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6º
습도 85%
수원 27º
습도 80%
청주 29º
습도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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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자아실현이나 존경감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애정과 안전 및 사회적 공감의 욕구를 가진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욕구를 5단계로 나누고 생리·안전 등 하위 욕구가 충족돼야 자아실현·존경 등의 상위 욕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그 사이에 사회적 욕구가 있다. 이중 애정에 대한 욕구는 식욕· 수면욕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다. 그런데 고령사회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 우리의 현실은 노인들의 상위욕구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욕구들이 보장돼 있지 않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노인들이 급증하면서 기본적인 ‘안전’ 조차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한 수명이 늘어나 애정에 대한 욕구도 커졌지만 이를 해소할 길도 거의 없다. 이는 외로움으로 치닫는 한국 노인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년층 빈곤율은 49.6%로 OECD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수입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인들은 국가에 의지할 수도 없다. NGO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2015년 세계노인복지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복지는 96개국 중 60위였다. 다수의 노인들은 20만원 남짓의 기초노령연금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기 때문에 이들은 언제나 돈이 부족하다. 특히 노인들은 사기를 당하거나 병이 들면서 하류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이런 가운데 안정감을 갖기 위한 애정욕구가 늘어났지만 경제력이 받혀주지 않는 상태에서 사회적인 시선까지 노인 성(性)문제와 노인 연애에 대해서 만큼은 따갑기만 하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 노인들의 연애 풍속도를 통해 애정욕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이슈포커스 주제로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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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구 일대에는 경제적 여건이 안 좋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성형돼 있다.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1500원짜리 식당, 3000원짜리 이발소, 2000원짜리 극장 등이 성업 중이다. 최근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점포는 제기동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청량리 역 인근에서 만난 남루한 옷차림의 일용직 노동자인 박범준(74)씨는 자식들을 다 키웠으나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박씨는 “우리 같은 70~80대들은 문화 즐기는 방법을 잘 모른다”며 “집사람도 나도 일을 하고 있어서 같이 놀러 다니지 못한다. 작년에 형제들과 다 같이 제주도에 다녀 온 게 전부다”고 답했다.
장태순(67)씨는 은퇴 이후 음악다방 ‘추억더하기’에 재취업했다. 그가 하는 일은 젊은이들도 힘들어 하는 홀서빙이다. 추억더하기는 1970년대 분위기가 풍기는, DJ가 있는 음악다방이다. 메뉴는 도시락 3000원, 커피 2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며, 시간제한 없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노인층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장씨는 이곳에서 주 3회 5시간씩 일하고, 최저시급에 맞춰 급여를 받는다. 한달에 36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고 있다.
장 씨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 중에는 생목숨 같은 그 돈까지 생활이 어려운 자녀들에게 모두 털어주는 사람도 많다”며 “평범한 노인들은 여윳돈을 갖는 게 어렵기 때문에 음악다방에서 일을 하면서 받는 월급이 용돈수준이지만 만족한다”고 전했다.
노동시장 내몰리는 노인들 ‘실질은퇴 71.1세’…용돈·기초연금 받지만 생활비 부족
▲ 자료: OECD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한국 남성들의 실질 은퇴 연령은 71.1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후 준비 부족으로 은퇴를 한 뒤에도 노동시장으로 내몰리는 일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돈이 없는 노인들은 생활비를 아낄 수밖에 없고, 여가에 사용하는 비용 역시 최소 금액을 지출한다.
종로와 청량리 인근에서 만난 대부분의 노인들은 적은 돈으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선호했다. 이들은 오전 10시쯤 집에서 출발해 노인연애 등 자신들만의 문화생활을 즐긴 후 저녁 즈음 집으로 돌아간다. 더 있고 싶어도 돈이 없기 때문이다.
낙원상가 근처에서 만난 한 노년 커플에게 데이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는지에 대해 묻자 “우리 세대들은 자식들을 3~4명 낳았으니까 자식들이 가끔 20만원씩 용돈을 주면 그걸로 데이트도 하고 그런다”고 답했다.
이들은 “용돈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모아뒀던 돈을 주로 쓰는데, 돈이 많이 드니까 매일은 못 만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만난다”며 “오전에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얘기하다가 5시쯤 집에 간다”고 했다.
종로 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실버영화관은 노인들을 위한 공간들 중 대표적인 곳이다. 55세 이상이면 2000원에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데, 일반 극장과 달리 가격이 저렴해 노인들에게 인기다. 이 영화관은 노인들을 위해 저작권료, 인건비, 극장 운영비 등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있다.
영화관 관계자 고희철씨는 “하루에 어림잡아 7~800명이 오고 성수기인 여름과 겨울에는 1300명 정도 온다”며 “영화를 특별히 좋아해서 온다기보다는 그냥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어서 온다. 손님 중 1/3은 갈 곳이 없어서 매일 오시는 분들이다”고 설명했다.
▲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는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종로구에 있는 실버영화관의 입장료는 2000원이다. 외화를 주로 상영하는 낭만극장의 경우에도 입장료가 3000원에 불과해 일반 영화관의 1/4에 불과하다. 노년층이 주로 찾는 음악다방 ‘추억더하기’의 경우 2000원짜리 커피를 시키면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은 종로3가에 위치한 추억더하기(위)와 실버영화관. ⓒ스카이데일리
평소 영화를 보러 자주 온다는 조길복(83)씨는 “관람료가 저렴하니 자주 오게 된다”며 “여기서 영화보고 등산하면 하루가 금방 간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를 사귀면 돈이 드니까 혼자 다니는 것”이라며 “친구가 밥 한 끼를 사면 그 다음엔 내가 사야하는데 그러면 지금 생활비로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는 “기초 연금 20만원에 여기저기서 모아지는 돈까지 합하면 40만원쯤 된다”며 “이 정도 돈이면 혼자 살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부부 중 한명 병 걸리면 바로 극빈층 전락…“오죽하면 ‘임자, 이제 그만 가게’ 했겠소”
고작 2000원에서 3000원의 적은 돈이라도 연애를 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노인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사회안전망이 허술한 한국에서는 노인들이 하루아침에 극빈층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종로 탑골공원에서 폐지를 주워다 파는 김순애(82)씨는 5년전쯤 남편과 사별했다. 암은 김씨의 경제적 안위를 무너뜨렸다. 젊은 시절 사는 게 빠듯해 암보험을 들어놓지 못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나이가 많아서 가입 거부를 당했다.
수술, 항암치료, 입원, 재발이 반복되면서 김씨는 마지막 재산이었던 집을 팔아야만 했다. 김씨는 남편으로 인해 빈곤 계층이 됐다. 김씨는 재혼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고 했다.
김인수(85)씨는 지난 10년간 치매에 걸린 아내 정수남(82)씨의 병수발을 들었다. 아내 정씨는 올해 1월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아내가 긴 투병을 하면서 김씨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통을 당했다. 병원비는 의료보험에서 보조가 됐으나 간병인 때문에 속을 끓였다. 간병인 인건비는 일당 8만원이었다. 1달간 간병인을 붙이면 240만원인데, 김씨는 240만원을 지불할 능력이 안 됐다. 그렇다고 80이 넘는 본인도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아서 하루 종일 간병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김씨는 “치매 환자는 완치가 없어 죽을 때까지 병수발을 들어야 한다”며 “오죽하면 ‘임자, 이제 그만 가게나’라는 말을 속으로 몇 번이나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10년 간 아내의 병수발을 든 그는 누군가를 또 병수발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황혼연애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해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쳤는데, 내 노년이 이럴 줄 몰랐다”며 “노인들이 길거리에 나와 시간이나 죽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서울시 복지과 공무원 김모(37)씨는 “현재 노인 세대는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아서 하루 용돈 5000원 남짓으로 생활을 한다”며 “그러나 기초노령연금이 바닥나는 미래의 노년 세대는 지금보다 더욱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 자료: 미국 통계국 ⓒ스카이데일리
한국 초고령사회 진입 가장 빠른 27년 예상…2050년 국민 1/3 노인 ‘국가도 위협’
한국의 노인 인구가 전체의 7%를 넘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것이 2000년이다. 이후 속도가 빨라져 2015년 13.1%를 기록했다. 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보고서 ‘늙어가는 세계 2015(The Aging World : 2015)’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노인 인구 14% 이상), 2027년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가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무려 157년 걸렸고 영국은 100년, 미국은 89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27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사회가 준비 없이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노인 문제의 미래는 가까운 일본을 통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초고령 국가인 일본은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에 달한다. 일본은 아시아 최고의 경제대국이지만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에는 ‘하류 노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하류 노인은 생활 보호 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를 뜻하는 말이다. 하류 노인이 늘면서 일본의 노인 범죄율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잠자리와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교도소행을 택하는 노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경제력은 약하고 사회안전망도 약하지만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국가로 치닫고 있다.
노인들을 부양할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노인은 늘면서 가난한 노인들은 점점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 문제라는 시한폭탄을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는 물론 국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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