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본질 속에 들어 있는 존재와 반존재의 파동성, 그리고 그 파동성의 입자성이라는 이중성은 10의 마이너스 43승초라는 찰나의 플랑크 시간 이전부터 중력, 전자기력, 강력, 핵력을 모두 한 배에 태우고 있다가 하나씩 내리도록 하면서 현상(물질)을 만들어 냈다. 그 빛의 그림자가 우연히 확인된 뒤 과학계의 수많은 검증 끝에 우주배경복사 에너지가 실존재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절대온도 영하 270도로 차가워진 만물의 그림자는 차갑게 죽어 있는 듯 하지만 결코 죽지 않았다. 빛과 함께 동행해 온 시공간은 그 그림자와 어울리면서 아름다운 성운, 은하, 별, 행성, 생명, 자연을 모두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차라는 결핍의 극적 임계원리가 치밀하게 작동했다.

 

본질은 가장 작은 것이 모든 것을 흔들 무한 힘을 갖고 있다. 결핍의 임계치에서 일어나는 극미의 변화는 모든 것을 창조하고 버릴 수도 있다. 사건의 섭리는 이념의 외눈박이 눈이 보는 세상처럼 결코 허상만을 선택하지 않는다. 허상(虛像)조차 선택당하면서 상(象)의 본질과 동행하는 배경 때문이다. 상(象)과 상(像)의 대칭이 임계의 원리에 들어가면 원상(原象)과 허상(虛像)이 존재와 반존재로 실존재하게 된다. 원상(原象)을 통해 드러난 원상(原狀)은 수없는 허상(虛像)을 통해 본질을 드러내면서 상(象)과 상(像)이 하나됨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 쪽의 쓰임새만이 존재하는 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원리만 가능하다고 한다면 속된말로 허깨비다. 이는 없음으로 있음을 존재케 하는 무(無)나 없음의 상태로 있음의 행위를 모두 하게 하는 무위(無爲)와 전혀 다르다. 허깨비는 오히려 존재를 가리는 역할을 하면서 현상의 발자욱(=발자국, 이하 발자욱) 없는 생명을 만든다.

 

그림자는 빛의 원리이지만 발자욱은 만물의 원리다. 빛이 만들어 낸 만물 속에서 발자욱이 탄생한다. 생명은 질량을 갖는다. 질량은 발자욱을 만들면서 생명의 존재를 스스로 확인한다. 발자욱이 없는 현상의 생명이나 물질이 없다. 발자욱 없이 걸음을 걷고자 한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보기에 스스로 허깨비다. 이런 세상을 만들려고 하면 본질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도 거부해야 한다. 실존재가 없어야 나타날 수 있는 허깨비 형상은 현실 세계에서 무한히 많다. 생명들이 만들어 내는 허깨비들이 진실과 정의로 무장하면 거짓과 허위를 숨기기 위한 파괴적 행동을 일삼는다. 위장막으로 철저히 가려야 하는 만큼 술수와 선동이 판을 친다. 진실과 거짓의 간극은 나날이 멀어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만다. 허깨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허깨비들의 특성은 본질을 일관적으로 무시하는데 있다. 본질은 이들 허깨비들이 춤사위를 강하게 추면서 심판관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본질이 위력을 보이면 더 가혹하다. 그것은 허깨비가 스스로 판 거대한 무덤이기도 하다. 본질은 모순의 극적 임계치와 결핍의 임계치가 막시즘의 이데올로기처럼 괴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조화를 창조해 낸다. 다시 곱씹으면 본질은 대칭적 얽힘의 상관성과 존재를 가능케 하는 상반성이 극과 극의 에너지 원리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막힌 조화의 시스템이다. 모순의 실체 또한 사건의 섭리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허깨비의 웅덩이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결국 모순은 칼이 돼 허깨비가 빠진 현실을 위협하고 나선다. 현실에서 모순은 극대화 될수록 대칭구조가 강화되면서 최종적으로는 조화에 수렴되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 허깨비들은 모순의 문을 닫으면서 본질의 공격을 불러들인다. 스스로 사악함에도 선한 위선을 드러내기에 본질은 악한 형상으로 역습을 가한다. 두 얼굴의 선악을 갖고 있는 인간의 선악도 결국 악으로 변신해 모순과 손잡고 악행을 저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것은 본질의 운전이다.

 

개인적으로 비극적 인생을 살다가 죽음마저 초라했던 마르크스의 현실은 차라리 꿈이고 싶을 정도로 처절함이 얼룩진 삶이었다. 해직·추방·망명 등으로 점철된 그의 기막힌 인생과 7명의 자녀 모두가 불운하게 어려서 죽거나 먼저 죽고 자살까지 한 가족 비극사 등이 또한 그랬다. 가난의 치열한 형벌마저 그를 피해가지 않았다. 마르크스는 그래서 사유재산을 폐지하고 모두가 균등히 부를 나누어 잘 살아야 한다고 봤다. 공산주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수많은 사람이 그를 따랐다. 국적을 갖지 못한 떠돌이 영혼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11명만이 마지막 길을 지켜봤지만 마르크스 사후에 전 세계의 질서가 요동을 쳤다. 손에 총과 칼 그리고 죽창 등을 들고 그의 뒤를 쫓은 사람들이 너무나 가혹한 행위들을 했다. 허깨비가 빠진 무덤에서 함께 헤어 나오지 못한 발자욱 없는 생명들이 추구한 사건의 역습이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공산주의 혁명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었다. 구소련 2000만명, 중국 6500만명 등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라는 서슬퍼런 혁명전쟁으로 죽어갔다. 한반도에서도 전쟁이 일어나 수백만명이 속절없이 스러져갔다. 전 세계적으로 공산주의 혁명의 깃발아래 1억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정의는 허깨비란 허상(虛狀)의 정의였지만 대칭의 본질을 내재한 허상(虛像)으로 알고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 실체는 네트워크가 아닌 유아독존의 이기심이 어린 것이었지만 네트워크 유토피아 깃발이 둘러친 화려한 수사들로 인해 절대불가침의 원상(原象)으로 옹립됐다.

 

그들은 현실의 원상(原狀)을 만들었다. 마치 화폐의 가짜가치를 믿어 진짜가치 것인 냥 만들어 내 원상(原象)으로 가치를 끌어 올렸다. 생산관계의 계급구조는 정당화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었지만 그것은 철저히 무시됐다. 자본가의 고뇌에 찬 무한경쟁은 생사를 넘나드는 죽음의 춤사위였지만 그 노동력도 외면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계급의 허상(虛像) 뿐이었다. 이내 그 허상이 원상(原狀)이 되고 또 원상(原象)으로 추존됐다. 계급은 단순히 많고 적음 그리고 고용과 피고용으로 단순화 된 허깨비 허상(虛狀)이었지만 치밀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공리들은 군중들의 허깨비 환호를 이끌어 냈다. 속된 말로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개 잡는 밑그림’이 깃발로 펄럭이면서 이데올로기 권력가들의 자양분이 만들어 졌다. 끝내 계급구조는 더 견고해지고 시장이 망가지면서 결실은 맺어지지 않았다.

 

수정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마르크스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자본주의 이후 닥칠 공산주의는 망가져 갔지만 자본주의는 죽지 않고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자본주의는 스스로 모습을 바꿔가면서 더욱 강한 생존력을 유지했다. 세상을 바꿀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확신한 이론은 결국 틀렸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은 유토피아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자본가와 권력의 압제 속에 희망을 잃은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에게 마르크스는 헛된 꿈을 꾸게 했다. 그것은 잘 만들어진 허구의 스토리였다. 신기루를 쫓은 대가가 너무 광범위하고 혹독했기에 죄(罪)다. 본질을 보지 않고 외면한 한 사람의 그림자 없는 생명에 대한 잘못된 꿈은 발자욱 없는 생명의 현실에서 지옥보다 더 처절한 불행이 뿌려졌다. 여전히 그들은 죽창에서 시작한 온갖 살인적 무기들로 빼앗고 파괴하는 허깨비가 정의다. 가급적 더 많은 인류를 학살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신주단지로 모시면서 위협을 가하고 타자들의 결실을 탐한다. 모순을 벌한다는 깃발은 스스로 더 큰 모순을 잉태하면서도 여전히 타인의 결실을 욕심내고 있다. 그 탐욕과 욕심조차 나쁜 것인 줄 모른다.

 

문명은 소유와 소유욕을 낳아 차별과 계급을 만든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큰 타격을 받았다. 마르크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너무 불공평했을 것이다. 인간을 상하로 나누는 권력도 없어야 하고 부를 누가 더 많이 갖거나 적게 갖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는 했다. 당시의 현실로만 보면 타당한 논리로 충분히 포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이끌려면 고차원 세상의 눈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3차원 이상의 세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의 생명을 유지하면서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세상에 서기는 쉽지 않다. 본질의 세계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본질의 문에 들어간다는 것은 영혼의 원초적 출발점을 향한 회귀다. 그림자 없는 본질은 있어도 없고 그리고 없어도 있는 모순의 극적 임계상태다. 발자욱 없는 생명은 이 임계상태의 극적 조화를 품에 안은 냥 가짜 아이를 안고 있는 현실의 가짜 본질이다. 본래 본질의 대상성인 현실도 없음과 있음의 중첩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를 보기 싫어도 보아야 한다. 현실을 자신의 입맛에만 맛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순의 대칭성이 만들어 내는 조화의 존재를 들여다봐야 한다. 생명을 움직이는 의식과 그로부터 나온 자유의지는 본질이 내재한 그림자 없는 생명이다. 마르크스는 이를 발자욱 없는 생명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는 의식과 자유의지가 없는 로봇 같은 생명이 가능하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웠다.

 

주문은 신의 범주다. 신과의 직접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주문을 외워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겠지만 주문의 내용 자체에 대한 진단은 자신의 몫임을 관찰하지 않았다. 주문은 마치 독백으로 이어졌다. 독백은 허상(虛像)을 원상(原狀)으로 만들어가는 여정으로 잘 작동했다. 그 독백의 여운들은 움직임이 없는 에너지를 추구했다. 1차원에서 7차원까지 움직임이 없으면 차원이 한계단씩 내려가지만 그것을 간과했다. 3차원의 시공간이라고 해도 움직임이 없으면 체가 아닌 2차원 면에 갇힌다. 면에서도 움직임이 없으면 1차원 선에서 나오지 못한다. 선에서의 직선운동은 미분계수 도함수만으로 좌표상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 가능하지만 3차원에서는 편미분이나 전미분이 아니면 어렵다. 체를 보려면 자신이 움직이든지 물질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나는 시공간의 복잡계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 움직임이 임계상태 유지다. 현실에서 논란이 많은 극적 상태를 해소해 가는 자유로운 과정이다. 자유를 통제하고 인위적 질서가 가해지면 차원이 떨어져 시각이 좁아진다.

 

3차원 현실에서 본질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2차원 현실로 떨어져 절대 3차원을 볼 수 없는 평면에 갇히는 것과 같다. 그곳에 들어가면 체의 형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체는 면에서 유령처럼 수없이 다양한 임계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지상최고의 명령으로 삼았으니 본질을 보지 못하는 허깨비로 전락했다. 그것은 종교적인 믿음으로 풀어야 할 신의 영역이었지만 그 신마저 거부했기에 현실의 신적 권능으로 치밀하게 포장되기까지 했다. 결실의 조화 시스템이 무너지니 부의 권능은 당연히 사라져 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