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가장자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핀테크 기업 투자를 확대했다. 쏟아부은 돈만 2억달러를 넘어섰다. 자산관리 사업에 접목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도 가상자산 역량을 구축하고 사업 전략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대형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이 눈에 띈다. 불명확한 법적 지위와 과도한 가격변동성으로 가상자산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던 모습과 다른 행보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고객의 수요가 공급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JP모건은 최근 가상자산 기술 투자와 가상자산 사업을 확대하며 자체적 가상자산인 ‘JPM 코인’을 발행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 및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요구가 늘어나면서 고객 유치·유지 차원에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제공이 불가피해졌다”면서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업 전반에 걸쳐 그 활용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 점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중요성 확대되면서 전담 부서 구축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3월 미국 대형은행 최초로 기관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트레이딩 부서를 설립했다. 모건스탠리도 작년 9월 가상자산 전담 연구조직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가상자산이 전통적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JP모건의 경우 2020년 10월 디지털자산 전담 사업부 오닉스(Onyx)를 신설해 JPM 코인을 발행·관리한다.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기술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다.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 및 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기관 블록데이터(Blockdata)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은 각각 2억400만달러, 2억3400만달러, 2억600만달러 총 6억4400만달러(약 8156억원) 가량을 가상자산·블록체인 전문 핀테크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는 가상자산 시장데이터 분석 및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인 Coin Metrics 등 7개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다. 모건스탠리의 핀테크 투자에는 비트코인 회사 NYDIG 등 3개사가 포함된다. JP모간는 분산원장 전문사 Axoni 등 5곳을 투자했다.

가상자산 투자를 자산관리 사업에 접목하는 움직임도 커졌다.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포트폴리오를 헤지(hedge)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글로벌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가상자산 투자는 기관투자자 및 초부유층 고객으로 대상이 제한된 상태다.
글로벌 금융사 중에서 모건스탠리가 처음으로 자산관리 사업에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제공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최소 200만달러(약 25억원), 기관투자자는 최소 500만달러(약 63억원)의 자산을 6개월 이상 모건스탠리에 예치하고 있는 경우에만 가상자산 펀드에 투자를 허용한다. 고객이 보유 자산기준을 충족해도 가상자산 펀드 투자는 총 자산의 2.5% 미만으로 제한한다.
작년 7월에는 탈중앙화금융 디파이(DeFi) 및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3월에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이더리움 펀드를 소개하고 수수료를 수취한다는 상품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상 펀드는 골드만삭스의 제휴사인 갤럭시 디지털이 운영하는 갤럭시 인스티튜셔널 이더리움 펀드(Galaxy Institutional Ethereum Fund)로 최소 투자금액은 25만달러(약 3억원)다.
모건스탠리는 자산관리 고객에게 3개의 가상자산 펀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중 ‘갤럭시 비트코인 펀드(Galaxy Bitcoin Fund)’와 FS 인베스트먼트와 뉴욕 디지털 인베스트먼트 그룹이 공동 출시한 ‘FS NYDIG 셀렉트 펀드(FS NYDIG Select Fund)’는 최소 2만5000달러(약 3200만원), 갤럭시 인스티튜셔널 비트코인 펀드(Galaxy Institutional Bitcoin Fund)는 최소 500만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JP모건의 경우 작년부터 모든 자산관리 고객에 대해 가상자산 펀드 투자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만 자사 투자자문업자가 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할 수 없고 고객이 먼저 투자를 요청하는 경우에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자체 비트코인 패시브 펀드를 출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형 금융회사가 아닌 핀테크 기업들이지만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은 확대되고 시장에서의 입지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점진적으로 가상자산의 법적지위, 투자자보호 등 가상자산을 둘러싼 규제체계가 보다 명확해지고 가상자산에 대한 실적 및 데이터의 축적과 리스크 관리 기법의 고도화에 따라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범위도 비례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에도 시장형성 및 규제마련에 있어서 정도와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금융투자업의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금융투자사도 가상자산에 대한 역량 구축과 사업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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