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임대차3법 강행 처리 등 부동산 정책 부작용으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강 이북 지역의 상황은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강 이북 지역의 전세 매물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온 만큼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저가 아파트부터 대단지 아파트까지 사실상 대부분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멸종에 가까울 정도로 자취를 감추게 되면서 재계약 시기가 다가 온 서민들은 월세로 전향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아직까지 은행 이자에 비해 월세 시세가 월등히 높은 만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한층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그동안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던 한강 이북 지역 아파트의 전세 멸종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는 3기 신도시 물량 소화를 비롯해 앞으로 입주 물량까지 적어 지금의 전세 수급 불균형이 최소 5년은 지나야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의 가구가 월세 부담을 해야 하는 현실이 된 만큼 주거 양극화가 앞으로도 더욱 심화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여당 임대차3법 강행에 실종된 전세 매물…3개월 새 57% 급감
앞서 정부·여당은 임차인 보호를 명목으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등을 담은 이른바 ‘임대차3법’을 강행처리했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는 오히려 임차인들의 목을 조르는 결과만 낳았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임대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대신 증여를 하거나 월세로 전향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7·10부동산 대책을 통해 정부가 공급확대 방안을 발표하자 매수를 멈추고 추가 공급을 기다리려는 대기 수요가 급증했다. 시장에 전세 매물이 사라진 상황에서 추가 공급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세난은 더욱 심화됐다. 부동산 빅데이터 리서치 업체 아실에 따르면 7월 10일 서울의 일일 전세매물은 4만 3354건이었지만 이달 27일엔 1만621건으로 3개월 새 75.6%나 줄었다.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서 거래 역시 대폭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5262건으로 임대차법 시행 전인 7월(1만2090건)보다 57% 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9월(9300건)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서울의 전세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의 전세수급지수가 191.1에 달했다. 전세수급동향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7월 1일 이후 전국 전세수급지수가 190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초과할수록 공급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 대거 몰린 강북 지역 휩쓴 전세난…울면서 월세 찾는 서민들
전세난은 서민들이 밀집한 한강 이북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한강 이북지역에 밀집해 있는 중저가 아파트의 전세 매물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 가격이 저렴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한강 이북 지역의 전세 매물이 몇 달에 걸쳐 크게 줄어줄고 시세까지 크게 오르면서 서민 실수요자들의 주거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7·10 대책 발표 후 한강 이북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은 크게 줄었다. 한강 이북 지역에서 가장 전세매물이 많이 줄어든 지역은 은평구로 서울 전체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했다. 은평구의 전세매물은 7월 10일 1940건에서 이달 27일 219건으로 88.8%나 줄어들었다.
이어 △중랑구 –86.4% (998건→135건) △서대문구 –83.1% (1486건→252건) △마포구 –79.0% (1172건→242건) △동대문구 –77.7% (635건→142건) △성동구 –74.5% (1424건→ 364건) △도봉구 –74.4% (757건→194건) △노원구 –69.7% (2213건→671건) △광진구 –68.0% (568건→182건) △중구 –67.9% (333건→107건) △종로구 –64.0% (125건→45건) △용산구 –56.0% (1021건→450건) △성북구 –40.6% (1032건→614건) 등의 순이었다.
스카이데일리 현장 취재 결과, 실제로 한강 이북지역에 위치한 대단지 아파트 전세매물은 거의 사라지다 시피 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매물이 간혹 나오긴 하지만 물량도 적은 데다 시세 역시 이전 계약이 이뤄진 2년 전과 비교하면 수억원이나 올랐다.
세부적으로는 2061세대를 아우르는 도봉구 창동의 대단지 아파트 ‘북한산 아이파크’의 경우 이달 27일 기준 전세 매물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구 미아동의 383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 ‘에스케이 북한산시티’의 경우도 같은 날 기준 전세 매물은 4건에 불과하며 시세도 크게 올랐다. 2018년 말 기준 전용면적 84㎡은 3억~3억5000만원 선에서 계약이 성사됐지만 현재 매물은 5억원~6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매물 자체가 귀한데다 가격도 수억원이 오르는 상황인 만큼 기존 임차인들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떠나 연립·다세대 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예 경기도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연립·다세대나 경기도 주택 시장 역시 상황이 비슷해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거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앞으로 한강 이북지역 일대의 전세 가격이 장기간 안정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공급이 이뤄지려면 아직 5년 이상은 남아 입주가 이뤄지기까지 계속해서 전세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며 “설상가상으로 향후 입주 물량이 적고 민간택지의 경우 실거주 요건까지 갖춰져 있는 곳이 많아 공급이 이뤄진다 한들 전세 물량으로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부동산 정책으로도 단기적으로는 전세시장을 잡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어 현재의 전세난은 수년 간 이어지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약 2025년 돼야 수급 균형이 맞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혼인을 하지 못한 1인 청년가구와 주택이 없는 40대 이상의 무주택자들은 장기간 어려움에 내몰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결국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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