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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가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UFC)를 보유한 TKO그룹과 내년부터 7년간 UFC 전미 중계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달 초 할리우드의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합병한 파라마운트가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UFC의 중계권까지 손에 넣어 더욱 업계의 눈길을 끌게 됐다. 이번 계약은 UFC의 13개 주요 이벤트와 30개 ‘파이트 나이트’ 등 연간 전체 일정에 대한 것으로 총 77억 달러(10조7284억 원) 규모다. UFC 독점 중계란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당히 파격적 전략으로 평가된다.
명목상 ‘대등한 합병’이지만 실질적으론 스카이댄스가 주도권을 잡은 인수합병(M&A)에 가깝다. 새 이름이 지명도 면에서 우위인 파라마운트를 앞에 얹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컴퍼니’다. 파라마운트가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되 법적 지배 구조와 경영권은 스카이댄스 측이 차지한 구도다. 파라마운트 측 기존 경영진 상당수는 퇴임하거나 자문역으로 전환됐으며, 스카이댄스와 그 투자자 컨소시엄(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레드버드 캐피털 등)이 신규 자금 투입 및 기존 지분 매입 방식에 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 합병의 의미는 방송·영화 스튜디오 제작 중심이던 파라마운트를 AI·디지털 제작·스트리밍·게임까지 아우른 콘텐츠·기술 융합 기업으로 재편한 점에 있다. 이로써 전통적 제작 문화 때보다 민첩한, 테크 중심의 제작·배급 방식이 도입됐으며 영화·방송·스트리밍 등 전방위 콘텐츠 역량을 통합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UFC 모든 경기는 미국에서 스트리밍 플랫폼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 제공되며 일부 경기가 파라마운트 산하 CBS방송에서 동시 송출된다.
디즈니 ESPN이 5년간 평균 5억 달러를 지불하며 UFC 중계권을 보유해 왔으나 올해 말 계약 종료다. 파라마운트는 스트리밍 가입자에게 UFC 시청에 따른 추가 요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ESPN+에서 일부 프리미엄 경기에 적용했던 유료 시청(PPV) 방식 자체가 폐지된 셈이다. TKO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 마크 샤피로는 “PPV 모델이란 과거의 유물”이라며 “파라마운트+에 월12.99달러만 내면 UFC 전체 경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UFC 경기는 연중 내내 열리기에 다른 스포츠보다 시즌 종료 후 구독 해지 가능성이 작아 스트리밍 서비스 주체 입장에선 안정적 수입원이다.
파라마운트는 UFC 국내뿐 아니라 국제 중계권도 손에 넣고자 움직이고 있다. 국제 중계권은 매년 약 3분의1 갱신되며 파라마운트가 각국의 중계권 만료 때마다 30일간 독점 협상권을 가지게 됐다. 영화 ‘대부’ 등의 제작사로 유명한 파라마운트픽처스와 CBS·MTV 등을 보유한 파라마운트는 케이블TV와 전통적 의미의 방송 사업을 통해 성장했으나 뉴미디어의 약진 이래 다른 기존 미디어 기업들처럼 고전해 왔다.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2014년 파라마운트+를 런칭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든 게 시대적 행보이긴 했지만 승부는 무엇을 스트리밍해 소비자를 끌어모을 것인가에 달렸다.
신임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이 기술 중심의 콘텐츠 배포, 인공지능 활용, 스트리밍 플랫폼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며 AI번역·가상 제작 등 신기술 접목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것을 비즈니스인사이드와 여러 외신들이 일제히 짚었다.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의 기대감으로 파라마운트 주가가 소폭 상승했으며, 전문가들 역시 기술통합과 스트리밍 경쟁력이 실효성을 보인다면 기업가치 회복 여지가 클 것으로 본다.
다만 정치적 논란도 있다. CBS 모회사인 파라마운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소송을 합의로 종결한 덕분에 이번 합병이 성사됐다며 언론의 독립성 훼손 위험성을 여러 매체들이 지적하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내부적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FCC가 지난달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며 CBS뉴스에 ‘옴부즈맨 도입’ 등을 요구한 것은 그나마 최소한의 안전 장치 구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와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이 파라마운트 산하 CBS뉴스의 일부 진행자와 제작진을 상대로 벌인 해당 소송에서 원고 측은 CBS가 트럼프와 그의 사업·정치 활동을 다룬 보도에서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4년 대선 운동과 (2021년 발생한) 1.6사건 관련 보도를 문제 삼았다. 소송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형식으로 제기됐으며, CBS가 1600만 달러(216억 원)를 트럼프 퇴임 후 도서관과 법률 비용에 지불하기로 합의됐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측은 CBS의 유서 깊은 인터뷰 ‘60분’이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 인터뷰를 실제보다 달변가처럼 편집해 내보낸 것도 ‘허위사실 유포’ ‘선거 개입’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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