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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범 총탄에 숨진 청년 우파 운동가 찰리 커크의 죽음이 미국 보수진영 재결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 추모식에서 “부흥회 같다”고 했으며 참석자들은 커크를 예수·모세·사도 바울·순교자 스데반 등에 비유해 기렸다. 기독교 탄생·교회 부흥의 서사가 보수주의 부활로 이어지길 갈망한 메시지들이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앞세워 재집권에 성공한 후 트럼프 진영 균열 조짐이 있었기에 더욱 눈길을 모은다.
커크의 아내 에리카는 울먹이면서 저격범을 “용서한다”며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자신을 조롱하는 군중에 대해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소서. 자신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라고 한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커크의 죽음 이후 그가 설립해 이끌던 ‘터닝포인트USA’의 지부 개설 요청이 전국에서 수만 건 쇄도 중이다. 내년 중간선거 승리를 몰아 2028년 정권 재창출이 과제인 트럼프에겐 호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란 핵시설 공격 등 국제 갈등에 개입한 게 마가의 미국우선주의와 충돌한 터였다. 또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부(DOGE)를 맡아 과감한 행보를 보이다 트럼프와 공개 언쟁을 벌인 끝에 결별할 듯한 기세였으나 이번 추도식장에서 나란히 앉아 담소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
머스크는 트럼프정부가 밀어붙인 대규모 세금 감축 및 지출 법안이 재정적자를 대폭 늘린다고 반발하며 7월엔 아예 신당 창당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었다.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군 선두두자인 JD 밴스 부통령이 커크 빈자리를 대신해 그의 팟캐스트를 진행한 것, 트럼프와 머스크의 담소 모습 등이 마가 진영의 단합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미 언론에선 이날 추도식 참석자를 9만~10만 명 내외로 추산했다. 수용인원 7만3000명의 스타디움이 찼고 근처 야외와 인근 경기장에서도 모였다. 순례객처럼 십자가를 메고 온 참석자, “굴복하지 않겠다”는 손팻말 등이 목격된다. 마지막 연사 트럼프가 “파이트”(fight)를 연호하기도 했다. ‘Fight’는 작년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장에서 구사일생한 트럼프가 귓등을 스친 총탄에 피묻은 얼굴로 군중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며 외친 이래 인기몰이를 한 단어다. 작년 대선의 판세를 크게 좌우한 것으로 평가된다.
커크는 전국의 대학을 돌면서 공화당이 약세인 20·30세대 설득에 앞장서 왔다. 커크는 특정 이념 주입의 장이 된 대학 현실을 보며 진학을 포기하고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대학가를 찾아 다양한 문제를 둘러싸고 기독교 가치에 기반한 신념을 설파해 온 커크는 ‘내가 틀린 걸 증명해 봐’ 슬로건 아래 진행된 무수한 토론 영상들을 남겼다.
한편 추도식에서 트럼프는 ‘안티파’를 국내 테러 단체로 지정한 사실을 거론하며 커크 죽음에 급진 좌파 시각의 책임을 물었다. 안티파는 전 세계 곳곳의 시위 현장에 나타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몇년 전부터 한국의 반미·반정부 시위장에도 검정·빨강 깃발을 그려넣은 안티파 로고가 출현한다. 트럼프는 이날 안티파를 “미 정부와 법 집행기관, 우리 법치시스템의 전복을 명시한 군사주의·무정부주의 단체”로 규명하며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해정명령은 모든 행정 부처·기관에 안티파의 불법 활동을 조사·방해·해체하기 위해 적용 가능한 모든 권한을 활용하도록 지시하며 활동 자금 지원자에 대한 수사 및 기소 조치도 담았다. 안티파 자금 지원 관련해선 조지 소로스를 겨냥한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소로스는 기독교 문명 해체을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해 왔다. 친트럼프 정부인 고국 헝가리에선 2018년 일명 반소로스법(Stop Soros)이 통과됐다.
지난달 트럼프가 리코(RICO)법에 의한 소로스 기소를 언급한 바 있다. RICO란 마피아 같은 조직범죄에 대처하고자 1970년 제정된 연방법이다. 일반 범죄보다 포괄적 기소와 중형이 가능하며 민사소송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트럼프는 또 안티파가 “전국적 폭력 테러 캠페인을 조직 실행하고자 불법 수단을 사용한다”며 해당 캠페인엔 “조직적 폭동, 이민세관단속국(ICE)등 법 집행기관에 맞선 무장 대치, 정치인·활동가 신상털이와 기타 위협 등을 통해 연방 법집행을 방해하기 위한 조율된 노력이 포함된다”고 짚었다.
백악관 보도자료는 수년간 ICE 요원·시설 공격 사례들을 들면서 안티파에 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특히 커크 암살뿐 아니라 작년 두 차례의 트럼프 암살 시도 등을 언급하며 “도덕적 비겁함, 우유부단함 내지 이를 급진 좌파 폭력의 유행병으로 부르지 못할 용기 부족이 아니라 두려움 없는 용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긴장한 모습이다. 역대 중간선거란 대부분 집권당에 불리하게 흘러가곤 했지만 커크 죽음이 몰고 올 효과를 우려하는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 더그 소스닉가 WSJ에 내년 선거 역시 “내년 선거에도 과거의 비(非)대선 중간선거 패턴을 따르기 쉽다”며 “커크 죽음이 투표율 면에서 공화당에 도움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견해가 결정적”이라고 현 상황을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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