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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을지프리덤실드’(UFS)의 일부 야외기동훈련(FTX)이 기상과 일정 조정 등을 이유로 축소되거나 가을로 연기된 가운데, 북한이 인민군 포병부대의 사격훈련으로 맞불을 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불참했지만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영길 총참모장 등 군 수뇌부가 참관하며 전쟁 수행 능력 과시를 노렸다.
1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국경 너머의 군사 깡패를 철저히 억제했다”며 전날 진행된 포병부대 사격훈련의 의의를 강조했다. 신문은 이번 훈련이 ‘신성한 국가의 안전과 주권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는 군대의 대적 의지를 과시한 계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보도 사진을 보면 훈련에 투입된 무기의 수량과 제원이 제한적이어서 대규모 군사훈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최근 5년간 노동신문이 보도한 포사격 훈련 중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은 사례는 2021년 11월과 2023년 2월 두 차례뿐이라고 설명했다.
UFS, 절반 가까운 FTX 9월로 연기
북한 “훈련 강도 완화” 해석 가능성
北, 국방상 명의 담화 격 높여 경고
전문가 “FTX 축소, 억제 3대 축 약화”
정부는 이번 훈련이 18~28일 예정된 UFS를 겨냥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한미는 지난 7일 올해 UFS 계획을 발표하면서 애초 40여 건으로 계획된 FTX 중 20여 건을 9월로 연기했다. 훈련 발표문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북한의 위협’이라는 직접 표현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그럼에도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여전히 미군 5세대 전투기(F-35A·F-22 등), 첨단 감시자산, 북한 핵 위협 대응 시뮬레이션 등 고강도 요소가 포함된다. 한미는 전구(戰區) 전역에서의 합동·연합 작전 수행 능력 점검, 사이버 방어, 유엔군사령부 회원국과의 다국적 연합훈련도 병행할 계획이다.
전날 노광철 북한 국방상은 담화를 통해 “계선을 넘어서는 그 어떤 도발 행위도 좌시하지 않고, 자위권 차원의 주권적 권리를 엄격히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담화에서는 “UFS가 실제적인 핵전쟁 상황을 가정해 진행되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도발”이라며, “정전 상태인 한반도의 예측 불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지역 불안정을 고착시키는 진정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이번 담화가 지난해 국방성 공보실장 명의에서 올해 국방상 명의로 격상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어휘와 표현 강도는 과거에 비해 비교적 절제돼 있었으며, 위협보다는 입장 표명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FTX 축소가 △연합 ISR 운용 △방어→공세 전환 시나리오 △북한 대응 비용 압박 등 억제의 3대 축을 동시에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직 연합훈련 참모 출신의 외교·안보 A전문가는 통화에서 “이번 UFS 일부 FTX를 가을로 미루는 것은 억제력의 핵심을 스스로 희석하는 결정”이라며 “연합 대연습의 목적은 북한에 ‘우린 방어만 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고, 방어 직후 공세 전환을 실제 병력·장비로 보여줘야 억제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A전문가는 “CPX(지휘소연습)만으로는 병참·통신·지형·기상·피로 등 ‘전장 마찰’을 몸으로 겪을 수 없다”며, “대연습 땐 정찰기·위성 등 ISR 운용 단계가 평시보다 2배 가까이 올라가는데, FTX 축소는 ISR 템포와 압박 지속성을 떨어뜨리고 북한의 대응 비용을 낮춘다”고 분석했다.
합동·연합 작전 경력의 B전문가도 “훈련은 군사 효용 기준으로 설계돼야 하며, 정치 일정에 맞춰 형식만 남기면 전장 효용은 급전직하한다”며 “우리가 FTX를 하면 북한은 전시 태세 격상, 야외 기동, 유류·정비·병참 투입 등 막대한 비용을 치르지만, 훈련을 줄이면 북한은 편해지고 우리는 정보·전술적 이득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정 변경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가을 전개 시 규모·강도·가시성을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며 “보여주는 억제(Visible Deterrence)가 있어야 외교·정치 레버리지도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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