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60‧사법연수원 23기)과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55)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질병관리본부(질본) 본부장에서 질병관리청장으로 영전한 정 청장에 대해서는 “K방역의 영웅” 등으로 호평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이후 두 사람의 행보는 사뭇 달랐고 이에 정부·여당의 대우도 전혀 딴판인 모습이다.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칭송했던 윤 총장이 정권비리 수사에 나서자 곧장 얼굴을 바꿔 강도 높은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반면 코로나 대응으로 정권 지지율을 높인 정 청장에 대해서는 영전과 동시에 임명장 배달까지 나설 정도로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
“검찰개혁 적임자” 칭송할 땐 언제고…조국 수사 동시에 전방위 압박받는 윤석열 총장
지난해 7월 25일 대검찰청에 사령탑으로 입성한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성역 없는 수사’ 당부를 행동으로 옮기다 고립무원 상태에 처했다. 윤 총장이 취임할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입시특혜 및 일가 사모펀드 등과 관련된 고발들이 줄줄이 이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여론 안팎에서는 윤 총장의 선임을 두고 정권비리를 감추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윤 총장은 취임 한 달만인 8월 27일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조 전 장관 사건은 원래 서울중앙지검(중앙지검) 형사부에 배당됐으나 윤 총장은 검찰 내 최정예 부서로 꼽히는 중앙지검 특수부로 재배당했다. 9월 6일에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받던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기소했다.
윤 총장은 ‘집념’도 보여줬다. 9월 9일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신청한 코링크PE 이상훈 대표 구속영장이 법원에게 기각되자 같은 달 14일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해 끝내 관철시켰다.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었던 9월 23일에는 조 전 장관 자택을 무려 11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조 전 장관을 최측근으로 여긴 점을 감안하면 윤 총장의 행보는 예상을 깬 파격으로 평가됐다.
살아 있는 권력에 성역 없는 수사를 단행하자 윤 총장을 대하는 분위기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취임 초기에 비해 180도 달라졌다. 당초 윤 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주문했던 문 대통령은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자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는 “11시간 압수수색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과 야당 커넥션 의혹을 내놨다.
결국 윤 총장의 성역 없는 수사는 딱 거기까지였다. 조 전 장관 부부를 법정에 세우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추미애 법무장관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추 장관은 검찰과 종합편성채널 채널A 간의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시켰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검찰 내 윤 총장 라인을 사실상 와해시키고 친여 성향으로 평가받아온 검사들을 핵심에 앉혔다.
이후 윤 총장은 부인 세금체납 의혹 등에 대한 수사압력까지 받았다. 여론 안팎에선 성역 없는 수사 적임자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자 순식간에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윤 총장은 올해 8월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며 작심발언을 했지만 이후로는 한 달 넘게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정권 지지율 상승 일등공신 정은경, 코로나 재확산에 대통령 대신 대국민사과
정은경 질병청장 역시 윤 총장과 마찬가지로 ‘문재인의 신데렐라’로 평가받아 온 인물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윤 총장은 정부·여당의 맹공을 받는 반면 정 청장은 여전히 칭송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 지지율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받아 온 그는 급기야 질병관리본부의 승격으로 제1대 질병관리청장에 선임됐다.
정 청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자 올해 1월 국내 확진자 발생을 이유로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단계로 상향하는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자격으로 매일 오후 2시 브리핑에 나섰다. 당시 질본에 따르면 정 청장은 코로나 확산 이후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긴급상황실을 지키고 식사는 도시락 등으로 해결했다.
갈수록 초췌해지는 모습과 머리 감는 시간도 아껴야 한다며 뒷머리 숏컷을 한 채로 등장한 정 청장에게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다. 당초 “철저한 방역” 등 원칙적 지시만을 내렸던 문 대통령은 정 청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던 3월 11일 충북 청주에 위치한 질본을 방문해 정 청장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보고받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브리핑은 준비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정 청장은 이후 권력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올해 5월에는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관련해 정례브리핑에서 “방역당국 입장에서 밀폐되고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유흥‧종교시설에 대한 우려를 많이 했는데 그런 우려가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으로 나타나 굉장히 송구한 마음이다”며 고개를 숙였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 청장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은 정 청장을 제1대 질병청장에 임명하고 직접 질본을 찾아 임명장을 전달했다. 당시 정 청장은 문 대통령의 등에 90도 인사를 해 잠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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