특히 문지방을 낮춘 월문(月門)의 구조와 방과 방 사이의 거리감은 전통 건축의 미학을 넘어 인간 중심의 설계 철학을 보여준다.

이동춘 작가는 2005년부터 전국의 종가와 고택을 다니며 한옥을 기록해 왔으며 미국 LA한국문화원을 비롯해 독일·헝가리·불가리아·프랑스 등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안동 후조당 등 고택과 서원을 한지에 인화해 소개한 파리 오&송 갤러리 전시에서는 K건축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시는 8월17일까지 이어진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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