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4º
습도 95%
청주 25º
습도 90%
전주 25º
습도 85%
)
▲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인들은 주로 돈이 들지 않는 데이트를 선호한다. 경로우대로 수도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노인들은 최근 수도권 지하철역의 확장에 따라 활동반경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지하철로 갈 수 있는 ‘온양온천’과 ‘춘천’은 노인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은 곳이다. 사진은 수도권 내 한 공원을 산책하는 한 노년 커플.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이곳이 노인 관광 명소가 된 것은 관광 인프라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이곳까지 지하철이 생겼기 때문이다. 온양온천의 경우 전체 관광객의 1/3 이상이 노인들일 정도로 노인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만원 커플 데이트…목욕탕·찜질방 4000원, 국수 3000원, 씨티투어 2000원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온양온천역에 도착한 지하철에서 수많은 노인들이 하차했다.
온양온천역 노인일자리센터 관계자 김현자(가명·62·여)씨는 “온양온천역은 평일·주말 상관없이 많은 노인들이 목욕과 관광을 즐기기 위해 온다”며 “노인 방문객들이 많다 보니 다른 역에 비해 안내 인력을 많이 배치했다”고 전했다.
온양온천역 인근 아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최성희 사회복지사는 “다른 관광지에 비해 노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역 바로 옆에 노인복지관을 세웠다”며 “복지관은 관광안내센터 겸 노인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역 앞에서 만난 김영진(가명·69)씨는 “돈 있고 여유 있으면 좀 더 비싸고 규모 있는 곳을 가겠지만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는 값싸고 물이 좋은 온양온천이 알맞다”며 “이곳에 오는 노인들은 경제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다. 주변에는 생활비가 없어 경비를 서거나 청소를 하는 노인도 많다”고 전했다.
온양온천역의 관광비용은 저렴한 편이다. 온양온천랜드의 경우 경로우대는 입장료가 4000원이었다. 인근 시장에서 3000원짜리 국수를 사먹는다면 인당 7000원으로 관광이 가능하다.
2000원짜리 온양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할 경우 온양 전통시장에 위치한 무료 족욕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3000원짜리 국수를 먹으면 5000원이면 당일치기 관광이 가능하다. 1만원으로 커플 데이트가 가능하다.
박진숙(가명·여·68)씨는 남자친구인 조원구(75)씨와 함께 서울에서 함께 내려왔다. 박씨는“물이 좋아 피부병에도 좋고, 2000원이라는 싼 가격에 시티투어도 즐길 수 있어 좋다”며 “온양은 충청남도에서 장이 가장 크게 열리는 곳이라 친구들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박씨의 남자친구인 조씨는 “여자친구와 1주일에 한두번 온천을 찾는데 온천을 즐기고 시장에서 저렴한 음식을 사먹는 등 한번 데이트 할 때 1인당 1만원 전후로 소비한다”며 “서울에 비해 숙박요금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온양시내에 위치한 ‘온양온천탕’에서 근무하는 송월순(60·여)씨는 “노인분들의 경우 4000원으로 온천을 이용할 수 있어 많이 찾는다”며 “특히 노인들의 경우 큰 규모의 온천탕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소규모 온천탕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온양 전통시장에 위치한 홍두깨 칼국수의 김진수(46) 대표는 “평일에는 500명, 주말에는 약 1000명 인파가 몰린다”며 “가격이 3000원으로 저렴하다보니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과거 온양온천은 신혼 여행지로 유명했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노인 관광 명소가 됐다. 지난 2008년 지하철역 개통 이후 노인들의 유입이 늘면서 현재는 전체 이용객의 1/3 가량이 노인들일 정도로 노인 관광객이 많다. 보통은 당일치기로 많이 다녀오나 일부 노인 커플의 경우 이곳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천안 관광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지하철을 이용 중인 노인 커플 ⓒ스카이데일리
손님 90% 노인 식당…1인분 11000원 식사 후엔 춘천 관광 무료
지난 20일 오후 서울로 돌아오는 수도권 지하철 경춘선 전철 안에서 박현조(가명·80)씨와 김차연(가명·여·73)씨를 만났다. 이들은 춘천에 있는 굴봉산 등산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김씨는 “나랑 박씨는 동네 선후배 사이로 서로 알게 돼 사귀기 시작했다”며 “거의 매주 같이 여행을 다니며 즐기는 사이다”고 했다. 이어 “지하철을 이용하면 돈이 많이 안 들기 때문에 지하철을 적극 이용한다”며 “순환형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할 경우 1인당 3000원에 불과한 비용으로 춘천 곳곳을 관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숙박을 하면 여행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당일치기로만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행 경비는 한번에 평균 1만원에서 2만원이며, 숙박까지 하더라고 최대 5만원이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춘천에서 30년째 ‘은행나무 닭갈비·막국수’를 운영하고 있는 현희국 사장은 4년 전부터 식당에서 식사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춘천관광을 시켜주고 있다.
현 사장이 처음부터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춘천역에서 식당까지 오는 손님들에게 15인승 밴을 이용해 픽업서비스만 제공했다. 그러나 4년 전 춘천은 볼 게 없다는 손님을 태우고 직접 춘천의 명소를 보여주면서 무료 관광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은행나무 닭갈비 식당 안에는 20~30명이 넘는 손님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7~10명 팀 손님도 있고, 커플 손님도 있었다.
현 사장은 “우리 식당에는 20~30대 손님은 거의 없고, 중년 손님은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손님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노인들이다”고 했다. 이어 “커플 역시 노인 커플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노인 커플도 젊은 커플 못지않게 다정하다”고 말했다.
▲ 춘천에 위치한 ‘은행나무 닭갈비·막국수’(사진)는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식당이다. 식당 주인에 따르면 이곳 손님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은행나무 식당은 식사를 마친 손님을 대상으로 춘천 시내 무료 관광을 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스카이데일리
현 사장은 “우리 가게에서 식사 고객에 대해 무료관광을 시켜주기 시작한 이후 다른 식당에서도 우리를 따라서 관광을 시켜주기 시작했다”며 “관광코스는 의암호 스카이워크, 중도, 인어공주상, 소양강처녀상 등 시간과 인원수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식당은 관광비로 3000원 정도를 더 받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1인분에 11000원짜리 닭갈비를 시키면 관광은 무료다”며 “사실 관광까지 시켜주면 크게 이익을 보지는 못하지만 노인들에게 봉사하는 심정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운영하는 관광을 이용한 임석임(78·여)씨는 “춘천까지 지하철이 공짜인 데에다가 노인들을 위한 저렴한 당일치기 여행 코스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이용객 조수인(가명·75·여)씨는 연하의 남자친구 이형석(가명·73)씨와 함께 춘천 여행을 왔다. 조씨는 “싼 가격에 호반의 도시 춘천 관광과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다”며 “우리 같이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인들에게 춘천은 좋은 데이트 코스다”고 말했다.
조씨의 남자친구인 이씨 역시 “춘천에 오면 값싼 식사와 관광 등을 즐길 수 있다”며 “인근에 값싼 숙박업소들도 즐비해 있어 당일치기가 아니라 단둘이 숙박을 하고 갈 때 즐기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12명의 노인 남녀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들끼리 부부동반 모임으로 춘천을 찾았다. 박후선(72·가명)씨는 “아내의 학교 친구들의 모임이 부부동반으로 열린다고 해서 같이 나왔다”며 “아내랑 데이트 하는 느낌도 들어서 좋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3
감동이에요1
화나요2
슬퍼요2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