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도입한 임대차 3법이 유례없는 전세난을 일으키면서 주거약자들의 피해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임대차3법의 영향으로 당장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본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 사실상 대다수 국민은 갑작스럽게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국민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조만간 추가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고했다는 점이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지금까지와는 정반대 기조의 대책이 아닌 같은 정책 기조에서의 추가 대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같은 정책 기조의 대책이라면 차라리 안 내놓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임대차3법·공급대책이 만든 전세난…서울 전셋값 3개월 새 수천만원 올라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급격히 보유세를 인상하자 임차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세금부담 해소를 위해 임대시세를 올린 까닭이었다. 임차인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신고제를 담은 임대차3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인위적인 임대차시장 규제는 안정보다는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져왔다. 정부 규제를 견디다 못한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시장에 매물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의 추가 공급대책 발표까지 내놓으면서 대기수요가 전세로 몰리면서 매물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전세난으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된 후 석 달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 2년 동안의 상승률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4억9922만원이던 점을 고려하면 3개월 사이 약 3755만원(7.5%)이나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도 처음으로 5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중위 전셋값은 5억804만원으로 전월의 4억6833만원보다 4000만원 가까이 급등했다. 중위가격은 주택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인 주택시장 동향을 파악하는데 활용된다.
서민 피해 커지는데 뾰족한 수 없는 정부…“반(反)시장 정책 폐지 없인 해결 불가능”
전세매물 실종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으로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자 정부·여당은 또 다시 추가 대책을 예고했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지 않는 한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은 없지만 국민 피해가 상당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추가 대책은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내놓았던 부동산규제와 마찬가지로 반시장 기조에 기인한 규제 정책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시장에서 거론되던 전세 표준임대료와 신규 임대차 계약 상한제 등에 대해선 ‘염두해두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만큼 새로운 전세 대책은 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 고려한 수준의 규제 정책이 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책으로는 다주택자들이 전세매물을 다시 내놓도록 하는 ‘전세매물 유도·당근책’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가 전세난이 심화되는 이유를 공급 부족으로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전세 대책은 △전세임대료 완화 시 보유세 감면 △전세 계약 3+3안, 2+2+2안 △공공임대주택 조기공급 등이다.
전세임대료 완화 시 소득세 감면안은 말 그대로 전세임대료를 일정수준 이하로 낮추면 전세 소득세를 완화해주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가 보유한 하나의 아파트의 전세시세는 7억원 이상이지만 이를 5억원에 임대해주면 할인해준 만큼 일정 부분 보유세를 감면해주는 개념이다.
전세 계약 3+3안은 현재 임차 계약의 가장 기본 단위인 2년 계약을 3년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전세계약 기간을 늘려 수요가 분산되면 전세시세 상승이 더뎌질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방안이다. 2+2+2안은 지금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더 연장하는 것으로 3+3과 같은 목적에서 등장한 방안이다.
공공임대주택 조기공급의 경우 전세에 몰린 대기수요를 분산시키기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등장한 방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고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한 만큼 유력한 전세 대책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앞서 2017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며 매년 행복주택, 국민임대, 영구임대 등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을 7만채씩 완공해서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업계와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책들은 사실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규제를 그대로 둔 채로는 어떤 정책도 넘치는 수요를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기존의 규제일변도 정책을 수정·폐기하지 않는 한 가시적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재 실행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임대료 완화 시 보유세 감면 대책의 경우 시행된다 하더라도 보유세를 낮추기 위해 임대료를 깎는 이들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한 공공임대 조기 공급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3+3안은 오히려 전세난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매매거래가 대출규제 등으로 꽉 막히고 각종 세부담으로 집주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현재 상태로는 사실상 어떠한 대책이 나와도 전세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양도세, 임대차3법 완화를 통해 시장 내 매물이 순환 돼야 전세 매물도 늘어나고 가격도 조정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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