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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단순히 양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투, 테라피 등 예술문화의 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초상화’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반려동물 초상화는 일반 초상화와 마찬가지 개념이나 사람 대신 반려동물을 그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려동물 초상화를 디자인하는 전문 브랜드가 생겨난데 이어 반려동물 초상화만을 그리는 화가까지 하나 둘 등장하는 추세다. 반려동물 초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진행된다. 의뢰인은 캔버스의 크기, 표현해내고 싶은 느낌 등을 구체적으로 작가에게 주문할 수 있다. 그 외 나머지 부분도 세심하게 논의한 후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다.
반려동물 초상화 의뢰 날로 증가…눈동자색깔, 털의결 등 섬세한 표현이 관건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리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보편적인 가격대가 형성돼 있지 않고 의뢰인과 작가가 조율해 타협점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그림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게는 3~4만원대부터 많게는 수십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박지혜(여·31)씨는 일산의 한 스튜디오에서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그의 원래 직업은 삽화 일러스트레이터다. 처음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를 캔버스에 그려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반응이 남달랐다. 박 씨의 그림을 본 후 자신의 동물도 그려 달라는 이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그 일을 계기로 박 씨는 3년째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평균적으로 10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박 씨에 따르면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릴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눈 색깔’과 ‘털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다.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눈동자 색깔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털도 마찬가지다. ‘눈’과 ‘털’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 내지 못하면 초상화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박 씨는 “개인적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의뢰인에게는 평생 남는 반려동물 초상화이기에 상당히 신중을 기해 작업한다”며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의뢰인과 끊임없이 소통해 요구·수정사항을 반영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상화를 의뢰하는 고객 중에는 반려동물을 위해 특별한 기록을 남기고 싶거나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혹은 이미 죽은 동물을 추억하기 위한 분들이 많다”며 “약 2년 전부터 반려동물 초상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초상화 작품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주문이 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반려동물 초상화 시장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잠실에서 A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한준규(남·가명)씨의 원래 직업은 벽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작가다. 한 작가 역시 기르던 강아지의 성장과정을 캔버스에 담아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 계기가 돼 반려동물 초상화 의뢰를 3년째 받고 있다. 주문이 폭주 할 때는 한 달에 10개의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리기도 한다.
한 작가에 따르면 반려동물 초상화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형태는 빨리 건조되고 가격도 저렴한 아크릴 물감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초정밀 초상화, 반려동물의 주요 특징만을 뽑아내 부각시키는 팝아트 등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다.
한 작가는 “3년 전 동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신과 같은 작품을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미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반려동물 초상화 분야에 많이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며 “앞으로는 반려동물 초상화만 전문으로 그리는 작가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엽서제작 등 활용도 다양…“반려동물 접목한 예술 활동 더욱 다양해질 것”
데븐렉스종 2살 고양이 ‘로기’를 기르고 있는 최지혜(여·35)씨는 우연한 계기로 반려동물 초상화 작가가 개최한 이벤트에 당첨돼 로기의 초상화를 받아보게 됐다.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실제 모습을 얼마나 표현해 낼 지 반신반의 했다.
그러나 다 그려진 초상화를 받아 본 후의 감정은 처음과는 확연히 달랐다. 실물과 거의 흡사한 초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로기 역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고양이가 그려진 초상화를 보고 하악질(고양이가 낮선 고양이를 대할 때 나타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최 씨는 “고양이 초상화를 그린 후 함께 기르던 강아지 2마리의 초상화도 추가로 그렸다”며 “키우는 반려동물들의 초상화를 벽에 일렬로 걸어두니 가족사진처럼 뿌듯한 기분이 들뿐 만 아니라 인테리어 효과도 뛰어났다”고 말했다.
러시안블루종 4살 고양이 ‘하루’와 스코티시폴드종 1살 고양이 ‘아리’ 등을 기르는 장서경(여·29)씨는 일찌감치 고양이 초상화를 인테리어 용도로 활용했다. 그는 “이사시기와 맞물려 색다른 인테리어 소품을 찾고 있던 중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반려동물 초상화를 의뢰하게 됐다”며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막상 초상화를 받고 나니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과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초상화는 함께 있는 모습을 사진보다는 더 예쁜 모습으로 간직할 수 있다”며 “초상화를 그림으로만 남기기 아까워 작가님께 부탁해 파일을 받아 엽서로도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반려묘를 기르고 있는 지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초상화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을 직접 그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좌도 열리고 있다. 대부분 반려동물 초상화 작가들이 주최한다. 코숏종 고양이 3마리를 기르고 있는 엄소정(여·25)씨도 얼마 전부터 초상화 그리기 클래스에 참석하고 있다.
엄 씨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받아보는 것도 좋지만 내 손으로 직접 그려보는 게 더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이 서툰 솜씨지만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얼굴을 완성했을 때의 벅찬 마음을 잊을 수 없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반려동물 관련 예술분야는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해 초상화를 넘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새로운 장르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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