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이하 월성1호기)의 경제성 평가조작 사태로 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현 정부·여당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원전을 조기 폐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을 주도한 산자부는 감사원의 감사를 피하기 위해 관련 증거물을 노골적으로 폐기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은 “정부 정책에 대한 수사는 수사권한 남용이다”며 노골적으로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해당 사안을 정치쟁점화 시켜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 여론은 정치적 목적 때문에 혈세를 낭비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두고 왜 개혁을 운운하는 지 의문이라는 반응으로 크게 기울고 있다.
5900억원 혈세 들인 에너지효자 원전의 갑작스런 폐쇄 뒤엔 ‘경제성 조작’ 그림자
1982년 11월 21일 가동을 시작한 월성1호기는 이듬해 4월 22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후 2012년 11월 20일부로 운영허가가 끝났지만 3년 간 국비 5900억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받아 2015년 6월23일 발전을 재개했다.
그런데 연장운전 만료를 무려 6년이나 앞둔 지난해 6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돌연 월성 1호기의 영구폐쇄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2월 24일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원자력발전소의 영구정지가 결정된 것은 2017년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여론 안팎에선 한수원의 갑작스런 결정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탈원전’을 이행하기 위해 경제성을 핑계삼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으나 ‘경제성 부족’이라는 명분에 가려 얼마 안가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 감사에 의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의 명분인 ‘경제성 부족’이 깨졌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성 평가 용역 보고서상의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았음에도 한수원 직원들은 이를 수정하지 않은 채 평가에 사용토록 했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일부 직원이 주말 심야에 사무실에 들어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을 통해 밝혀진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이 사실 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해당 사안은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 12명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 사안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 사기’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검찰 수사에 반기를 들었다. 정부·여당은 해당 사안을 정치쟁점화 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며 검찰개혁으로 맞불을 놨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 정책인데 이에 대한 사법적 수사는 검찰이 이제 정부 정책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 때리기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혹 관련 수사는)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고 정부의 민주적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그야말로 정치적 목적의 편파, 과잉수사가 아니라고 할 수가 없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고 쏘아붙였다.
“수천억 혈세 낭비는 시작, 일자리·지역경제·산업붕괴 부작용 심각…검찰수사 방해 말라”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다수의 국민들은 정부·여당이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수사에 나선 검찰을 향해 정치 검찰 프레임을 덮어씌우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제 발등 찍는 것과 다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월성1호기 인근 지역민들과 동종업계 종사자 등은 비판의 수위가 남달랐다.
월성1호기 인근 상인들은 “정부가 막무가내로 대책도 없이 정책을 들이밀고 있다”며 “지역경제 박살내놓고 우리 지역을 희생양 삼아 원자력발전소 폐쇄가 국민의 뜻이라고 하는데 본인들 마음대로 해석하는 저들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검찰이다”고 주장했다.
인근 한식집을 운영하는 정향미(56·여) 씨는 “원전에 다니던 직원들이나 가족이 주요 고객이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상황이 너무 많이 안 좋다”며 “월성 1호기 근처 상인들은 지금 최악의 상태다. 폐업해서 빈 가게도 부지기수인데다가 주변 상인들은 가게를 내놔도 들어오려는 사람도 없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 씨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원전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의혹이 있고 고발이 들어갔으면 검찰 조사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대통령 공약이면 막무가내로 정책을 들이밀어도 되나. 멀쩡한 월성원전 생매장은 엄연한 국란범죄다. 도대체 뭐가 불안해서 수사를 방해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검찰이 마지막 희망이다”고 강조했다.
발전설비 회사를 운영하는 소광원(55·가명) 씨는 “한국이 세계최고 원전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탈원전한다는 이런 무식한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며 “적어도 대체 에너지에 관해 무엇을 어떻게 할 건지, 사업비가 얼마나 들고 얼마의 기간이 소요될 예정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라도 있어야 이해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사태를 보다 못한 일부 국민은 행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국민행동)은 지난 12일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7명을 고발했다.
국민행동 측이 제기한 혐의는 직권남용·공용서류 등 무효·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감사원법 위반 등이다. 이기원 국민행동 대변인은 “탈원전을 하게 되면 당장 가정용, 농업용, 상업용 등 모든 전기료가 올라간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금 엄청난 적자상태이므로 전기료 인상은 시간문제다”고 운을 뗐다.
이 대변인은 “원전을 폐쇄하고 나면 태양에너지나 풍력에너지 등 전기를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야 하지만 자연에너지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다”면서 “이런 통제할 수 없는 자연에너지만을 추진하게 되면 전력 수급도 원활하지 못해 앞으로 국내에 블랙아웃(정전) 현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게 될 수도 있다. 원전 폐쇄는 결국 적자 행보를 걷고 있는 한전에 부담을 줘 결국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지는 무책임한 발상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인한 지역경제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월성 1호기가 폐쇄되면서 무너진 지역경제에 정부가 하는 대처는 그저 지원금 퍼주기 방식일 뿐이다”며 “경주는 월성1호기로 인해 발생되는 지역경제효과가 상당했는데 그것을 보상하려면 또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빈곤의 악순환이자 가장 쉬운 길을 두고 가장 어려운 길로 돌아가는 어리석음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사고방식이 ‘대통령이 원전 폐쇄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됐으니 국민이 원전폐쇄를 결정한 것이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국민 대다수와 심지어 정부 지지자마저도 원전 폐쇄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이자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논리는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고 꼬집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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