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와 대형 증권사들이 ATS 설립 준비를 구체화하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다.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가 깨지고 시장질서 재편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거래소 간 경쟁으로 투자자의 편의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일 ATS설립준비위원회(ATS설립위)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최근 중소형 증권사 약 30곳으로부터 ATS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TS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로 한국거래소가 독점적으로 수행하던 매매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거래소다. 상장 심사나 시장 감시 등의 기능은 없고 주식 매매 기능만 떼어냈다. 앞서 2019년 금투협과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ATS설립위를 만들고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AST에 참여할 경우 증권사 수는 30곳 이상으로 늘어나고 규모는 한국거래소와 비등해진다. 작년 말 기준 한국거래소의 지분은 증권사 등 34곳과 자기주식 3.80%로 구성됐다.
아직까지 몇 군데의 증권사가 AST에 참여할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ATS설립위 소속 증권사와 금투협의 지분은 각각 8∼10% 수준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지분은 3% 정도로 알려졌지만 향후 참여를 확정할 증권사 수에 따라 변동될 전망이다.
ATS설립위가 목표한 ATS 설립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추후 여러 단계들을 거쳐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투협은 연내 예비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아직 논의를 마무리 짓지 않아 3분기 내에 신청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보통 증권사에 대한 예비인가는 6개월∼1년 소요되는데 ATS는 국내에서 선례를 찾을 수 없는 만큼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현행법상 금융위원회는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2개월 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보완을 위한 결정 기간을 사실상 무한정 미룰 수 있다. 본인가의 보완 기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업계는 ATS 설립을 위해서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심사 매뉴얼)을 확정하는 게 선결 과제라고 주장한다. 심사 기준을 먼저 정해야 인가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라며 “금융위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언제 어떻게 공개해야 할지 등 최종적인 사항을 협의 중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 “ATS 안착 위해 거래 대상 다양화 등 제도 보완 필요”
AST 설립을 통해 67년간 이어온 한국거래소의 독점체제를 마감하고 시장질서 재편이 과연 이뤄질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 개설된 이후 국내 증권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지켜왔다. AST 설립은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고 근거를 마련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증시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간 AST 설립에 부정적이던 한국거래소도 근래 들어 ‘반대할 시기는 지났다’며 긍정적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건전한 경쟁이 가능한 토양이 마련된다면 ATS의 출현은 자본시장 인프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ATS에 차별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의 거래량 한도는 시장 전체의 15%, 개별 종목의 30%까지 제한된다. 대체거래소가 정착된 후에는 15∼20%까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한국거래소는 일정 부분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해 거래시간 연장과 거래비용 감소, 새로운 종류의 호가 방식 등 다양한 매매체결 서비스가 등장해 투자자들의 편의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규 거래 시간보다 확대된 거래 시간 설정은 국내 ATS의 주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며 “정규 거래 시간 전후로 ATS가 매매체결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전 세계 주식시장의 개장과 폐장에 맞춰 거래를 하려는 시장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ATS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거래대상을 다양화하고 주식소유 제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규거래소에서 거래하지 못하는 비상장주식과 거래비용이 높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거래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맹주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의 ATS와 유럽의 MTF(다자간거래시설)에서는 주식, 비상장주식, ETF, 채권, 옵션, 증권화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증권형 토큰도 거래가 가능하다”며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의 매매거래가 가능한 대상은 제한적이므로 거래대상을 다양화함으로써 운영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에서는 투자자가 증권시장 밖에서 주식 5% 이상을 매입하면 공개매수를 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들의 ATS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5% 규정에 따른 의무 공개매수 적용에 있어서 경쟁매매 방식의 ATS거래를 예외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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