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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에서 ‘계약했다가 포기하는’ 사례가 올해 유난히 폭증했다. 총액 기준 7조6600억원 규모의 계약이 해제됐고, 단순 계산으로 위약금만 7600억원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계약당 평균 약 1억3700만원을 버리고 돌아선 셈이다. 시장의 급변, 규제의 급류, 심리의 출렁임이 합쳐진 결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공공기관 매수 제외) 7만5339건 중 5598건이 계약 해제 신고를 했다. 해제율 7.4%는 실거래가 자료에서 ‘해제 여부’가 공개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해제율은 연중 내내 정책의 흐름과 거의 정확히 움직였다.
△1~2월·6.8%, 6.6% △3월·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강남3구·용산 확대 → 해제율 8.3% △4월·9.3% △5월·9.9% △6월·6·27 대출 규제(돈줄 죄기) → 해제율 10.6%로 연중 최고 △7월·10.1% △10·11월은 각 2.5%, 1% 수준이지만, 해제 신고가 늦게 들어오는 특성을 감안하면 추후 증가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올해는 연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 곧바로 확대 재지정, 6월 6·27 대출 규제, 9·7 공급대책, 10·15 규제지역 확대 등 굵직한 정책이 한 해에 몰아쳤다. 규제가 나올 때마다 시장 심리는 들썩였고, 계약 당사자들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 계약을 뒤집었다.
특히 해제율이 10%를 넘은 시기에는 “실거래 신고로 가격을 띄운 뒤 곧바로 해제하는 허위 계약 아니냐”는 의심도 시장 안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해제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올해 가격 상승률 1위 지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성동구·10.2% (1위) △용산구·10.1% △중구·9.8% △중랑구·9.3% △서대문구·9.0% △강동구·8.7% △강남구·8.6% 등이다. 시장 변동성이 높을수록 “거래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불신이 시장 가격을 더욱 흔드는 구조인 것이다.
반대로 ‘정책 흔들림에도 단단한 곳’도 있었다
서울 25개 구 중 해제율이 가장 낮은 곳은 송파구(5.1%)였다. 잠실 일대는 장기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움직임이 제한적이지만, 오히려 그 덕에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이어지며 해제율이 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뒤를 △관악구(5.6%) △강서구(5.6%) △구로구(6.1%) △은평구(6.2%) △도봉구(6.3%) 등이 잇따랐다.
단순히 ‘해제율이 높았다’는 차원이 아니다. 올해 해제된 계약들의 총액 7조6600억원, 건당 평균 13억6838만원이라는 점은 이 시장이 얼마나 ‘고위험 시대’로 진입했는지를 보여준다.
계약금의 일반적인 위약금 기준인 10%만 계산해도 평균 1억3700만원, 총 7660억원이 시장에서 증발했다. 1억이 넘는 돈을 잃고도, 사람들이 결정을 뒤집는 시장은 곧 정책 피로, 금리 부담, 경기 불확실성, 심리적 공포가 중첩된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거래량이 늘었음에도 계약 해제율이 급등했다는 사실은, 서울 부동산 시장 전체가 여전히 ‘가격이 아니라 심리로 움직이는 국면’에 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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