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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와 동대문구 일대 운영중인 무도장의 주고객은 60~80대 노인들이다. 노인들은 일주일에 3~4번 무도장을 찾거나 매일 찾는 경우도 있었다. 이곳을 찾는 노인들은 젊은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행동했다. 그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과 만나 춤을 추고, 술도 마시고, 성생활도 즐기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서울 동대문구 및 종로구 일대는 노인들의 집결지다. 오랜 역사의 시장과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데에다가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흥업소는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 동대문구 및 종로로 일대에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콜라텍’·‘무도장’ 등 유흥가가 발달했다.
콜라텍과 무도장은 단돈 2000원 안팎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일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경동시장 인근 ‘나비콜라텍’을 찾아갔으나 나비콜라텍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인근 상인은 “겉에는 공사중이라고 돼 있지만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은 곳으로 알고 있다”며 “입장료가 1000원 정도 오르면서 사람들이 더 싼 곳으로 몰려 문을 닫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무도장으로 향하는 그들…이성 친구 만나 외로움과 성욕 해결
최근 노인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제일무도장’을 찾았다.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 인근 상가 2층으로 남녀 노인들이 줄줄이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여성 노인은 들어가기 전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무도장을 들어서니 두 남녀 노인이 짝을 이뤄 한창 춤을 추고 있었다. 무도장 구석에는 지칠 때 쉴 수 있는 의자도 마련됐다. 노인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무도장 입구에서 만난 박병찬(가명·70)씨는 “음악도 좋고 반반한 사람도 많아 매일 무도장을 찾고 있다”며 “오늘부터 주인이 바뀌면서 이틀간 입장료가 무료다보니 사람들이 더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짜라고 소문이 나면서 경기도나 인천에서도 온다”며 “들어가 보면 노인들이 빼곡하게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창규(가명·71)씨는 “여기 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다”며 “취향에 안 맞는 사람들은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씨는 거의 매일 무도장이나 콜라텍을 찾는다고 했다.
▲ 무도장을 찾은 여성 노인들은 춤을 추다가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서로의 수준에 맞게 데이트를 즐기는 것을 선호했다. 반면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답했다. 무도장에 올 형편이 안 되는 노인들은 주로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를 통해 성욕을 해결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김향숙(가명·73)씨는 “함께 춤추는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실상 노인들이 갈 데가 별로 없고, 경로당이나 복지관은 재미없으니 여기로 오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복지관에 가서 프로그램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했다”며 “복지관이 아니어도 여기저기 찾아보면 갈 데가 많아서 부지런하면 심심하지 않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젊은 세대들이 클럽을 찾고 친구들과 외식·카페 등을 즐기는 것처럼 비슷했다. 특히 노인들도 마음에 드는 이성과 만나 얘기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등 연애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남성들은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이창규씨는 귓속말로 “같이 춤을 추며 살을 맞대다 보면 이성에게 감정을 느끼게 되고 성욕이 자제되지 않으면 모텔도 간다”며 “나는 일주일에 2~3번 간 적도 많은데 심지어 아흔살 노인이 무도장에서 만난 상대방과 모텔을 간 경우도 봤다”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종로에는 노인들이 주로 가는 여관촌이 있는데, 지적장애를 가진 여자나 50대 박카스 아줌마한테 성을 사는 노인들도 있다”며 “무도장에서 여자를 만날 형편이 안 되는 노인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전했다.
장병준(가명·68)씨는 “노인들도 성욕을 자제하기 힘들 때가 있는데 춤 추면서 눈이 맞으면 여관 생각이 난다”며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성욕이 생기는 것이 인간인데, 문제는 돈이다”고 말했다.
장씨에 따르면 종로 일대의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서 박카스 아줌마들 중 상당수가 콜라텍으로 진출했다. 이들은 푼돈밖에 없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몸을 팔아 생계비를 마련하고 있었다.
장씨는 “정부는 박카스 아줌마를 단속할 게 아니라 외롭고 힘든 노인들을 위해 무도회장과 같은 만남의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500원만 올라도 부담…“1000원, 우리에게는 저렴하지 않은 큰돈”
▲ 노인들도 젊은 세대처럼 데이트 비용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서로 돈이 없는 형편을 뻔히 알기 때문에 더치페이가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종묘를 찾은 노인들은 하루 지출 금액이 1만원을 넘지 않는 것이 적당하고 답했다. ⓒ스카이데일리
대다수의 노인들은 여가·유흥생활을 즐기는 데 있어서 경제적으로 제한을 받았다. 이들이 생각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은 ‘1500원’이었다.
종로에 위치한 성인 콜라텍 국일관에서 만난 신모씨(70)는 “원래 1000원이던 입장료가 이번 달부터 2000원으로 오르면서 사람이 확 줄었다”며 “1000원이 없어서 여기 못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에게 1000원은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상미(61·여)씨는 “연금과 용돈으로 생활하는데, 자녀들이 힘들어서 용돈은 가끔씩만 받는다”며 “무도장에는 서민층이 많고 월세 내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장씨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1500원이 싼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경제적 수입도 없는 데다 자녀들이 돈을 항상 주는 것도 아니다보니 1500원이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도장에서 만난 노인들은 자신이 가는 무도장이 가격을 올리면 더 저렴한 곳을 찾아 발길을 옮겼다. 그들이 외식이나 술 한 잔까지 하려면 싼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운상(가명·62)씨는 “보통 무도장에 갔다가 밥을 사먹으면 하루에 8000~10000원 정도 쓴다”며 “여성들은 술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찌개 등을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음식점을 찾는다”고 전했다.
강숙혜(가명·70·여)씨는 “우리도 젊은 사람들과 다를게 없다”며 “무도장에서 만났고, 일주일에 4~5번 정도 찾아와 하루종일 놀다가 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보고 청계천 산책도 하는데 데이트 비용은 학생들처럼 우리도 더치페이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진규(65)씨는 10년 사귄 여자친구를 1주일에 2번 정도 만나고 있었다. 박 씨는 “남자가 내는 경우가 많지만, 돈은 없는데 서로 경제적 수준은 비슷하다보니 반반 내는 경우도 많다”면서 “노인들 사이에도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 돈을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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