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연이은 검찰 때리기에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월성원전 평가보고서 조작 등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로 압박했으나 사법부까지 법치주의 수호를 앞세워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여당이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근거로 내세운 ‘총장의 정치적 행보’ 주장에 대한 비난 여론은 특히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형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정치 프레임으로 교묘하게 끌어들이는 방식을 채택한 데 대해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노골적인 국민 기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여당, 권력형 비리 수사 지위 중인 검찰총장 ‘정치인 만들기’ 전략 앞세워 압박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임명된 윤 총장은 지난 10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국감)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거센 압박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관련해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다”고 말했다.
향후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발언했다. 윤 총장의 발언은 평생을 법치주의 수호를 위해 일한만큼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추 장관과 여당은 해석을 달리했다. 윤 총장의 발언을 ‘정계진출’로 규정짓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현직 검찰총장에게 정치인 프레임을 씌워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마치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처럼 쏘아붙였다.
심지어 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응원까지 윤 총장 개인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탈바꿈시켜 정치행보로 몰아갔다. 이후 윤 총장의 거취를 계속해서 정치권의 논쟁거리로 이슈화시켰다. 일례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화환들을 당장 치우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추 장관을 비롯한 민주당의 ‘정치 프레임 씌우기’ 공세는 계속됐다. 추 장관의 경우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화환에 맞서 법무부 청사 앞을 메운 꽃바구니 사진을 개인 SNS에 게재했다. 이는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 화환을 정치인인 본인에 대한 응원화환과 매칭 시켜 윤 총장 개인의 응원 화환인 것처럼 변모시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여당은 최근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순위에 대한 각종 여론 조사에서 윤 총장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 또한 문제 삼았다. 그러나 다수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차기 대선 후보에서 윤 총장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윤 총장 개인이 아닌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전체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할 때 마다 윤 총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을 증거로 꼽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월간 추세’에 따르면 지난 7월 27일 추 장관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돼 대검이 수사에 착수하자 당시 윤 총장의 지지율은 13.8% 전월(10.1%) 대비 3.7% 상승했다. 이후 월성원전 보고서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 추 장관이 검찰개혁 카드를 앞세워 압박하자 윤 총장의 지지율은 또 상승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윤 총장의 지지율은 20.6%로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재치고 1위를 차지했다.
“윤 총장 지지는 권력비리 수사 나선 검찰 지지…속 보이는 정치프레임 유도는 국민 기만”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다수의 시민들 역시 정부·여당이 검찰 전체를 정치권력화 시키는 데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또 윤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에 대해서는 권력형 비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법치주의를 확립해 달라는 검찰 전체에 대한 응원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이상봉(61·가명) 씨는 “입만 열면 검찰개혁이라고 말하는 추 장관에게 한번 묻고 싶다”며 “윤 총장이 검찰개혁에 반대를 하나 방해를 하나. 윤 총장도 개혁에 동의한다는데 왜 못 쫓아내서 안달인지 도통 그 속을 알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뿌리까지 뽑으려는 것은 정권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두렵기 때문이다”며 “검찰은 이명박 때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똑같이 했고 그 덕에 문재인은 대통령까지 하고 있는데 정작 현 정권 비리를 수사하니까 이제는 공공의 적으로 내몰고 있다. 검찰개혁이 국민의 뜻이라고 하는데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를 막는 게 검찰개혁인가”라고 꼬집었다.
양정훈(32) 씨는 “가만 보면 항상 먼저 시비를 걸고 싸움을 거는 쪽은 추 장관과 여당이지 않나”면서 “오히려 윤 총장과 검찰은 법을 무시하고 국민 피해를 일으킨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검찰을 의도적으로 정치로 끌어들이고 그것을 문제삼아 비판하는 모습으로 국민의 눈을 가려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영민(51·가명) 씨는 “윤 총장은 처음부터 현 정부와 여당이 정의롭다고 말하면서 침이 마르도록 추앙하던 사람인데 지금 정권 관련 불법행위와 비리를 수사하니까 천하의 나쁜 놈을 만들었다”며 “기존에 없던 정치인 프레임의 씌워 각종 불법을 정쟁화 시키는 것은 사실상 국민 기만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법조인들도 현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상임회장은 “윤 총장은 스스로 정치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정부와 여당이 의도적으로 윤 총장에 정치 프레임을 씌웠다고 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국감에서 윤 총장이 ‘퇴임 후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할 방법을 생각 중이다’는 말에 오히려 정치권이 그 뜻을 각색해서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다”며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은 추 장관의 부당한 공세로 인해 분노한 민심이 낳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진단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정치하지 말라, 중립성을 지켜야한다’고 말은 했지만 어떤 정치인보다 가장 정치적이고 정파적인 발언과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은 법무부 장관이다”며 “화환 갈등 장면에서도 볼 수 있듯 추 장관은 정치를 넘어 정파에 이익을 수호하는 선봉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추 장관의 문제는 국가나 사법 시스템을 바라보는 관점과 공직자로서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며 “추 장관은 전체 국민을 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총장을 향한 외압으로부터 그를 지킬 필요가 있는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과 추 장관의 직무 배제 강행의 핵심은 결국 본인들의 권력을 향한 수사를 막는 것이다”며 “대통령의 힘이 없으면 추 장관이 윤 총장에 직무 배제 명령을 할 수 없다. 검찰총장을 임명한 대통령의 방관적인 태도는 대통령이 추 장관 배후에서 암묵적으로 직무 배제 승인을 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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