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 안팎에선 정부가 추진한 부자증세가 서민증세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과도한 복지 정책과 정책 실패 등에 따른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고소득층은 물론 서민들에까지 과도한 징세를 실시하고 있어서다. 내년에는 세금 징수를 올해 대비 50% 가량 늘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세금인지 벌금인지 헷갈린다. 고소득층에서 다 뜯어내고 부족하니 슬슬 저소득층에도 손을 뻗는다”, “빚내서 어렵게 마련한 집인데 정부는 벼룩의 간을 빼 먹으려 한다” 등 불만의 게시글이 가득하다. 한 시민은 “이대로 가다가는 정부 호언과 달리 ‘모두가 못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는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에 치솟는 집값, 덩달아 오르는 서민 재산세
과거 문재인정부 최대 지지층이던 서민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과도한 징세로 인한 세부담에 가정경제마저 휘청이고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부 시민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표현까지 섞어가며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정맹어호는 사서오경 중 하나인 예기에 적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것보다 혹독한 세금이 무섭다’는 일화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 만해도 고소득층 재산을 저소득층에게 분배한다는 취지의 ‘부자증세’를 약속했다. 이 같은 핀셋증세를 두고 특정계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합당하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저소득층을 비롯한 상당수 국민이 지지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 출범 3년이 흐른 현재 저소득층마저 ‘세금폭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측이 ‘2017~2020년 서울시 자치구별 재산세 부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5개 구에서 공시가 3~6억원 구간인 부동산 보유자의 재산세 과세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노원구의 해당 구간 부동산 보유자는 구 전체 재산세 323억4000만원 중 177억7000만원을 부담했다. 2017년에는 이들이 구 전체 재산세에세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무려 55%로 폭등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시가 3~6억원 구간의 부동산 보유자의 재산세 과세 비중은 △도봉구(6.3%→40.6%%) △강북구(8.4%→42.9%) △중랑구(10.2%→44.9%) △서대문구(27.2%→38.5%) △성북구(14.2%→55.1%) △은평구(14.4%→47.6%) △동대문구(23.7%→55.0%) △마포구(25.0%→27.3%) △관악구(23.3%→51.5%) △구로구(19.5%→50.5%) 등이었다.
금천구의 경우 무려 19배나 늘어났다. 2017년 2.0%에 불과했던 3~6억원 부동산 보유자의 재산세 부담 비중은 올해 38.2%로 급증했다. 금천구의 전체 재산세 108억8000만원 중 41억5000만원이 서민층에서 나온 셈이다.
사정은 경기도도 마찬가지였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017~2020년 경기도 30개 시‧군별 재산세 부과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후 경기도 내 3~6억원 주택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과세금액 비중은 전 정부 대비 208.8%나 폭등했다. 부천의 경우 해당 구간 부동산 보유자는 올해 시 전체 과세금액 884억5800만원 중 215억6800만원을 부담했다. 2017년에는 이들의 비중이 3.06%에 그쳤으나 올해에는 24.38%로 증가했다.
이 외에도 △수원 9.58%→19.88% △성남 12.42%→21.80% △안산 6.69%→10.26% △화성 13.42%→29.24% △남양주 9.59%→32.75% △평택 1.04%→2.38% △의정부 0.43%→0.90% △파주 2.15%→7.81% △김포 3.99%→12.68% △광명 35.22%→47.41% △광주 0.97%→8.73% 등을 각각 나타냈다.
또 △군포 1.57%→2.86% △이천 0.44%→0.97% △오산 0.71%→1.34% △하남 39.31%→49.00% △양주 0.90%→1.93% △안성 0.92%→1.06% △포천 0.76%→1.39% △여주 0.46%→0.89% △양평 3.14%→5.45% △동두천 2.07%→2.67% △용인 9.53%→30.62% △안양 7.66%→44.15% △시흥 2.75%→11.53% △구리 15.92%→50.14% △의왕 7.98%→36.85%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체 재산에서 서민층이 납부한 재산세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민 세부담 증가 결국 조세저항 낳을 것…부동산 정책 전환, 복지비 축소 등 시급”
3~6억원대 주택을 보유한 서민의 세부담이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로는 현 정부 들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과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등이 지목된다. 권영세 의원은 “실거주 목적의 중저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는 건 정부 부동산 정책이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며 “주택가격 상승과 공시가격 상승을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앞으로 서민 세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세부담이 감당하기 힘들어질 경우 결국 조세저항이 커져 종국엔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8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0 조세수첩’에 따르면 작년 조세부담률은 역대 최고였던 2018년보다 0.1%p 증가한 20.0%를 기록했다. 조세부담률은 2010년 이후 줄곧 17%대였지만 2016년 18.3%로 올랐다가 2018년 19.9%로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부담은 모든 세목에서 증가했다. 법인세는 2018년 70조9000억원에서 작년 72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방세(2.5%)를 포함한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7%)을 웃돌고 있으며 주요 7개국(G7) 평균(27.3%)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같은 기간 1조9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지방세인 재산세도 11조5000억원에서 12조7000억원으로, 부가가치세도 70조원에서 70조8000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민부담률(조세에 더해 공적연금‧사회보험납부액 총합을 GDP로 나눈 비율)도 2018년 26.7%에서 작년 27.3%(잠정치)로 늘어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민부담률이 높아지면서 작년 국민 1인당 부담액도 사상 최초로 1000만원을 돌파해 1014만1000원으로 산출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 종부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올릴 방침인데다 매년 복지지출을 확대하고 있어 조세부담률, 국민부담률 등은 향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복지지출을 적정수준에서 통제하지 못하면 조세부담률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부담 증가에 따른 조세저항 및 국가혼란 사태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전례없는 조세조항 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정부는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르헨티나가 7번의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데 우리도 언제든 (IMF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며 “과도하게 포퓰리즘 정책을 쓴다면 베네수엘라와 같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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