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만사만감] 50년의 광복 투쟁, 두 번 무너져도 두 번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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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8-13 00:02:55

8월15일, 우리는 광복을 기념한다. 하지만 1945년의 해방은 하루아침에 찾아온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무려 반세기에 걸친 치열한 항일 전쟁의 결실이었다. 우리의 근대사는 ‘두 번의 패망’과 ‘두 번의 부활’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 패망은 1894년 갑오왜란에서 시작됐다. 동학농민군의 봉기를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청·일 양국의 군대가 한반도에 들어왔고, 일본군은 궁궐을 침범해 고종을 사실상 생포했다. 고종은 비밀리에 전국 의병 거병을 지시했으나, 우금치 전투 패배로 동학군의 재봉기는 실패했고, 일본은 이 사건을 ‘갑오경장’으로 포장하여 침략전쟁의 본질을 감췄다.

두 번째 패망은 1904년 갑진왜란, 즉 러일전쟁 시기였다. 일본은 한반도를 전쟁 전초기지로 삼았고, 대한제국은 국권을 잃었다. 그 과정에서 1895년의 ‘을미왜변’은 치욕의 상징이었다. 민 왕후가 일본군의 손에 시해당했고, 고종은 아관망명을 통해 필사적으로 망명정부를 세우며 일시적으로 왕권을 회복했다. 하지만 국운은 이미 기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첫 번째 부활’이 있었다. 고종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신식 군대와 근대국가 체제를 정비했다. 이는 단순한 개혁이 아니라 항일 전쟁이었다. 대한제국의 광무황제가 된 고종은 국론 통일, 첨단 무기 확보, 국제 동맹이라는 3대 안보 조건을 충족시키려 했다. 하지만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면서 대한제국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두 번째 부활’은 1905년 이후 본격화된 40년 장기 독립전쟁이었다. 을사늑약 이후 의병 전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무장투쟁은 만주와 연해주, 상해와 미주로 뻗어 갔다. 1919년 4월11일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고종 시해에 분노한 만백성의 3·1만세운동의 함성 속에서 창건된 것이다. 광무개혁 기간 동안 길러진 민족의 기둥들이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수많은 무명의 투사가 되어 피와 목숨을 바쳤다.

‘대한민국 임정’은 독립전쟁의 승리로 카이로선언을 쟁취했다. 1943년 11월27일의 카이로선언은 한국 독립전쟁의 승리를 미리 알려 준 최초의 국제 문서였다. 1년 9개월 뒤 일제는 완전히 패망했고, 대한민국은 해방되었다. 국내망명국가 ‘대한제국’은 1919년 고종의 독시에 총궐기한 백성의 3·1만세운동을 통해 국외망명국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부활했고, 이 부활은 1948년 정식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완성되었다. 한국 민족은 50년 장기 전쟁을 줄기차게 수행한 끝에 마침내 승리한 것이다.

광복은 결코 ‘패전국 일본의 몰락’만으로 온 것이 아니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국민적 항쟁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독립 국가의 정통성 덕분에 우리는 패망국의 속국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임시정부의 외교와 군사 활동, 학생과 여성들의 비밀결사 운동, 문화·언론 투쟁이 서로 맞물렸다.

두 번의 패망을 겪으면서도 두 번의 부활을 이뤄 낸 조상들의 피의 항쟁이 없었다면 우리는 광복절을 맞이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1894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장기 항일 전쟁의 기억은 우리가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부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8월15일, 우리는 그 거울 앞에 서서 묻는다.

“우리는 오늘, 부활의 역사를 이어 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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