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00선에서 움직이던 코스피가 올해 9000선을 돌파했다가 5000선 언저리까지 밀렸다. 불과 1년여 사이 급등과 폭락을 반복하면서 ‘롤러코스피(롤러코스터+코스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증시는 7월 급락과 반등을 거쳐 미국 중간선거 이후 다시 크게 흔들렸다.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도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조치에 나섰다.
정부는 반대매매가 추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와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 등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으며, 국내 증시가 대외 악재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9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140% 유지의무를 면제한다. 주가 급락으로 반대매매가 쏟아져 낙폭을 키우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조치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다. 주가가 떨어져 담보가치가 일정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증권사는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로 대출금을 회수한다.
이번 조치로 증권사는 시장 상황과 투자자의 신용 상태에 따라 담보유지비율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다. 다만 반대매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국내외 자금 흐름을 점검하고 변동성이 더 커지면 추가 안정조치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선 것은 코스피가 지난 1년여간 극심한 급등락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4월9일 미국의 관세 충격으로 장중 2293.70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등에 힘입어 같은 해 6월20일 3000선을 회복했고 10월27일에는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1월22일 장중 5000선, 2월25일 6000선을 돌파했다. 3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급락했지만 반등해 5월6일 7000선, 15일 8000선을 넘어섰다.
6·3 지방선거 이후에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6월18일 코스피는 9000선을 돌파해 9063.84에 마감했고 이튿날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저점의 약 4배 수준이다. 하지만 9000선 돌파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6월19일 최고점 이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불확실성과 국제유가·금리 부담, 반도체주 차익실현 매물이 겹치며 하락세가 깊어졌다.
7월28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84% 폭락한 6023.66에 마감했다. 장중 6000선이 무너졌고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도 잇달아 발동했다. 다음 날 종가는 5663.24까지 떨어졌다. 6월 최고점에서 한 달여 만에 약 40% 하락한 것이다. 8월 이후 반등을 시도한 코스피는 9월30일 6838.04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10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추격 우려와 미국 물가 상승, AI 투자 수익성 논란 등이 겹치며 다시 하락했다. 10월15일에는 7.57% 급락한 5554.22에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집중되면서 양대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도 변곡점이 됐다. 선거 이후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과 미국 기술기업의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코스피는 이달 5일 5.28% 하락한 5383.80에 이어 6일에도 6.02% 떨어진 5059.69로 마감했다. 장중 4911.28까지 밀리며 5000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6.35% 내린 18만8700원, SK하이닉스는 10.44% 급락한 11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월19일 장중 최고점인 9385.59와 비교하면 코스피는 4개월여 만에 약 46% 하락했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매도세가 지수 전체의 낙폭을 키웠다. 정부의 조치는 반대매매에 따른 추가 하락 압력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불안과 반도체 업황 전망, 외국인 자금 흐름 등 근본적인 하락 요인까지 해소하지는 못한다. 정부의 시장 안정조치가 매도세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 기업 실적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서 롤러코스피가 안정을 되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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