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가 올린 ‘특수청소’ 영상을 접한 뒤 마음을 바꿔 밖으로 나와 자원봉사를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영상 한 편으로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열 편이면 열 사람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장례지도사에서 특수청소전문가로… “사명감이 이 일을 시작한 계기”
삶과 죽음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삶은 죽음의 흔적을 남기지 못해도 죽음은 삶의 흔적을 남긴다. 이에 기자는 고인의 삶이 남긴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면서도, 마음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기록을 남기는 특수청소 업체 ‘바이오해저드’ 김새별 대표를 만났다.
산발적으로 소나기가 내리던 무더운 어느 날 스카이데일리는 충북 청주의 바이오해저드 사무실을 찾았다. 협소한 공간에서 갖가지 특수청소 장비에 둘러싸여 취재진을 맞이한 김 대표는 눈빛이 굉장히 맑고 선량했다. 현장에서 함께 유품을 정리하는 동료들은 일이 있을 때만 만나는 관계로 이번 인터뷰에 함께 자리하진 못했다. 김 대표에게 그가 하는 일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원래 저는 장례지도사였어요. 그런데 2007년에 아버지 장례를 치르던 한 따님께서 유품 정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어오셨어요. 사유인즉, 따님이 퇴근 후 집에 와보니 아버님께서 각혈을 하신 뒤 이미 돌아가신 거예요. 아버님께서 평소 술을 많이 드셨대요. 장례가 끝나고 따님께서 아버님 유품을 정리하려는데 평소 먹고사는 일 때문에 매일이 힘들어 아버지 살아생전 병원 한번 모셔다드리지 못한 게 죄스러워 본인이 정리를 못하겠다고 하셨죠.”
“이 일이 있은 뒤 블로그에 개인 일기형식으로 그날 느꼈던 감정과 있었던 일들을 작성했는데 제 글을 본 어떤 분이 쪽지로 연락을 하셨어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간병하시던 아버지께서 먼저 돌아가셨고, 도움을 줄 사람이 없어진 어머니께서 아사(餓死)한 뒤 한 달 정도 후에 발견된 거예요.”
“부모님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오니 계속 눈물만 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더래요. 그래서 제게 도움을 요청하신 거였어요. 이 순간이 ‘특수 청소’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나서서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긴 거예요. 그러고선 2009년 바이오해저드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현장에서 함께 유품을 정리하는 직원 1명, 폐기 물품을 실어 나르는 지인과 함께 일하고 있죠.”
김 대표와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는 4년째 함께하고 있다. 처음엔 그 동료가 이 일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갖기도 했다며 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어느 날 현장에서 장롱을 치우다가 동료가 장롱 아래 작은 나사못에 손끝을 살짝 찔렸는데, 일이 끝나고 귀가하면서 그가 ‘고인의 영혼이 여기를 통해서 들어와 빙의될까 겁난다’고 말했단다. 그 말을 한 뒤 두 사람이 같이 웃기는 했지만, 사실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라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막상 참혹한 현장을 접하면 기겁을 하던 직원들도 이전엔 더러 있었어요. 특수청소 일을 하다보면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나 사연이 다르더라고요. 제 경우는 아이가 사망한 집은 선뜻 일을 맡기가 어려워요.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죠. 이처럼 다른 직원들도 특수청소를 하다 보면 생각나는 사연이 있나 봐요.”
소금 맞고 멸시받던 ‘특수청소’… 유튜브 통한 후원자 늘어 “감사”
장례지도사에서 유족 대신 고인의 살아생전 흔적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전문가가 된 이후 그가 겪었을 일들에 대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애초에 기자는 특수청소를 알게 된 계기가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Move to heaven):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를 통해서였다.
이 드라마는 김 대표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바탕으로 한 10부작드라마다. 김 대표는 지난25년간 1000번이 넘는 죽음을 마주했음에도 여전히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고인과 만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단다. 그런 그의 마음을 담아 2015년 우리 이웃들의 마지막 순간을 모은 한 권의 에세이집을 펴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드라마는 매 회차 시청자들로 하여금 많은 눈물을 자아냈고, 삶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웠다.
특수청소 일의 이면에는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는 것, 현장에서 나는 악취 등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주변의 냉혹한 시선 등 일 외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김 대표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부패된 사체에서 나는 악취가 사실 제일 힘들어요. 각 시신의 체형·계절·시기별로 풍기는 냄새가 모두 다르죠. 특히,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여름철에 에어컨 없이 지내다가 창문을 열어 놓은 채로 돌아가셨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청소를 하게 되면 냄새가 퍼지니까 주변에서 뭐라고 하시거나 힘들어 하시죠.”
“현재는 특수청소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예전엔 이 일과 저를 멸시하는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일례로 청소를 하던 저희를 본 한 모자(母子)가 있었는데 아이가 ‘엄마, 저 아저씨들 뭐하는 거야?’라고 묻자 어머니께서 ‘너 공부 열심히 안하면 저런 일 한다’고 하셨죠. 그래서 제가 ‘너 공부 열심히 해! 안 그럼 아저씨처럼 힘든 일 한다!’고 웃으며 말해줬더니 부랴부랴 자리를 떠난 적이 있어요.”
현장을 나가보면, 특히 중산층이나 상류층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으니까 빨리 좀 치우라’고 하는 일도 많이 겪었다. 어떤 동네에서는 정리하러 온 김 대표와 동료의 면전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 또, 특수청소를 하러온 차량을 골목길에 잠시 주차해도 얼른 차를 빼라고 닦달하는 등 일반적으로 이 일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마주하는 일이 태반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고인께서 살아생전에 동네 사람들과 어떤 유대관계를 형성했는지가 많은 영향을 줘요. 어떤 고인은 생전에 폭력 전과가 많았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 동네 분들과 눈만 마주쳐도 욕하고 싸우셨대요. 그러다 집주인 신고로 사망 후 2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됐죠.”
“제가 집주인께 ‘왜 세입자인데 신경을 안 쓰셨느냐’고 물었더니 ‘미납 월세를 받으러 가기만 하면 난동을 부리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갔겠느냐’고 하셨죠. 이런 사례를 보면 평소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안타까우면서도 내심 허탈한 상황이 종종 있죠.”
“하지만 가끔은 감동을 느끼는 순간도 있어요. 최근에 사정이 어려운 분의 부탁을 받아 무료 특수청소를 해드린 적이 있는데 의뢰자께서 현장에 오셔서 ‘제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음료수를 주시더라고요. 사실 특수청소를 하면 의뢰자가 현장에 얼굴도 안 비추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저희 옆에 오는 것도 싫어하실 때도 있죠. 그런 일만 겪다가 의뢰자께서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며 건네는 음료수, 그 사소한 것에 너무 감사했어요.”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건만 오히려 음료수 한 잔 같은 사소한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는 김 대표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또 다른 일화를 들려줬다. 특수청소직을 통해 경험할 수밖에 없는 세상 둘도 없는 이야기였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후원금 반, 사비 반으로 무료 특수청소를 할 때가 있어요. 그런 특수청소를 할 때는 흑백처리를 하고 촬영한 청소 영상을 개인 유튜브에 올리는데, 영상의 취지는 ‘홀로 과음하고, 외톨이처럼 살다가는 세상과 정말 단절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시청자분들께 심어주기 위함이에요.”
“신기한 건 이런 영상을 접하신 분들이 도움을 주고 싶다며 1만원, 5000원, 3000원 등의 소액을 후원해주시는데 특히 중학생같이 어린 친구들도 후원을 해줘요. 이런 걸 보면 ‘정말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 많구나. 정말 내가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오히려 배우는 입장이에요.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고인의 흔적을 정리하며 찾은 새 생명… “술 좀 그만 드시길 당부하고 싶어”
“최근엔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분이 많아서 특수청소 현장 봉사활동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스무 분 넘게 와주셨어요. 대부분 20대 청년이었는데 딱 한 분이 결혼 때문에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오신 49세 여성이었죠.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1년 넘게 외출을 하지 않았고,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는데 그 방법을 찾다가 알고리즘으로 제가 올린 특수청소 영상까지 접하게 됐대요.”
“영상을 접한 이후 마음을 고쳐먹고 처음 외출하신 게 그날 자원봉사였죠. 그러고선 이렇게 땀 흘려 일하고,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으셨대요. 저는 그분을 보고 ‘영상 1편으로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다면, 10편이면 10명을 살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 저는 이 일을 제 운명이라는 생각으로 해요.”
바이오해저드는 고인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면서 해당 영상을 통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죽음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마음이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도 병행한 셈이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죽음의 의미를 물었다.
“저는 ‘좋은 죽음’을 생각해요. 삶을 아름답게 사는 것이 곧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길이죠. 내가 죽었을 때 나를 위해 슬퍼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게 최고의 이별이라는 생각을 해요. 아기가 축복 속에서 태어나듯, 죽음도 눈물과 배웅 속에서 이별하는 게 축복인 것 같아요.”
“저희가 다니는 현장 대부분은 홀로 생을 마감한 분들이어서 누구하나 슬퍼하는 사람도, 눈물을 흘려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 고인의 집에 가보면 술병이 정말 많아요. 외롭고 우울한 상황을 술로 달래신 거죠. 하지만 잘못된 부분은 본인 선에서 끊어버리고, 밝은 삶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하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계획을 만들고 지켜나가면 좋겠어요. 며칠 뒤, 몇 주 뒤의 일을 계획하고 나면 그 시간을 기다리는 자체가 행복일 수 있어요. 이런 ‘기다림’이 살아있다는 방증이죠. 목적 없는 삶을 사는 분들, 살아있으니 사는 분들, 되는대로 사는 분들이 많아요. 단순한 계획이라도 세우고, 하루 단 몇 시간이라도 새로운 삶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술 좀 그만 드시고요.”
고인의 마지막 이사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특수청소전문 바이오해저드는 한 편의 영상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살리는 것이 자신들의 ‘운명’이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자신이 가진 꿈을 전했다.
“고인의 마지막 이사를 하면서 느낀 건 고시원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특히 힘든 분들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고시원이나 쪽방 같은 협소한 공간에서 어려운 형편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무료로 청소를 해드릴 계획이에요. 아직은 국가 차원에서 나서지 않는 일이니 제 힘이 닿는 곳까지, 저희의 작은 몸부림으로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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