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확산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3단계에 버금가는 2.5단계로 격상시켰다. 이후 당초 종료 예정일을 일주일 미뤄 오는 13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모든 음식점과 제과점은 밤 9시까지만 영업해야 한다. 이후 시간에는 포장이나 배달만 이용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실내 취식이 전면 금지되고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헬스장,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10인 이상 집합이 금지됐다. 학원은 비대면 수업만 가능하고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등에도 10명 이상의 사람들은 모일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한 조치가 내려진 셈이다.
이번 정부 조치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끼인 채 심각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라는 것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이렇다 할 구제 대책이 빠져 있어 생계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대략 64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정부 대책으로 300만명이 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매출 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세·인건비·공과금 등 한 달 손실액만 2000만원 육박…가게 내놨지만 문의조차 없어
서울 강남구 영동시장 먹자거리에서 7년째 장사해 온 김영식(남·가명) 씨는 최근 부동산에 가게를 내놨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상당한 적자에 시달려 온 탓이다. 김 씨는 “매달 본전에도 못 미치는 매출에 손실만 늘어나고 있어 가게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권리금 없이 가게 보증금만이라도 건지려고 가게를 내놨는데 문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한 때 ‘백종원 거리’라 불리며 주변 직장인들과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골목은 맛과 가격이 훌륭한 음식점이 즐비해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올 들어 예기치 않게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손님이 줄어들자 매출은 곧장 하락했다. 김 씨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날이 허다했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더욱이 지난달부터 코로나가 재확산 할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이를 막겠다는 명목 하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확대 시행하면서 뜸하게 찾던 손님들마저 발길이 끊겼다. 월세 등 운영비는 매달 빠져나가는데 손님이 가게를 찾지 않으니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김 씨의 몫으로 돌아왔다.
김 씨는 매달 큰 폭으로 증가하는 손실에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김 씨에 따르면 매달 내는 월세는 400만원이다. 주방 일을 담당하는 직원 2명과 홀 서빙 아르바이트 1명 등 인건비는 730만원에 달하고 전기·수도세, 통신비 등 공과금도 120만원이다. 이들의 비용만 합쳐도 125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김 씨가 개인적으로 매달 지출하는 건강보험료 140만원과 실비 등 보험료 60만원을 더하면 한 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만 1500만원에 육박한다. 물론 본인의 인건비는 빠진 금액이다. 김 씨 인건비 까지 더한다면 월 손실액은 약 2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씨는 “고정비 1500만원을 내려면 매일 5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며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50만원 넘게 팔아본 적이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중요한 고정비만 계산한 것일 뿐 수시로 발생하는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매 달 나가는 비용충당도 어려워 순익을 남기는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처지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지난달 30일부터 발효된 사실상 3단계에 가까운 거리두기 대책으로 일 매출 10만원도 못 팔 게 생겼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가게 특성상 오후 늦게 열어 새벽까지 장사하는데 이번 대책으로 밤 9시부터는 손님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밤 9시부턴 포장이나 배달만 가능하다는데 치킨이나 족발 등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도 아닌데 과연 손님들이 포장·배달 주문을 하러 오겠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물론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의 거리두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론 사실상 매출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 자영업자 입장에선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기 이전에 그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고려한 대책을 함께 내놨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월세 밀려 보증금 900만원 삭감…“대책 없는 장사 금지는 사실상 사형선고”
코로나 여파와 강화된 거리두기 대책으로 인한 어려움은 비단 주요 상권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골목상권, 동네상권 등 상권 규모가 작을수록 피해는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자리한데다 잠실 야구 경기장과 인접해 서울 강남, 홍대 등 주요 상권 못지 않게 많은 인파로 북적였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는 올해 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 여파로 프로야구가 뒤늦게 개막한데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돼 야구팬들이 신천을 찾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요리해먹는 가구가 늘면서 가게마다 손님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곳에서 9년간 장사해 오고 있다는 이진수(남·가명) 씨는 지금껏 수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올해는 버티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지금껏 장사하면서 월세 한번 밀린 적이 없었다”며 “지금껏 월 200만원을 꼬박꼬박 내 왔는데 올해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좋지 않다고 건물주에게 사정해 지난 2월부터 10% 감면한 180만원씩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손님 구경하기는 힘들어지는데 관리비, 인건비, 세금은 내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월세를 밀리게 됐다”며 “보증금 3000만원에서 벌써 900만원이 깎였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자영업피 구제 대책은 사실상 형식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내비쳤다. 2000만원에 달하는 대출을 연 1.5%의 저금리로 빌려준다는 정부 발표에 대출을 알아보러 갔으나 담보가 없는 무주택자 등은 보증재단의 보증을 받는 대신 0.7%의 보증료를 추가로 내야 해 실제론 2.2%에 대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대출 받으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줄서서 석달 만에 겨우 받았다고 전했다.
이 씨는 “코로나 자금 대출 받은 돈은 밀린 인건비 주고 거래처 미수금 주고 하다 보니 결국 수중에 남은 돈은 한 푼도 없었다”며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 숨통 틔울 수 있을 만큼 든든하게 지원해줄 것이라고 믿었는데 정부 정책에 크게 실망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씨 세재혜택, 운영자금지원 등의 대책 없이 무작정 밤 9시부터 장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수백만명의 자영업자들에게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거리에 손님이 없더라도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는 것과 정부 대책에 의해 밤 9시부터 강제로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그나마 배달이 되는 업종들은 다행이지만 배달이 되지 않는 업종들은 장사 자체를 할 수 없으니 눈앞이 까마득한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고용을 축소하고 임대료를 연체하는 등 극심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지원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민생경제가 송두리째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피해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회는 “8월 중순 코로나가 빠르게 재확산되자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의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며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60% 이상 감소하는 등 긴급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임차료 및 인건비 지원, 세금 감면,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특별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홍균 자유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재확산세를 진정시키지 못하면 사회적 취약계층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 감면 유도를 위한 세제혜택, 최저임금 적용 한시적 예외 등의 지원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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