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지영·엄도현 기자]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올해로 예정됐던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국가대표로 출전해 국가의 위상을 제고하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는 꿈을 꿨던 선수들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강도 높은 훈련에 몰두하던 선수들이 1년간 추가적인 훈련생활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그동안 그들이 흘린 땀의 가치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지위는 198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로는 줄곧 10위권 내의 자리를 유지하며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유소년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양궁, 태권도, 야구, 골프 등의 분야에선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유소년부터 이어진 선수들의 노력과 도전
한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나게 된 배경에는 수많은 선수의 활약과 그 뒤에 숨겨진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바탕이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 선수들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분야의 일류무대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김연아, 박지성, 손흥민, 박태환, 양학선, 이상화, 윤성빈, 박찬호, 이승엽, 류현진, 추신수, 박세리, 박인비 등의 스타 선수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스포츠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 뒤엔 유년시절부터 이어져 온 교육과 철저한 훈련, 이를 수행해 내는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 선수로서 국내에서 피겨 분야의 기반을 넓히기도 한 김연아 선수와 한국 선수로서 프리미어 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뤄내며 국내 선수의 해외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기반을 닦은 박지성 선수는 각각 열악한 국내 환경과 나쁜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부터의 꾸준히 이어진 훈련으로 한계를 극복해낸 케이스다.
‘피겨 여왕’으로 불리며 각종 세계적인 대회의 금메달을 싹쓸이하고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피겨 꿈나무들의 희망이 된 김연아 선수는 7세 때인 1996년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선수를 위한 빙상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당시 상황 탓에 김연아 선수는 스케이트를 타는 일반인들 옆에서 훈련을 진행하거나 사람들이 없는 새벽 시간대에 스케이트장에 나와 훈련해야 했다.
이렇듯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초등학생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았고 주니어 무대에서 메달을 따는 등 활약을 펼친 김연아 선수는 시니어 데뷔 후에는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무대에서는 228.56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겨 선수를 위한 기반이 전무했던 한국에서 어린 시절부터의 노력과 훈련만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난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진출과 구단 입단으로 국민 스포츠 스타 선수가 된 박지성 선수도 어린 시절부터의 노력으로 악조건을 극복한 케이스다. 축구선수에겐 치명적인 ‘평발’의 신체조건에도 유년시절부터의 도전과 훈련으로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해 활약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의 활약으로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되며 현재는 손흥민, 이강인 등의 선수들이 세계적인 프리미어 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컬링, 스켈레톤 등 비인기 종목에서의 선전도 시설이나 지원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열악한 국내 환경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고된 훈련을 견뎌온 선수들의 노력과 스포츠를 향한 꺾이지 않는 열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체육 분야에서는 특화된 신체적인 훈련과 적응이 필요한 만큼 유소년 시기부터의 교육이 중요시되고 있다. 체육특기생들을 육성하는 특성화학교인 서울체육중학교에서는 체육 분야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14개의 종목에 대한 특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재들을 조기에 발굴해내기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서울체육중학교 관계자는 “서울시 소재에 재학 중인 5, 6학년들을 대상으로 연말 선발시험을 통해 체육에 흥미와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체육중학교에서 육성하고 있는 여러 가지 종목들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며 “체험교육에서 학생이 소질이나 흥미를 보여 선수로서의 진로를 원할 경우 체육중학교 입학으로 연결해 본격적으로 선수로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초등학교 시절 선수생활을 했던 학생들을 30% 정도 선발하고 나머지 70% 정도는 초등학교에서 운동에 흥미나 소질이 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한다”며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70%는 연초에 체육중학교에서 육성하고 있는 여러 종목을 경험하게 하고 종목을 배정한다”고 덧붙였다.
종주국 뛰어 넘는 야구강국 위상 뒤엔 장기적인 안목의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
체계적인 인재육성 교육의 효과는 야구 분야에서도 돋보인다. 대한민국은 세계 야구 소프트볼 연맹(WBSC)에서 세계 각국의 야구 수준을 점수로 환산해 만든 랭킹에서 4648점으로 전 세계 국가들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야구가 마지막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을 차지하며 야구 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한국 야구의 눈부신 발전 배경에는 국민적 관심과 함께 장기적 안목의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산하의 가맹단체인 한국리틀야구연맹은 올해 기준으로 전국 180여개의 리틀야구단이 등록된 상태다. 이 중 선수반에 등록된 단원은 2815명으로 전국 지역별 리틀야구팀에 분포돼 있다.
한국 리틀야구팀은 2018년 U-13(13세 이하 대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2015년 U-13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2014년 U-12(12세 이하 대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등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덕분에 리틀아구팀 출신의 선수들은 일찌감치 프로구단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올해 KBO 신인 드래프트 명단에는 36명의 리틀야구단 출신 선수가 지명됐고 2014년 U-12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미국 팀을 꺾은 한국 대표팀의 핵심 멤버 김동혁 선수는 올해 키움 히어로즈와 연봉 9000만원에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원준 한국리틀야구연맹 사무처장은 리틀야구단의 우수한 성적의 비결로 아이들이 스스로 ‘즐기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을 꼽는다. 박 사무처장은 “저희가 언제나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의 의지다”며 “절대 아이들에게 훈련을 강요하거나 욕설과 구타로 훈계하지 않는 것이 리틀야구단의 철칙이다”고 말했다.
그는 “리틀야구단에 입단을 신청하는 아이들은 모두 스스로 야구를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이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이 할 일은 그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며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에 다가가는 과정을 중요시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처장은 조기교육에서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도 짚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리틀야구단은 선수를 지향하는 선수반에 등록돼있다고 하더라도 학교 정규수업을 모두 들어야 한다. 박 사무처장은 “야구를 위해 학업을 포기한다면 결국 아이들의 선택지를 하나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라도 절대 학업을 포기하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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