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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등으로 남북 간 대치 구도의 불확실성이 국내는 물론 국제경제의 리스크로 급부상한 가운데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한미 FTA)을 둘러싼 양국 간 포석전(布石戰)이 다시 가열될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12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개정협상(재협상)을 위한 절차 개시를 요청하면서 쟁점으로 부상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이 매년 자유무역협정 관련 이행평가서를 작성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미 FTA 이행평가보고서를 5년 넘게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서비스 분야 등은 대미 적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개시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하는 형국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한미 FTA 형국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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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대표부(USTR·이하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12일 ‘8월 워싱턴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하·한미 FTA) 개정협의를 위한 공동위원회의 특별회기’를 요청했다. 무역대표부는 미국의 국제통상교섭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무역대표부의 특별회기 요청은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개정협상)’ 요청과 다름없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시절부터 ‘한미 FTA가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온 점은 주장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 이슈는 현재 정치권은 물론 우리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런데 매 년 자유무역협정 관련 이행평가서를 작성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미 FTA 이행평가보고서를 지난 2012년 3월 협정이 발효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FTA 이행평가보고서에는 협정 이행과 관련된 효과 및 문제점 분석. 상대국의 이행 상황 등이 담긴다는 점에서 향후 재협상 과정에서 유용한 자료로 쓰일 여지가 충분하지만 우리나라는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서비스 분야 대미 적자 등에 대한 발 빠른 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 시 한국이 절대 불리…철저한 준비가 관건”
정치권 등에 따르면 8월 공동위원회 특별회의에서의 개정협의 이후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감이 실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공약대로 의회에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무역협정인 NAFTA 재협상 의사를 통보한 점이 주장의 근거로 작용했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한국에게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소속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한미 FTA 재협상 쟁점에 대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협상 의제를 선제적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짙다”고 강조했다.
정 조사관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선제적인 의제 정의는 많은 경우 협상 상대국이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의 옵션을 제한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의 협상 의제 선점이 없도록 만들 수 없는 것이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미국은 굳이 협상을 하지 않고도 자국의 행태 변화 혹은 주변국의 행태 변화를 유도해 상대국에게 유인책을 쓰거나 효과적인 강제수단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한 의제에서 단기적으로는 자국에게 불리한 협상 결과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국가이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 통상관계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며 “우리나라가 이런 미국과의 협상에서 실리를 챙기려면 △한국 역시 협정을 종료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는 전략 경쟁 분야 협상전략 마련 △한국의 이해를 반영하는 협상의제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한미 FTA 관련 자료하나 없는 정부…국회 “준비 부족” 비판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조약법)’ 제15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산업부) 장관은 △발효된 통상 조약의 경제적 효과 △피해 산업 국내 대책의 실효성 및 개선 방안 △상대국 정부의 조약상 의무 이행 상황 등 통상조약에 따라 구성된 공동위원회에서의 주요 논의 사항 등을 평가해야 한다. 평가 결과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 FTA 이행 보고서를 넘도록 단 한 차례도 발간하지 않았다. 한미 FTA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통상조약법 시행령 제2조에서 평가주기를 ‘5년’으로 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지난 5월 30일 한미FTA 이행평가서를 작성할 연구기관을 선정했으며, 예정대로라면 11월 말쯤 평가서가 발간된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산업부가 지난달 21일까지 비공개로 유지했던 ‘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매년 FTA 이행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발간한 미국 무역위원회 2016년 연례 보고서를 보면 산업별 FTA 효과 분석은 상당히 정밀한 편이다. 이대로 FTA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현저히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부의장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광주 동남을·4선) 국민의당 의원은 “미국은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FTA 이행평가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한다”며 “미국의 연례보고서에서는 각 국가별 통상조약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종합적으로 분석되고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효과는 물론 각 자유무역협정들 간의 효과 등에 대한 비교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특히 “(한국의 경우)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에 대한 이행평가서는 5년 넘도록 단 한 차례도 작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5월 30일에야 연구기관을 선정해 오는 11월 말이나 돼야 발간될 예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FTA 재협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철저히 대비하겠다던 정부의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산업부는 즉각 시행령을 개정해 FTA 이행평가 주기를 1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운 걸린 FTA 재협상…작은 것 얻고 큰 것 뺏길 가능성 높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FTA 발효 전 116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32억5000만달러로 5년간 116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반면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는 2011년 109억7000만달러에서 2015년 140억9000만달러로 늘어났다. 대미 교역에 있어 우리나라 역시 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하는 적자부문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한미 FTA 재협상에 서비스업종이 포함되는 것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수준에서 신 서비스 산업 분야가 규제 없이 개방될 경우 여전히 초기 단계에서 태동하는 국내 첨단 서비스 분야가 미국에 흡수될 우려가 있다는 견해가 팽배하다. 기존 제조업의 경우 후발국에 시장 참여의 여지가 있는 것과는 달리 첨단 서비스분야는 선점자가 시장을 독점하는 특징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입법조사처 소속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한미 FTA 재협상이 실제 이뤄진다면 과거와 같이 미국 주도의 의제가 설정돼 주로 철강 및 자동차 등 우리나라가 미국에 대해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품목들에 대한 통상문제로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그럴 경우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서비스 분야의 통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원 조사관은 한미 FTA 재협상 이후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발전이 상당기간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주요 서비스 분야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서비스 분야에 대한 추가적인 개방 요구가 제시된다면 우리나라가 향후 주력으로 삼아야 하는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 상당기간 지체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조문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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